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를(아무리 이전 보다는 많이 마신다고 해도)주식이라고는 할 수 없는 한국인들에게는 이 표현이 참으로 낯설 것 같다. 그러나, 우유를 일상적으로 마시던 서구인들은 우유는 그대로 두어도 균질화(homogenization) 과정을 거치며 우유에서 가장 기름기가 많은 부분이 위로 뜬다는 것, 혹은 우유를 커피 등에 부으면 역시 위로 뜬다는 것을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익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표현은 프랑스어의 crème de la crème 즉, cream of the cream ‘크림중의 크림’이라는 표현에서 비롯되었다. 이 표현은 ‘어떤 것들 중 최고’라는 의미로’에서 18세기에 영어로 넘어왔고 이후 프랑스어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잘 쓰이지 않게 되었지만 영어에서는 cream of the crop이라는 표현으로 ‘최고의 것’이라는 의미로 살아 남았다. 이 표현은 발전해서 like the cat that got the cream ‘크림을 얻은 고양이처럼’ 이라는 표현이 생겨 났는데, 이는 누군가 혼자 기뻐하거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이면‘ 마치 크림을 얻은 고양이처럼 좋아하네’라는 맥락에서 사용한다. 더 나아가서 The cream always rises to the top 이라는 표현도 생겼는 데, 이는 실력을 갖춘 이 혹은 위대함을 갖춘 이는 결국 위로 부상하게 된다는 뜻으로 쓰인다.

현대에서는 경영 쪽의 조직관리에서 이 표현을 가져다, 훌륭한 인재는 결국 그 실력을 발휘하고 인정을 받아 기업의 사다리를 올라가(climb the corporate ladder) 조직의 리더로 부상하게 되어 있다라는 의미로도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경영관련 자기계발 서적에서는 먼저 Be the cream 당신이 먼저 훌륭한 인재가 되어라, 그리고 Rise to the top 위로 부상하라, 또 그리고 나서 Stay at the top until the retirement 은퇴 시까지 위에 머물라고 하며 ‘how to be the cream’ – 최고의 인재가 되는 법 등의 자기계발 메시지를 던지곤 한다.

현실이 이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긍정적인 메시지들을 읽으며 혼자 정신 승리를 하기엔 때로는 현실은 너무도 시궁창같이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림이 위로 떠오른다는 말에 대한 패러디 표현들도 보인다. 특히 조직에서 아래에 있는 이들이 이런 패러디를 많이 하곤 한다. 이들에 따르면, 우리가 몸담은 조직 혹은 사회는 시궁창 혹은 오수가 모이는 구덩이는 cesspool과 같고, 여기에서는 크림이 아니라 the largest chunks of fecal matter rise to the top 즉, 가장 큰 똥 덩어리가 위로 뜬다고.

한 사회의 리더를 보며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기 마련이다– 저 리더는 크림인가 아니면 똥 덩어리인가. 만약 리더에게서 찾아 볼 역할 모델이 별로 없다면, 크림이 아닌 크나 큰 똥 덩어리라면, 그를 보며 크림이 되는 법을 따라 살아 가야 한다면 참으로 삶이 고되지 않을 수 없다.

Joyce Park rowanee@naver.com 필자는 영어를 업으로 삼고 사람에게 가서 닿는 여러 언어 중 영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어 교재 저자이자 영어교수법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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