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코드 오류(Concorde fallacy)라는 용어가 있다. 이미 발생된 투자 비용과 노력이 아까워서, 실패할 것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일을 진행시키는 오류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러한 비용을 매몰비용(sunk cost)라고 한다. 아무리 야심차게 시작한 프로젝트이고 이미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었더라도 중간에 실패가 예상되면 당연히 방향을 수정하거나 포기해야 하지만, 실제로 현실에서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우려하거나 조직간의 헤게모니 다툼 등의 정치적인 이유로, 마치 투우사가 휘두르는 붉은 천 카포테만 보고 돌진하는 투우처럼 무모하게 계속 진행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콩코드는 프랑스의 Aérospatiale와 영국의 British Aircraft Corporation의 2개 회사가 합작하여 만들었던 당시 가장 빠른 속도의 초음속 항공기이다. 고도 1만8천미터에서 마하2(음속의 2배로 시속 약 2100km)의 속도로 운항하여, 전투기만큼 빠르고 보잉과 같은 여객기보다는 2배 정도 빠른 항공기였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비행 시의 마찰열로 62미터 길이의 동체가 최대 24 센티미터나 늘어나는 정도였다고 한다.1969년 첫 출항에 성공한 후 1976년에 브리티시에어웨이즈는 런던-바레인, 에어프랑스는 파리-리오데자네이로 구간을 대상으로 상업비행을 시작하였는데 일반 항공기로 약 8시간이 걸리던 파리-뉴욕 구간을 3시간45분만에 운항할 수 있었다.

콩코드기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유선형을 유지하면서 폭이 좁고 길게 설계가 되어 탑승 인원이 100여명 밖에 되지 않고, 제트 엔진의 애프터 버너를 항상 켜놓고 가속하였기 때문에 연료비와 유지 비용이 높아서 항공료가 비쌀 수 밖에 없었다. 이코노미 좌석 값이 일반 여객기의 일등석 수준이어서 웬만한 사람들은 타기 힘들었지만, 시간 절약 외에도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므로 기류 변화가 적어 피로감이 덜하고 기내에서도 최상급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등의 장점으로 비즈니스맨이나 엘튼 존 , 엘리자베스테일러, 숀 코넬리와 같은 유명인들이 자주 애용했다고 한다.

2000년에는 New Millenium을 두 번 맞는 이벤트가 기획되기도 하였다. 파리에서 2000년 1월1일 새해를 맞고 0시30분에 샤를드골 공항을 출발하면 1999년 12월31일 22시15분에 뉴욕에 도착하여 두 번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이었다. 파리와 뉴욕간 시차가 6시간이므로 비행 시간인 3시간 45분을 빼면 뉴욕 시간으로는 2시간 15분 일찍 도착하는 셈이다. 항공료는 1000만원 수준으로 런던과 파리에서 각 1대씩 운항하여 200명만이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행사로 기획되었다.

콩코드기는 항공료가 비싸기는 했지만 24년간 무사고로 운항하였는데, 2000년 7월 25일 프랑스 파리 드골 공항을 이륙하여 뉴욕으로 가던 비행기가 이륙 3분 만에 추락하여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그전까지 가장 안전한 항공기라는 명성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사고 원인은 콩코드기 이륙 전에 다른 항공기에서 떨어져 나온 금속 조각이 활주로에 떨어졌고,이 것이 콩코드 항공기의 랜딩 타이어에 부딪치면서 나온 파편이 연료통을 강타하여 항공유가 새어 나오고 불이 붙어 추락한 것으로 판정되었다
사고 이후 항공기에 대한 안전 보완 초치를 하고 1년 후에 운행을 재개했으나, 추락에 따른 이미지 손상과 미국의 911 테러 여파로 인해 승객 탑승율이 50% 이하로 떨어져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2003년에 에어프랑스가 먼저 운항 정지를 결정하자 뒤이어 브리티시에어웨이즈도 콩코드의 운항을 완전히 중단하였다.

일반적으로 콩코드의 실패 원인으로, 막 취항하기 시작할 때 발생한 오일쇼크로 인한 손익구조의 급격한 악화, 높은 항공료, 2000년 파리 공항에서의 사고로 인한 콩코드기의 안전성에 대한 이미지 추락 및 세계무역센터 911 테러 등의 여파로 인한 급격한 승객 감소를 꼽는다.

초음속의 2배로 날아 운항 시간을 2배나 축소하면서 화려하게 출발했던 콩코드기는 최고의 속도를 화두로 고객에게 접근했던 매력적인 상품과 서비스였다. 전형적인 속도상품이며 세계 최초이고 유일하였다. 그렇다면 속도경영의 시각에서 볼 때 어디에 문제가 있었을까? 문제는 사업의 방향과 타이밍이었다. 고비용의 사업 구조, 높은 수준의 항공료로 인한 승객 확대의 제약 및 환경 문제 등이 개발 과정에서 노정이 되었지만,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지 못하고 그대로 진행되어 결국 운항을 시작한 후에 경영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사업방향이 잘못 설정되었을 때 빠르게 사업 추진이 되면 문제는 오히려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속력만 높였지 속도를 높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안전성과 같은 필수적 요구사항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품으로는 속도경영을 할 수 없다. 속도경영을 하기 위해서는최소한의 기본적인 요구사항이 충족되는 상품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1차적인 초음속 여객기의 상업화는 실패했지만, 비행시간 단축에 대한 열망은 근본적으로 남아 있어서 2차 초음속 여객기의 개발이 후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당초 콩코드기는 초음속 비행에서 발생되는 엄청나게 큰 폭발음인 소닉붐 때문에 공항에서 이륙해 바다로 나아갈 때까지는 초음속 비행을 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었고 이로 인해 연료의 소모가 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업계에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2020년대에는 초음속 여객기의 상용화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성공하면 콩코드1의 2배인 최대속도 마하 4.5로 운항하여, 현재 11시간 소요되는 인천공항-L.A. 구간을 앞으로는 3시간 조금 넘는 수준에 여행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항공료가 많이 비싸더라도 미국-유럽 구간이나 아시아-유럽, 아시아-미국 구간이 1일 여행권에 들어온다면 매우 매력적인 상품이 될 것이다. KTX 도입으로 경험한 것처럼 우리의 생활 패턴과 사고 방식이 달라지고, 비즈니스맨들이 이미 일본과 중국의 주요 도시를 1일권으로 출장 다니는 것처럼 외국과 국내의 구분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10년 이내에 미국이나 유럽을 당일 코스로 여행하는 시대가 도래할지 기대해 본다.

황경석 kyongshwang@gmail.com LG전자와 LG 디스플레이에서 경영자로 재직하였으며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속도경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경영전략 및 마케팅 분야의 컨설팅을 주로 하며 IT와 경영을 결합한 여러 저술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학원의 경제학과와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였고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중소기업 및 창업기업에 대한 경영자문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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