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사진=다음 로드뷰 캡처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사진=다음 로드뷰 캡처

LG그룹과 KT그룹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탈퇴를 최종 결정하면서 회원사들의 줄탈퇴가 본격화했다. 이로인해 55년 역사의 전경련이 결국 해체수순에 돌입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8일 전경련과 각 그룹에 등에 따르면 LG그룹은 지난 27일 올해를 끝으로 전경련에서 탈퇴한다는 방침을 전경련에 공식 전달했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전경련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회비도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전경련 탈퇴 의사는 지난 6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처음으로 드러났다. 당시 의원들의 질의에 상당수 대기업 총수들이 전경련 탈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LG그룹의 경우 구본부 회장이 청문회 당시 전경련이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연구소나 기업인들의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어 탈퇴에 무게가 실렸다. 또 LG그룹 관계자는 탈퇴 보도자료 배포 후 "앞으로 어떻게 바뀔 지와는 상관없이 현재의 전경련에서는 탈퇴하겠다"라고 전했다.

KT그룹은 청문회가 끝난 직후 전경련 측에 탈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KT그룹 역시 내년부터 회원사로 활동하지 않고 회비도 내지 않키로 했다.

삼성그룹과 SK그룹도 조만간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청문회 자리에서 "더는 전경련 회비를 납부하지 않고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실무적으로 탈퇴 작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SK그룹도 마찬가지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 청문회에서 전경련 탈퇴 입장을 표명한 후 변화가 없다. 현재 탈퇴 절차 등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이들이 탈퇴를 하고 내년부터 회비를 내지 않으면 전경련은 존속 자체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경련 회비의 70% 정도를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이 납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기관들도 탈퇴 절차를 밟고 있는 등 회원사들의 이탈이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탈퇴로 다른 대기업들도 연이어 탈퇴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낮지 않다.

일각에서는 전경련이 쇄신안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점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경련은 내년 2월 정기총회에서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당장 회원사들의 의견수렴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 전경련이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마련한 간담회에는 많은 기업 총수나 관계자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 내년 1월 예정된 정기 회장단 회의 개최도 불투명하다. 지난달에도 참석자가 저조해 회장단 회의는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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