“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 사회적기업의 정체성을 설명할때 널리 볼 수 있는 비유다. 사회적기업은 영리기업과 전통적 비영리기관의 중간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우선 추구하면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행위를 통해 재무적 이익을 도모하는 ‘시장경제의 일원’이다.

사회적기업의 핵심과제는 소셜 임팩트 창출 또는 공유가치창출이며, 자사가 해결하려는 사회문제를 사업전략으로 추진하고 협업과 시장경쟁을 모두 구사하는 방식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돈을 번다. 사회문제 해결방식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라면 그만큼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으로 긍정적이고 광범위한 변화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회적가치란 것이 측정하기가 참 어렵다는 것이다. 영리기업의 기업활동은 영업이익이나 재무적 투자수익률처럼 자본주의 시장경제 이해관계자들 간에 유기적 참여를 촉진하는 명료한 성과평가지표들이 많지만, 사회적기업은 이러한 재무적 지표 이외에 중요한 한 축을 이루는 사회적가치 평가 기준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

도대체 사회적기업의 기업활동과 사회적가치 창출에 대한 평가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인정할 만큼 공신력을 가질 수 있을까. 누구나 보편적으로 인정할만한 외부 평가기준이 있다면 많은 사회적가치를 중시하는 기업가들은 그 기준에 맞게 기업활동을 해나가면 훨씬 속이 편할 것이다. 사회적가치 평가에 대한 이야기는 그 동안 경험에 비추어 쓰고 싶은 얘기가 많고, 이번 한 회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가치에 대한 평가 출발점은 창업가 자신
지금은 사회적가치 측정 문제까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지만, 처음 창업할 당시만 해도 필자는 사회적경제에 대해 경험이 전혀 없는 무지한 상태였다. 그저 가보지 않은 영역에 대한 로망만 갖고 자의적으로 사회적가치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했는데, 단지 한 장의 그림에 불과했다. 일단 시작을 하긴 해야 하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연했다. 가장 궁금했던 점은 내가 설계한 여성문제 해법이 충분히 사회적가치가 있는지, 아울러 비즈니스로서도 가능성이 있는지 제3자 평가를 받아보고 싶었다. 몇 분의 지인을 찾아 의견도 들어봤지만 원론적 피드백만 접했고 갈급함이 해소되지는 못했다. 면담을 마치고 나면 생각이 더 많아졌는데, ‘당신이 사회적기업을 한다고? 생뚱 맞네.’ 혹 지인이 이런 생각으로 나를 대하지는 않았을지, 정말로 내가 사회적기업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건지, 지금까지 영리섹터에서 살아온 내가 과연 자격이 되는지 등등 가보지도 않은 길을 상념으로 만지작거리며 의기소침해질 뿐이었다.

그러던 중 소셜벤처경연대회(고용노동부 주최, 사회적기업진흥원 주관)에 참가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 해가 2013년도였는데 대회는 7월~12월까지 진행되었고,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서류심사, 기초, 심화 등의 단계를 거쳐 최종결선까지 진출해 장려상으로 마무리되었다. 대회 참가를 통해 얻은 교훈이라면, 우리 팀이 추구하는 사회적가치와 사업진행방식에 대해 외부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이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용기를 갖고 사업을 추진하는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에 버금가게 얻은 것이 있다면, 대회기간 중 사회적경제 현장에서 일하는 중간지원기관 실무자와 멘토, 대회에서 경합한 여러 예비 창업가들을 다수 만나면서 앞선 경험자들의 생각도 얻고 다양한 사업모델 정보와 비교치도 얻게 되었다는 것은 큰 배움이었다.

몇 달 전 카우앤독에서 마련해준 토크 프로그램에 초대되었을 때 한 대학생이 패널들에게 했던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회적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타인에게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아무리 좋은 취지와 계획을 갖고 있어도 계획만으로는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경험 때문인지, 그 말이 크게 공감이 되었다. 그때 한 답변은 ‘작게 하나씩 실행해보면서 스토리를 먼저 쌓아보라’는 조언이었다. 계획만으로는 일반적으로 “좋네요. 한 번 해보세요.” 이상의 격려성 피드백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

사회적기업가로 창업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라면, 창업 구상을 밖으로 내보이는 순간부터 제3자로부터 창업가 자신의 진정성에 대한 평가가 시작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것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스토리’다. 즉, 창업가 자신이 어릴 때부터 겪은 사회문제의 당사자로서 자신이 겪은 스토리가 있거나, 혹은 고객에 앞서 자신이 먼저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한 과정이 있거나, 혹은 혁신적인 문제해결방식임을 직관으로 느낄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 프로토타입(스토리보드)이 있거나… 이처럼 사회적으로 유익한 변화를 만들어낼 충분한 자신만의 배경과 문제해결 의지, 역량을 먼저 보여줘야 함은 매우 중요하다. 맘잡고팀은 소셜벤처경연대회라는 외부 경연의 방식으로 대외적인 첫 스토리가 시작되었다. 그 결과에 탄력 받아 사업화 과정은 신속히 진행되었고 계속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사업을 영위해오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기업마다 출발 배경은 많이 다르고 스토리도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은 진정성이다. 진정성은 창업가의 말과 행동의 일치로 나타나고, 그것이 조직원과 이해관계자 전반의 공감으로 차츰 확대되면서 창업가의 사회적가치 활동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사회적기업 창업에 대한 생각이 계속 맴돌고 있고 다른 사람의 평가가 궁금하다면, 결국 우선 무엇이라도 생각한 바를 먼저 시작해보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그것이 경진대회를 통해서건, 자원봉사이건, 정책 제안이건 모든 시도를 강력한 스토리로 만들어가는 것이 외부로부터 사회적가치를 평가 받는 훌륭한 전략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창업 경로와 인증제도
창업가의 다짐에서 출발한 스토리가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외부로부터 객관적 평가를 받고 사회적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그 회사의 소셜 임팩트 창출을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인 절차이다. 우리나라는 ‘사회적기업육성법’에 근거해 설립 운영 중인 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정부 사업을 주관하고, 각 자치 도와 시에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각종 지원사업들이 있다. 이외 민간 중심으로 소셜벤처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 단체들도 있이 있다.

사회적기업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러한 지원경로를 잘 살펴서 적극 활용하면 홀로 무작정 창업하는 것보다는 훨씬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 필자가 모든 것을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맘잡고팀이 걸어온 경로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면, 맘잡고팀은 정부 주관 사회적기업 인증 트랙을 선택했다. 앞서 말한 소셜벤처경연대회를 통해 처음 사업모델을 외부에 알렸고, 계획대로 법인 등록을 했다. 입상 덕분에 덤으로 얻은 행운이랄까,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지원대상자에 함께 포함되어 그 당시 사회적기업희망재단에 입주공간도 얻고 창업지원비용으로 약 26백만원 가량을 지원받기도 했다.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정보 얻기 http://www.seis.or.kr/index.do)

여기서 잠깐 정리하면, 정부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지원정책은 크게 4단계 경로로 요약해볼 수 있는데, 소셜벤처경연대회 >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 사회적기업 인증의 순서가 아닌가 싶다. 이중 경연대회는 경쟁률이 높고 상을 받는 것 이외에 창업팀에 주어지는 다음 단계 의무는 없다. 그러나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부터는 입주혜택과 아울러 멘토링과 교육, 그리고 정부지원금도 나오는 만큼 실질적인 육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생각된다. 맘잡고팀은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경연대회 입상 덕분에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기회도 얻게 됐고, 그후 입주 센터의 조언과 멘토링을 받아가며 지난 3년간 이중 3단계를 거쳤고, 올해는 사회적기업 인증에 도전해볼 생각으로 있다.

맘잡고팀은 정부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육성제도의 수혜자라고 생각하지만, 지나온 모든 과정이 만족스럽지는 않고, 점점 본질적으로 깊은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사소한 여러 지원 프로그램의 집행 감독 과정의 경직성도 있지만, 가장 큰 혼란은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단계에서 실질적으로 접하게 된 맘잡고 사업의 사회적가치에 대한 인정 범위다.

사회적기업육성법 테두리 내의 평가에 도전하기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기업육성법’에 정의된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으로 법에서 정한 인증요건을 갖춘 자”로 국한된다. 법에서 범위를 이렇게 정하고, 인증제도 운영을 통해 사회적기업의 사회적가치 활동 실적과 요건을 평가해 인증마크를 부여해야만 공식 사회적기업으로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다른 걸 다 떠나 사회적기업이란 용어를 쓰고 싶으면 일단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아야 한다니, 어쩌면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설립되기 전부터 착실히 보편적 사회적가치를 충실히 실천하며 사회적 선을 쌓아온 기업들이 있을 것이고, 굳이 정부 인증을 받지 않고 충분히 사회적가치 추구 활동을 하는 기업들 역시 정부가 용어를 선점했으니 뭔가 억울할 법하다. 맘잡고팀은 예비사회적기업도 아닌 상태에서 사업활동을 하면 할수록 고객과 참여자들 사이에 사회적기업으로 종종 오해하곤 했다. 일부러 용어를 쓰지도 않았는데 활동이 그러하니 사회적기업이라고 많이들 생각했던 모양인데, 사실 고객들이 인증제도를 샅샅이 아는 것도 아니고 그걸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고, 여하튼 인증도 받지 않은 처지에 간혹 그렇게 불릴 때면 마음이 꽤나 미묘했다. 이런 불편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작정하고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증평가제도 자체가 꽤나 궁금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와 불평등, 양극화 심화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의 확산은 분명 시대적 과제인데, 우리나라의 법과 적용범위, 제도는 어떠한지, 일단 인증기준에 우리가 맞춰보면서 맘잡고팀의 사회적가치도 평가받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나가보려 했다.

맘잡고팀의 다음 수순은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신청이었는데, 첫 시도는 2015년 초이다. 막상 하나씩 가이드라인에 맞춰 서류를 구비하는 과정에서 첫번째 고민은 신청기업의 사회적목적 실현 유형이 딱 맞아떨어지는 게 없었다. 부득이 <기타형>으로 신청했으나 탈락했다. 그리고 그 해 하반기에 재도전해 결국 부처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을 받았다.

먼저 거쳐야 할 관문, 예비사회적기업
여기서 좀더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제도에 대해 부연하면, 이는 인증 사회적기업이 되기 전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는 사회적기업으로서 전반적 요건은 갖췄지만 일정한 기간(3년 이내) 내에 수익구조 등 기타 몇 가지 부족한 요건을 보완하는 말 그대로 중간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유형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하는 지역형 예비사회적기업이고(예: 서울시의 경우 서울형 예비사회적기업), 중앙부처장이 지정하는 부처형 예비사회적기업(예: 여성가족부인 경우 여성가족형 예비사회적기업)이다. 또한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회적목적 실현 유형중 하나를 선택해서 신청해야 한다.

- 사회서비스 제공형 : 조직의 주된 목적이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 일자리 제공형 : 조직의 주된 목적이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
- 지역사회 공헌형 : 조직의 주된 목적이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주민의 소득과 일자리를 늘리는 것
- 혼합형 : 조직의 주된 목적이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
- 기타형 : 사회적 목적의 실현여부를 위의 기준으로 판단하기 곤란한 경우, 고용노동부 지정 권역별 지원기관 등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심사회원회에서 판단

앞서 언급했듯, 맘잡고팀은 ‘기타형’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신청하고 실사를 위해 방문한 관리기관 매니저에게 맘잡고팀의 사회적가치 창출 노력과 활동실적을 공유하고 비교적 허심탄회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뚜렷하다. 맘잡고 사업의 요지는 여성인재(경력단절여성)를 위한 교육에 그치지 않고, 교육 이후에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펼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고, 이뿐 아니라 내부 조직원에 대한 비전 공유와 실천, 공정한 경쟁, 사업윤리에 이르기까지 물론 어떤 것은 의지일망정 사회적기업가로서 내가 가진 생각을 피력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실적을 정부가 정한 지정 평가 요건에 맞는 실적으로 증빙해야 하지만, 맘잡고팀의 사회문제 해결 실천방식은 애초부터 정부가 정한 요건에 맞춰 사업할 수가 없는 모델이었다. 그 기준을 맞추려면 맘잡고 사업추진방식과 사업모델을 대부분 수정해야 할 판이었다.

부득이 맘잡고의 기준에 따른 실적을 제출하고 상당시간을 할애해 왜 맘잡고만의 방식이어야 하는지를 설명했는데, 제출한 자료는 인증요건은 아니지만 최소한 참고자료는 되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또한 매니저와 나눈 구두에 불과했던 나의 모든 의지가 심사위원들에게 전달되지는 않았을 테지만, 결과적으로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결과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한 번 떨어진 경험도 있고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정을 받고 보니 감사했다. 그러나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과정에서 경험한 사회적목적 달성 범위에 대한 협소한 해석과 경직된 평가체계는 커다란 문제의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우수한 역량을 갖춘 사회적기업과 사업모델들도 많을 텐데, 과연 누가 이러한 지정과 인증평가제도를 환영할까, 또한 통과했다 하더라도 온갖 지원 프로그램들은 또 왜이리 사업현장의 니즈와 다를까 등등 많은 문제들을 목도하고 지금껏 경험하는 여정에 있다.

김현숙 hskim@momjobgo.com 안랩 설립멤버로서 20년 넘는 기간 동안 조직과 함께 성장했고, 사업개발과 제품기획, 마케팅, 인터넷사업 총괄 등 현장의 사업책임자로 일했다. 4년 간의 안랩중국법인 대표를 끝으로 동그라미재단 사업책임자로 비영리섹터에 첫발을 내디뎠으며, 2013년 9월 소셜벤처 ㈜맘이랜서를 설립하고 여성인재 교육 및 일하는 엄마 아빠를 돕는 일•가정 양립 매칭 서비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맘이랜서는 현재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펼친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