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증강현실 스마트폰이 국내도 출시됐다. 레노버와 구글, 퀄컴이 합작해 설계한 ‘팹2프로’다. 6일부터 자급제 형태로 지마켓을 통해 단독 판매된다. 가격은 59만9000원이다. 미국 출시가격이 499.99달러임을 감안했을 때 적정한 가격이 책정됐다.

한국레노버는 5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글의 증강현실(AR) 기술인 탱고를 탑재한 스마트폰 ‘팹2프로’를 국내 정식 공개했다. 현장에서는 많은 수의 ‘팹2프로’가 사용자를 반겼다.

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 정식으로 진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팹2프로’를 스마트폰이라기보다는 ‘패블릿’으로 봐달라는 말을 강조했다. 의미를 되짚어보면 기존 스마트폰과 선을 긋는 동시에 ‘패블릿=증강현실’이라는 도식을 밀어 붙이기 위한 포석으로 판단된다.

강 대표는 “한국레노버는 PC와 태블릿, 패블릿이라는 3개의 제품군을 운영 중이다”라며, “패블릿은 타 스마트폰과 달리 독트간 포지션을 가질 수 있는 디바이스”라 소개했다. 마치 삼성전자가 ‘패블릿=노트’ 도식을 앞세운 것과 비슷하다.

실제로 접한 ‘팹2프로’는 생각보다 꽤 크다. 화면 크기가 6.4인치다. 국내 정식 출시된 6인치대 스마트폰은 많지 않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3년 출시한 ‘갤럭시메가’가 6.3인치였다. 해외구매대행으로 판매된 소니 ‘엑스페리아ZU’가 6.44인치로 비슷한 크기다. 한 손에 잡히기는 하지만 손이 작은 사용자라면 버거울 수 있다. 한 손에 들면 묵직한 무게가 따라온다.

6.4인치 패널은 2560x1440 해상도를 구현한다. 지능형 어써티브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변 조명에 따라 최적화된 화질을 보여준다. 강 대표에 따르면 전력효율을 적게는 20%에서 최대 50%까지 절약해준다.

화면 크기에 대해 강 대표는 “구글과 탱고 프로젝트를 첫 시연할 때 약속한게 있다. 6.5인치 이하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6.4인치를 채택했다”며, “2.5D 글래스를 입혀 화면 엣지 부분을 곡선처리해 매끄럽게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좌우측을 둥글게 말아올렸다.

‘팹2 프로’의 백미는 카메라다. 후면에는 총 3개의 카메라가 자리하고 있다. 가장 상단에 위치한 카메라는 기본적인 1600만 화소 RGB 카메라다. 하단에는 심도를 인식하는 카메라, 따로 떨어져 있는 중앙 카메라는 어안렌즈가 붙은 카메라다. 3개의 카메라는 주변의 물건이나 공간을 초당 25만회 이상 측정하는 센서와 함께 움직인다.

탱고는 구글이 개발한 센서 및 소프트웨어의 집합이다. 핵심 기술은 모션 트래킹(Motion Tracking), 심도 인식(Depth Perception), 공간 학습(Area Learning)이다. 3종의 기술을 통해 3D 환경에서 자신의 위치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주변의 표면과 장애물을 분석해 시각화한다.

즉,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모은 데이터를 고성능 프로세서가 계산해주고, 디스플레이나 기타 출력장치를 통해 결과물을 표시해주는 방식이다.

이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레노버는 ‘팹2프로’ 바탕화면에 각종 탱고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배치해뒀다. ‘라이즈’, ‘홀로’, ‘AR홈디자인’, ‘도미노월드’ 등이 설치돼 있다. 이것저것 눌러보고 직접 체험해봤다.

일단 애플리케이션 로딩 시간이 꽤 길다. 작동을 하더라도 주변을 인식하기 때문인지 또 시간이 걸린다. 세월이 지날수록 스마트폰 속도가 꽤 올라왔기에 답답함이 배가된다. 한꺼번에 많은 트래픽이 몰려 와이파이가 느렸을 수도 있으나 느려도 너무 느리다.

체험 시간이 적었을 수도 있지만 일단 증강현실을 즐기기가 쉽지 않다. 간혹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카메라 AR모드는 작동을 하지 않는다. 캐릭터들이 화면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AR홈디자인’ 앱의 경우 최소한의 빈 공간을 유지하고 있어야 각종 가구를 불러올 수 있다. 그나마 ‘도미노 월드’를 원활하게 작동한다. ‘울드(Woorld)’는 증강현실 인식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데, 화면에 뿌려진 물음표들이 사라지면서 공간을 인식했음을 알려준다.

‘홀로(HOLO)’ 앱 때문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카메라 구동 상황에서 주변에 캐릭터를 위치시킬 수 있는 앱이다. 레슬러 캐릭터를 선택해 화면에 배치하자 갑자기 짐승 같은 소리를 지르는 통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현장에서는 SK텔레콤의 ‘T리얼’ 플랫폼으로 구현된 각종 증강현실 서비스도 이용 가능했다. 그 중에서 ‘Whole New AR Mobile RPG game’은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주변을 무대로 활용하면서 사용자가 보유한 캐릭터로 경쟁하는 게임이다. 이 밖에도 태양계, 전기차, 의학정보를 증강현실을 통해 구현하는 시연이 이어졌다.

잠깐의 경험이었지만 증강현실을 위한 최적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물론 ‘팹2프로’는 탱고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첫 상용 스마트폰이고 각 앱마다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하지만 사용상에 어려움이 따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비스 안정화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구글 플레이에는 30여개의 탱고 앱이 등록돼 있는 상태다.

‘팹2 프로’는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함과 동시에 돌비 오디오 캡처 5.1를 지원한다. 노이즈 캔슬링을 지원하는 3개의 마이크가 내장돼 있다. 360도 입체 사운드를 녹음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 디바이스다.

배터리 사용량은 4,050mAh다. 증강현실을 구동시키기 위해서는 카메라와 각종 센서, 애플리케이션이 동시 구동돼야 해 전력효율이 뒷받침돼야 한다. 스마트파워매니지먼트를 통해 전력효율을 높였으며, 퀄컴 퀵차지를 지원해 빠른 충전을 도모할 수 있다.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모바일AP는 퀄컴 스냅드래곤 652 프로세서다. 구글 탱고 프로젝트에 맞게 커스텀됐다. 개발 기간이 약 1년 정도가 소요되면서 당시 최적의 모바일AP를 선택해 재설계했다는게 레노버 측의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스냅드래곤 810에 준하는 성능을 보여준다.

두께는 8.9mm로 알루미늄 유니바디 디자인으로 설계됐다. 후면 중앙에는 지문 스캐너가 배치돼 있다. LTE를 지원한다. 저장 용량은 마이크로SD 슬롯을 통해 확장 가능하다.

김문기 기자 (moon@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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