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후배가 참여한다는 공연이 있다고 해서 오랜만에 신촌에 나갔다. 날씨도 갑자기 추운 날이었고 뇌경색 후유증으로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길에 나선 것 자체가 후회가 되는 외출이었다. 게다가 대학교 공연장에서 하는 무료 공연이었고 관람객은 아니나 다를까 모두 나와는 20년 차이가 나는 듯한 젊은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언젠가부터 하늘을 날아다닌 것 같은 어린 친구들과 함께 실험적인 공연을 보기가 부담스러워지는 나이가 된 걸까 아니면 건강을 잃어 보니 잃어보지 않은 사람들의 열혈한 체온이 낯설어진 걸까.

공연은 정시보다 조금 늦게 시작이 되었고 부담스럽게도 번호대로 줄을 세우더니 차례로 입장하라는 거였다. 연출가의 전작인 “아방가르드 신파극”을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익히 색다른 느낌이 있을 것이라는 것에 예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약간의 거부감과 신선함이 함께 있었다. 죽음이라는 것에 여러가지 체험(?)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입장하는 과정이 섬뜩할 수 밖에 없었다. 빛 한 조각 남아 있지 않은 공간을 밧줄 하나에 의지해 천천히 걸어가는 과정이 갑자기 모든 것이 사라지고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시공간으로 들어가는 마음이 되었고 관 속 체험이 기억 나게 하는 서늘함이 함께 했다.

데페르튜토 스튜디오(Dappertutto Studio)는 ‘적 극’ 이라는 연출가가 작업하는 한예종 출신들로 구성된 극단으로 실험주의의 정신으로 똘똘 뭉쳐진 듯한 작품을 줄곧 선보이고 있다. 전작이었던 ‘아방가르드 신파극’과 이번 공연에서 포스트드라마라는 방향을 설정하고 재현의 허구성 폭로, 언어의 무력함 비꼬기, 의미의 사유보다 ‘사건’의 ‘체험’을 강조하는 연출가의 의도가 점점 확고해지는 듯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한국에서 이러한 공연을 본 기억이 언제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연출가와 인터뷰를 해보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이 남아있음에 화이팅을 외쳐주고 싶었다

자료체공: 남산예술센터 아방가르드신파극 포토 www.nsartcenter.or.kr
자료체공: 남산예술센터 아방가르드신파극 포토 www.nsartcenter.or.kr

자료제공 : 남산예술센터 아방가르드신파극 포토 www.nsartcenter.or.kr)
자료제공 : 남산예술센터 아방가르드신파극 포토 www.nsartcenter.or.kr)

창세기를 기반으로 생성과 소멸을 구경이 아닌 참여를 소통의 도구로 사용하는 말 그대로 실험적인 무대였다. 배우의 연기를 위치의 시선으로만 봐야 하는 기존 공연의 형태를 파괴하고 배우와 부딪히고 숨소리를 바로 옆에서 들을 수 있는 마치 관객이 공간을 무시하고 공연의 흐름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 보통 실험극이라 하면 이해하기 어렵고 관객을 참여라는 명목으로 귀찮게 하는 데, 오히려 관객을 무시함으로써 자유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실험이라는 단어를 배제했다.

하지만 연출가의 욕심이 좀 과한 것인가, 아직 방법론이 다듬어지지 않은 것일까 각각의 소재를 표현하는 데는 과감하고 놀라운 시도가 있었지만 전체적인 밸런스에는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공연 형태의 특성상 표현이 산만하고 관객의 집중이 끊기는 시간이 자주 발생하는 아쉬움이 있어 실험극의 이념 내지는 주제에 동화되기 보다 표현 형태의 신선함이 더 강조되는 현상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하지만 많은 공연장에서 초청이 있다고 하는 만큼 당분간 “다페르튜토 스튜디오”의 인기는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공연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극단의 이름을 기억하고 공연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해외 시장에서도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지만 연출자는 다음 행보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실험극을 완성된 극의 형태로 정돈하여 작품을 만들어야 다시 파괴하여 실험의 계단을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이름 그대로 “모든 곳”을 극에 포함시키려면 말이다.

최대선기자 demian71@nextdaily.co.kr 직장인의 삶, 바쁘기만 했던 19년을 과감히 접고 행복을 찾아 세계 다른 지역의 친구를 찾아 여행을 다니고 있는 울타리 밖으로 나온 영혼을 자처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데, 혼자 놀기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아이템을 찾아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 같이 놀기, 여행가서 현지인처럼 놀기 등 혼자 놀기를 같이 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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