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상당기간 영업적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없다. 이익을 창출하기는 더 더욱 불가능하다. 투자가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매출이나 이익과 같은 영업현금 흐름이 없거나 마이너스라면 어떻게 기업을 유지하고 운영해 나갈 수 있을까? 현금은 혈액과 같아서 혈액이 멈추면 생명도 멈춘다. 현금흐름이 멈춘다면 기업은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단계의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투자나 대출과 같은 재무현금흐름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용이나 담보를 전제로 하는 대출은 초기기업이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너무나 분명하다. 초기단계 스타트업이 금융기관 대출조건을 충족하는 신용과 담보제공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정책적 차원의 대출제도는 적절히 이용할 수 있지만 이는 기업의 신용과 사업능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대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사업의 혁신성과 미래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투자유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투자유치 방식의 자금조달이 현금흐름의 유일한 주요 자금원(source of capital)이기 때문이다.

투자유치를 위해 사업계획을 세울 때는 투자에서 회수(EXIT)까지 전체 계획을 몇 개의 사업단계로 나누어서 제시하는 방법을 쓴다.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사업단계는 결국 자금조달의 단계이기 때문이다. 즉, 사업단계가 자금조달단계이고, 단계별 사업계획이 단계별 자금조달계획이기 때문이다. 투자유치 방식의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전체 사업의 비전과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하고 실현해 나가는 위한 몇 차례의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해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각 단계별 소요자금을 추정하고 이에 대한 실행목표 또는 성과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일차적인 작업이다. 즉, 각 단계별로 어떠한 사업진행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실행하기 위한 자금소요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더불어, 이러한 투자를 통하여 그 단계에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성과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일반기업과 달리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시장의 진입 가능성 등을 위한 투자적인 자금소요가 크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는 성과목표가 매출이나 수익성 등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금조달 시 얼마의 자금이 왜 필요하고 이를 무엇에 어떻게 사용하여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에 관해서는 전체적인 계획은 물론 단계별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사업계획이 인정되어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재무계획과 투자유치전략을 사업모델과 사업계획에 맞게 제대로 수립하는 것은 스타트업 CFO의 핵심역할 중 하나이다. 스타트업 CFO는 성공적으로 투자유치를 하기 위해 CEO 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자신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발휘해야 한다. 이는 사업이 멈추느냐 아니면 계속 가느냐의 문제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CEO도 물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재무나 자본시장을 아는 CEO라면 파트너십을 발휘하기가 수월할 것이다.

하지만, CEO가 엔지니어 출신이거나 재무를 잘 모르는 경우라면 이를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CEO가 최선을 다하겠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고 최선을 다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까지 감안하여 CFO는 투자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특히 초기단계 스타트업에게 있어서는 투자유치를 통한 자금조달이 현금흐름의 유일한 자금원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모두가 환호하고 기뻐할 것이다. CEO는 물론 스타트업 CFO 스스로도 큰 성취감과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는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주변에서도 축하와 더불어 성공의 찬사를 쏟아낼 것이다.

하지만, 이때 스타트업 CFO는 냉정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다음 단계를 위해 자신들이 제시한 계획과 목표를 실행중심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현금소진율을 점검해 봐야 한다. 투자유치를 성공한 날 해야 하는 일이 현재의 상황대로라면 언제 현금이 소진될 것인지 점검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조달한 자금을 계획대로 집행한다면 현금이 고갈되는 기간은 얼마나 걸리며 언제 다 소진되는가? 그리고, 기본적인 현금소진율에 몇 가지 상황과 조건의 변수를 가정하여 시나리오를 작성해 봐야 한다. CFO는 알지 않는가? 모든 활동과 시간은 현금을 소진한다. 아직 사업모델과 구조를 갖추지 않은 상태라면 이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사업구조를 갖춘 단계라도 사업으로서 입증되기 전이라면 미래 현금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점검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스타트업은 초기단계 현금유입이 외부자금조달에 의존하고, 일반기업과 달리 자금회전율이 길고, 판매와 현금흐름 간에는 상당한 시간차가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지 않으면 자금고갈이 생각보다 빨리 나타난다. 자금이 없던 경험에 익숙한 조직에 자금이 들어오면 이를 제대로 관리운용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최악의 경우에는 급속한 성장에 수반되는 자금이 제 때 조달되지 않아 소위 흑자도산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 CFO는 자금조달 이후에 더 더욱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 향후 자금집행 계획과 현금소진율을 바탕으로 이루어야 할 목표를 점검하고, 다음 단계 투자유치 계획과 전략을 수립하여 추진해 나가야 한다.

성공적인 자금조달 이후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자금을 제대로 집행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투자를 유치할 때 제시한 계획과 목표를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 제시한 자금계획을 무시하고 임의적으로 집행해서는 안 된다. 스타트업 CEO의 일반적인 오류는 '돈만 있으면 되는데...'라는 생각이다. 자신의 사업모델에 대한 기대감과 주관적 성공확신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돈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그런데 정작 자금이 확보되면 이를 제대로 집행하여 약속한 목표를 입증하고 달성하여 단계적으로 기업을 성장시켜 하는 핵심을 지키기는 정말로 쉽지가 않다. 더구나 사업적으로 돈을 써보거나 관리해 본 적이 없는 경우에는 십중팔구 잘못되기 쉽다. 경험이 없거나 재무관리 개념이 없는 CEO가 돈은 항상 없어서 문제이지 실제로 있을 때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어렵다. 이를 보완하면서 자금집행이 올바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스타트업 CFO의 핵심 역할이다. 핵심기술개발이 주된 계획이면 이를 위해서 자금을 집행해야 한다. 시장침투가 주된 계획이면 거기에 자금을 집행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상황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자금이 조달 된 이후에 CEO의 자의적 판단으로 지나치게 임의적으로 집행하는 경우에는 목적성 자금으로서의 집행을 벗어나게 되고 산만해진다. 또한, 최고의 시설이나 장비에 대한 욕심이나 무분별한 비용성 경비 지출현상 등은 위험을 가속화한다.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거나 잘못 쓰면 위험해진다. 즉, 비즈니스 마인드가 없는 자금사용은 필히 불행을 초래한다.

철저하게 비즈니스 마인드와 목적에 기반하여 돈을 써야 한다. 스타트업 CFO는 CEO와 조직구성원들이 비즈니스 마인드에 기반하여 돈을 쓰도록 해야 한다. CEO와 조직구성원들이 약속한 목표에 집중하여 재무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타트업 CFO는 이에 대해 분명한 역할인식을 가져야 한다. 절대로 돈을 잘 못 쓰는데 동조하거나 방관하거나 체념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스타트업 CFO의 직을 걸어야 한다.

심규태 ktshim@cfoschool.com 2000년부터 한국CFO스쿨을 통하여 CFO 직무와 역할을 본격적으로 한국에 도입하였으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성공을 위해서는 CEO의 기업가 정신과 제대로 된 CFO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재무적 기업가치창출 경영을 위해서는 유능한 CFO 육성과 CEO 재무리더십 강화를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CFO스쿨 대표이자 부설 스타트업 아카데미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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