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사람보다는 쾌활한 사람이 좋다. 열등감 많은 사람보다는 당당한 사람이 좋다. SNS에 투덜거리는 일상을 적는 사람을 보면 기운이 빠지지만 즐거운 이야기를 공유하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겸손한 사람이 좋지만 지나치게 행동으로 나타나면 불편하다. 직장 상사나 스승, 부모가 그러하면 따르는 사람으로서 슬하의 자식으로서 눈치 보느라 제대로 된 입장을 표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신중함 때문에 프러포즈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평생 남에게 기회를 빼앗기며 살아갈 수도 있다. 그다지 신경 쓰지 못한 아주 사사로운 모습이나 자세 하나를 통해 주변인들은 본능적으로 당신을 평가할 것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취업에 성공한 사람이나, 사업에 성공한 사람, 사랑에 성공한 이들은 대부분 용기가 충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그러한 자세를 단순한 허풍이나 거짓된 몸짓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참 모습을 극대화시키는 진실한 존재감이라는 주장이 있다.

“프레즌스는 자기 이야기, 즉 자신의 감정, 믿음, 가치, 능력을 진심으로 믿는 데서 비롯된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제품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거나 팔아야 했던 경우 혹은 자신이 불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누군가에게 설득해야 했던 경우가 누구에게나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이럴 땐 답답하고 우울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느낌을 숨기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은 정직하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데 그 이유는 그가 정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프레즌스는 유능하지 않으면서 유능한 척하는 위장술에 관한 게 아니다. 자신이 진짜로 가지고 있는 능력을 신뢰하고 또 이것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표현하는 걸 가로막는 일체의 장벽을 부수는 것이며, 자신이 진정으로 유능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 45쪽

에이미 커디가 설파하는 프레즌스(Presence)란 사전적 의미와는 살짝 다른 개념이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황당한 신념도 아니며, 허풍이나 위세, 종교와는 격이 다른 신체의 과학이다. 위축되지 않은 본연의 모습으로 자신의 진정한 생각, 느낌, 가치 그리고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자세를 통해 최고의 심리 상태를 만드는 과학이다. 실패의 기억도, 잘 풀리지 않을 거라는 불필요한 걱정도 배제한 뒤 오로지 현재에 집중하는 당당한 몸짓에서 우러나오는 자신감,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 불안감은 줄어들고, 자존감이 극대화 된 상황에서 오로지 현재에 몰입하고 집중하여, 상대방의 마음도 보다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운의 실천자가 되고 싶지 않은가? 거창하고 대대적인 변화가 아니라 일상에서 자세나 태도 같은 신체언어를 조금씩 바꿔 스스로를 자극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감과 평정심의 몰입이 이끌어내는 몸짓과 함께 나타났다 금방 사라지는 현상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지금 순간, 당신은 어떤 자세로 이 글을 읽고 있는가? 어깨를 쭉 펴고 당당하게 읽는가 아니면 소극적인 자세로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읽는가? 프레즌스 확보에는 단지 몇 가지 당당한 자세를 2분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마치 원더우먼처럼 허리에 손을 얹고 당당하게 서있는 자세, 양손으로 책상을 짚고 허리를 쫙 편 자세, 회의실 의자에 앉아 옆 자리 의자에 팔을 올려놓는 자세, 한쪽 다리를 반대편 무릎 위에 올려놓고 손을 머리 뒤로 감싸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자신의 자세가 혹시 어색한가? 홀로 있는 사무실에서 남 의식하지 말고 책상 위에 거만하게 다리를 올려놓은 모습은 어떠한가?

단 2분! 그것은 회의실 안으로 걸어 들어가기 직전 2분, 면접이 시작되기 전 2분, 연봉 협상이 시작되기 전 2분, 9회말 공격이 시작되기 전 2분, 데이트 신청 전 2분과 같은 바로 그런 2분이다. 마음이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마음을 돕는다. 프레즌스를 시도한 사람들은 알파 남성의 상징인 테스토스테론 증가와 스트레스 호르몬의 핵심인 코티졸 수치 감소라는 두 가지 명확한 변화로 강력한 정신력을 발산한다. 자신의 진정한 생각, 느낌, 가치 그리고 잠재력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조성된 심리상태에서 최고의 자신으로 머물게 하는 바로 그것이 프레즌스다.

“이 모든 연구 결과는, 아주 잠깐의 시간을 들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가장 깊은 자아와 접촉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보통 종이에 글로 쓰는 방식이 될 것이다. 그런데 가장 효과적인 자기가치 확인은 진실에 기초해야 한다. 최고의 참다운 자아, 즉 최고로 대담한 자아는 마음을 가다듬거나 ‘나는 이 과제를 누구보다 잘한다’ 혹은 ‘나는 승리자다’ 같은 말을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다. 최고로 대담한 자아는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와 덕목 그리고 힘들에 온전하게 접속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행동과 반응으로 이런 것들을 자동적으로 또 성실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깨달음과 함께 나타난다. 자기 자신을 믿는다는 것은 바로 이를 의미한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말하자면, 자기가치 확인은 자기 이야기를 자기 자신에게 선명하게 밝혀 자신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 속에서 진정한 자아가 나타날 것임을 믿는 연습인 셈이다.” - 80쪽

저자는 대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외상성뇌손상, 구체적으로 다발성신경손상이라는 심각한 진단을 받았다. 지능이 낮아지고, 기억력과 말과 행동 등에서 전혀 다른 존재로 세상에 내던져졌다. 의사는 물론 부모님과 친구들, 교수님의 동정심과 주변의 만류 속에서 남보다 더 많은 노력을 통해 불가능할 것이라던 대학졸업장을 남보다 늦게 겨우 받아 쥔 그녀의 집념은 감동적이다. 바보가 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상황에서 그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뒤늦은 대학 졸업과 검증된 절차에 따라 쟁취한 일터에서도 불안감은 떠나지 않는다. 혹시 자신이 과대평가된 것은 아닌지 갈등하고 고민하던 중에 어떤 자신감 없는 학생을 위로하고 조언하다가 발견하게 된 또 다른 자신의 모습. 자신의 체험과 주변의 현상들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로 명성을 확보한 에이미 커디의 이야기는 명쾌하다. 사회적인 힘과 개인적인 힘의 차이, 자세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 호르몬에 따른 자존감의 변화 등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분석한 심리 이론이 바로 프레즌스다. 그것은 자기 객관화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에게 확신을 주는 능력도 필요하다. 흠모의 대상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 엉뚱한 실수를 한다든가, 고객에게 상품의 가치와 거래의 당위성을 설명할 때 주눅이 들어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인간적이라는 평가만으로 정리하기엔 아쉽다. 잃어버린 기회를 후회하면서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떤 중요한 만남과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선택의 기회에서 너무도 소심한 나머지 근심과 걱정으로 주눅 든다면 그 미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의 말썽과 문제점을 고민하다가 청춘을 낭비한 기억들이 충분한 매우 인간적인 사람으로만 기억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끔 멍 때리고 있다가 혼잣말을 하면서 후회하는 시간들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때 이렇게 말을 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저렇게 행동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복기하느라 종종 혼자 머리를 쥐어뜯기도 한다. 가장 집중해야 할 순간에 집중력을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프레즌스가 필요한 시간에 말이다.

“보톡스 주사가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최초의 증거는 2009년 연구에서 나왔다. 주름살 때문에 이마에 보톡스 주사를 맞은 여성의 우울증 지수를 화장으로 주름살을 가린 여성의 우울증 지수와 비교한 연구였다. 비교대상자는 모두 7일 전에서 3개월 전까지 보톡스 주사를 맞거나 화장 요법을 시술받은 사람들로 한정했다. 그 결과 보톡스 시술을 받은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짜증, 우울 그리고 불안의 측정치가 훨씬 낮았다. 두 집단이 자기 매력을 스스로 평가한 점수가 거의 다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이 발견 내용은 매혹적이긴 하지만, 해석하기가 꽤 까다롭다. 연구자들이 비교대상자들을 각각의 집단으로 배정하는 과정이 무작위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또 비교대상자들의 짜증, 우울 그리고 불안에 대한 과거 측정치가 없기 때문이다.” - 271쪽

권력자의 미용시술이 톱뉴스가 되는 나라에 살다보니 보톡스에 관한 내용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정한 얼굴 표정이 그 표정에 해당되는 감정을 유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얼굴 표정을 방해할 때 해당 감정을 차단할 수도 있다는 발견이다. 사람이 얼굴을 찡그리면 다윈이 ‘슬픔의 근육들’이라고 불렀던 이마의 특정 근육들이 활성화된다는 점인데, 보톡스 주사가 이 근육들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이마와 미간의 주름을 줄여주고, 이 일시적인 마비 현상은 또한 얼굴 근육에서 뇌로 이어지는 피드백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우리는 은퇴한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의 아우라가 전성기와 다르다는 것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똑같은 사람인데, 시간과 상황에 따라 달라 보이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국회 청문회에 나와서 증언하는 기업인의 비겁한 모습이나, 스스로 판 함정에 빠진 지도자의 표정은 얼마나 초라한가.

자신만의 공간이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육체적으로 건강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건 없건 프라이버시가 보장되건 말건 상관없이 그저 자기가 원더우먼이라고 혹은 슈퍼맨이라고 상상만 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하다. ‘당신이 현재에 몰입해 있을 때는 사람들이 당신에게 자신의 참다운 자아를 드러내고 싶은 열망을 갖게 됩니다. 당신은 그저 그 자아를 보여 달라고 말만 하면 됩니다. 이럴 경우 그 누구도 비밀을 고집하려 들지 않죠.’라는 배우 줄리언 무어의 이야기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꾸며질 수 없는 참다운 자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은 자기 자신 외에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에 집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이러저러하게 판단하거나 위협하는 것에 대해 신경을 덜 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잘 듣고 반응을 할 수 있어야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신경 쓰는 건 오히려 비생산적이다. 그만큼 파괴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감이 갉아 먹히고 또 그 순간에 진행되고 있는 일을 포착하는 능력이 방해받는다. 강력한 자세를 단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자신이 처한 환경이 어떤지 집착하지 않고 또 무엇인가로부터 위협을 받는다거나 낯선 사람들에게 지배를 받는다거나 하는 느낌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 현재 진행되는 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 - 355쪽

지위가 낮은 사람일수록 '나'를 많이 쓰는 습관이 있고, 무력한 자세를 취하는 사람일수록 말을 할 때 ‘나’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는 발견이나, 무력한 자세를 취한 사람들이 일인칭 대명사를 보다 많이 사용한다는 것은,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려는 사람들의 여러 판단을 말로써 밀어내고 자신에게 유리한 판단만 수용되도록 함으로써 부정적인 평가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욕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 책 속에서 유독 로라 박이나 서울대 대학원생 재미니 권, 케임브리지대학 심리학자 이은희와 같이 한국인이나 한국계 연구자들을 발견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독자로서의 본인도 민족주의자적인 욕망의 결과가 아닐까 되돌아보게 했다. 페이스북 사용자의 언어 습관을 분석한 빅데이터를 보니 유독 ‘나’와 ‘내가’를 많이 사용했던 적이 있어서 의식적으로 그러한 표현을 자제했던 일이 있는데 그렇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진정한 자기 발견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2012년 테드 특강(http://bit.ly/2h7Qprm)을 통해 지금 현재까지 조회 수가 3,800만에 육박하고 있다. 영어 강연이지만 자막 설정을 한국어로 변경하면 된다. 그 자신 극복하기 힘든 절망적인 교통사고를 통해 나락으로 추락한 뒤 자존감을 잃고 방황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청중을 감동시킨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간단하고 명쾌한 이론이 너무도 묵직하고 두꺼운 500쪽의 책으로 출간된 것이 아닐까 싶다. 책의 권위일까? 어쩌면 책이 풍기는 자세 혹은 신체습관(?)이 또한 주장하는 바의 실천일지도 모르겠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무력감에 시달리는 시대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스캔들로 나라가 시끄럽고, 시민들의 무력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절망적인 표현에 익숙한 한숨만 쉬던 사람들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혁명에 깜짝 놀라고 있다. 늦가을에 2만 명이 처음 시작한 광화문 촛불집회가 수백만 명 규모의 전국행사로 퍼져나가면서 우리들은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다. 촛불혁명이 차기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 넘친다. 현장에서 느끼는 사람들의 표정, 자신감 그것을 집단적인 프레즌스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해석되고 모두에게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겠지만 ‘힘은 소수에게 집중되어서는 안 되면, 무력함이 그렇게나 많은 다수를 사로잡아서도 안 된다’던 매기 쿤의 발언을 복기하며 프레즌스를 읽었다. ‘이뤄질 때까지 이뤄진 것처럼 행동하라’는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오래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안중찬 ahn0312@gmail.com (주)교보피앤비 기획실장 / 장거리 출퇴근의 고단함을 전철과 버스 안에서 책 읽기로 극복하는 낙관적이고 사교적인 생활인이다. 컴퓨터그래픽과 프로그래밍 분야 11권의 저서와 더불어 IT칼럼니스트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엔지니어 출신으로 한 권의 책에서 텍스트, 필자, 독자 자신을 읽어내는 서삼독의 실천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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