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충격이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치열했던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며 미국의 제 45대 대통령이 된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9.11 테러 사태 이후 미국에서 가장 큰 충격이라 생각하며, 그때처럼 온 나라가 안개 속에 빠졌다. 필자는 트럼프가 당선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고 워낙 반감이 커서 트럼프에 대해서 아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선거 후에 그에 대해 조금 알아보고 이른바 ‘트럼프 코드’를 약간은 이해하게 되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트럼프 코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트럼프 코드’는 세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것은 ‘뉴욕’, ‘부동산’, 그리고 ‘사장’이다.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이지만, 독특한 문화가 있다. 다섯 자치구로 나뉘어져 있고 각각 역사와 문화가 다르다. 중심에는 가장 유명하고 부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맨해튼(Manhattan)이 있고 그 주변에 브루클린(Brooklyn), 퀸스(Queens), 브롱크스(the Bronx), 그리고 스태튼아일랜드(Staten Island)가 있다. 주변 네 개 구역은 흔히 '변두리 구'라고 불리며 화려한 맨해튼의 그늘 밑에 있다. 최근 브루클린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일기 시작하며 상업화되면서 조금 달라졌지만, 다른 구역은 여전히 '변두리 구'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트럼프는 ‘변두리 구’에 속하는 퀸스의 부유한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트럼프가 부유한 집안에 태어났지만, 맨해튼의 엘리트 출신은 아니었기 때문에 일종의 열등감이 있었다. 맨해튼의 엘리트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서 돈을 모으고 결국에 맨해튼 중심지인 5번가에 오래된 백화점 건물을 부수고 지배의 상징인 높은 건물을 올렸다.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서 무한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부를 축적하고 과시해 왔다. 하지만 내재된 열등감 때문에 비난이나 공격을 받을 때 감정적으로 반격하는 성향이 짙다.

다음은 부동산. 트럼프의 아버지는 부동산 임대 사업 중심으로 돈을 벌었다. 트럼프가 아버지의 재산을 활용해 부동산 관리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트럼프’라는 부동산 브랜드를 만들었다. 부동산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거래를 잘해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거래에 능하다. 땅을 사고 무슨 건물을 짓거나 팔거나 혹은 임대하는 사업은 늘 거래의 중심이 ‘이익’이다. 그는 ‘이익’을 남기는 거래에 능한 사람이다. 게다가 뉴욕, 그 자체가 사업 중심으로 커진 도시이기 때문에 트럼프는 이 지역의 사업에서 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 얼마의 이익을 남기느냐에 중심을 두었다.

트럼프 그룹
트럼프 그룹

마지막 코드가 ‘사장’이다. 트럼프가 설립한 ‘트럼프 그룹’은 주식회사가 아니라 개인 회사이다. 규모가 크지만 주식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공공성이 떨어진다. 더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회사의 이사회가 뽑은 고용 사장이 아니라 ‘오너’이기 때문에 자기 세계의 왕이다. 그래서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타고난 사업가의 기질을 갖고 있어 사업에 있어서는 검토를 신중하게 한다. 그러나 검토 후의 실행과 추진력은 빠르다. 그리고 오너 사장이라는 점에서 고용 사장보다는 선택이 자유롭기 때문에 관대한 부분도 있다.

트럼프 그룹의 오너 사장으로서의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 그룹의 오너 사장으로서의 도널드 트럼프

그렇다면 이러한 트럼프가 어떤 대통령이 될까? 그리고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직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마을 활동가 출신이기 때문에 이슈 중심으로 생각하고 이슈를 통해서 사회 변화를 이루고자 했다. 지역 주민과 소통이 중요하고 ‘세’를 과시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오마바는 연설을 잘하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와 달리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고 거래를 잘하는 오너 사장이다. 오바마가 주변에 관심이 있는 이슈를 위해서 열심히 싸우는 활동가라면 트럼프는 이익이 될 만한 거래를 찾는 철저한 사업가이다.

물론 사업가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가 정계 경험이 많지 않고 선거 운동 기간에 수많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상처를 줬기 때문에 불안한 요소가 많다. 대통령은 특정한 사회 구성원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 구성원의 보편적인 안녕과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그가 원하는 ‘위대한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다면 홀로가 아닌 함께 가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회와 같은 국가를 구성하는 다양한 기관과 합치하는 정치의 길을 가야할 것이다. 게다가 좋든 나쁘든 미국이라는 나라의 국력을 잘 고려해 세계의 미래도 생각해야 한다. 트럼프가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지 앞으로 지켜봐야 되겠다.

로버트 파우저 robertjfouser@gmail.com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미시간대에서 일어일문학 학사 및 응용언어학 석사,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에서 응용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와 일본 교토대에서 영어와 영어교육을 가르쳤고, 일본 가고시마대에서 교양 한국어 과정을 개설해 가르쳤다. 한국 사회를 고찰하면서 한국어로 ‘미래 시민의 조건’, ‘서촌 홀릭’을 출간했다. 취미는 한옥과 오래된 동네 답사, 사진촬영으로 2012년 종로구 체부동에 ‘어락당(語樂堂, 말을 즐기는 집)’이라는 한옥을 짓기도 했으며, 2016년 교토에서 열린 ‘KG+’ 국제 사진전시회에 사진을 출품했다. 현재 미국에서 독립 학자로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어로 ‘외국어 문화사’를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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