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이 매력적인 운동이라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계절 모두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어떤 운동은 계절에 따라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마라톤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계절마다 그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 계절별로 다른 모습과 느낌으로 와 닿는 마라톤은 팔색조의 얼굴을 한 운동이랄 수 있다.

달리기 가장 좋은 계절은 봄과 가을이다. 전국에서 열리는 대형 대회는 모두 봄과 가을이 한창일 때 치러진다. 중소규모의 대회들도 봄과 가을에는 주말, 휴일마다 개최된다. 그런데,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기간은 여름과 겨울이다. 봄과 가을에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려면 여름과 겨울에 준비 해야 한다. 계절과 상관없이 달릴 때 거리가 크게 다르지 않는데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 달릴 때 느낌은 사뭇 다르다.

따뜻한 봄의 달리기
봄의 시작은 어디일까? 많은 사람들이 새해가 되면 많은 목표를 세운다. 금연이나 운동과 다이어트 등 굳은 마음을 세우곤 한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결심 하더라도 겨울에 야외에서 달리는 것은 초보자들에게는 쉽지 않다. 봄이 되어야 활동이 편하다 느끼고 야외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개나리가 피어나고 만물이 살아 숨쉬기 시작하는 따뜻한 봄을 느끼며 달리는 기분은 참 좋다. 그래서, 필자는 달리기 좋은 날씨가 됐을 때 봄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봄에는 달리기 적당한 날씨 좋은 날이 많다. 야외에서 달려도 춥지 않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 땀도 많이 나지 않는 계절이다. 그런데, 그 좋은 날에 불청객이 있다. 황사와 미세 먼지이다. 달리는데 공기의 상태는 큰 변수 중 하나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 앱으로 날씨를 확인하고, 창문을 열고 날씨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한다.

사는 곳이 서울 숲 근처인데, 창문을 열면 강남이 한눈에 보인다. 맑은 날은 잠실 쪽에 우뚝 솟아 있는 롯데월드타워가 선명하게 보이는데,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롯데월드타워가 흐릿하게 보이거나 전혀 보이지 않는 날도 있다. 달릴지 말지는 롯데월드타워가 보이는 것으로 정한다.

맑은 날과 흐린 날
맑은 날과 흐린 날

롯데월드타워가 선명하게 보이면 달리러 나가고, 전혀 보이지 않으면 나가지 않는다. 애매한 때가 롯데월드타워가 흐릿하게 보이는 때인데, 이때는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황사, 미세먼지 알림을 보고 결정한다. 대기 상태 알림 서비스를 신청해두면 대기 상황을 문자로 알려준다. 경고나 주의 메시지가 오면 달리지 않고, 메시지가 없으면 달린다. 미세먼지 알림 서비스는 서울특별시 대기환경 정보 사이트에서 신청 하면 된다. (http://cleanair.seoul.go.kr/safety_guide.htm?method=ysand3)

미세 먼지 알림 서비스
미세 먼지 알림 서비스

달리기를 한다는 것은 건강을 위한 것인데, 황사와 미세먼지를 마시면서 달릴 필요는 없다. 마라톤은 유산소 운동이지만 강도가 높아 달릴 때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호흡 횟수가 잦아지고 깊은 숨을 쉬게 된다. 맑은 공기에서 달리기를 하면 폐 속 깊숙이 맑은 공기를 밀어 넣기 때문에 폐 건강에도 좋은데,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반대이다. 폐 속 깊숙이 황사와 미세먼지를 밀어 넣는 것으로 좋지 못 하다. 한번은 황사 경보가 발생했을 때 달려보았는데, 평소보다 기록도 안 좋고 달릴 때 힘도 더 들었다. 그 후로는 황사,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달리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집 앞을 달릴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미리 신청한 대회의 경우에는 고민이 된다. 마라톤 대회는 대부분 2~4주 전에 신청을 마감하는데, 대회가 일주일정도 남았을 때는 취소와 환불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대회 당일이 되어야 날씨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날씨가 안 좋은 경우에는 난처한 경우가 발생한다.

필자의 경우 대회 당일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할 경우에는 미련 없이 대회를 포기한다. 덥거나 춥거나, 또는 비가 오는 경우에는 대회 참가를 강행하나, 미세먼지는 이야기가 다르다. 참가비가 아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세먼지를 마시면서 달리는 것 보다 달리지 않는 것이 건강에 더 낫다.

무덥고 땀이 많이 나는 여름 달리기
여름철에는 낮에는 더워 주로 새벽과 저녁에 달린다. 여름에는 새벽 5시 정도에 여명이 밝아온다. 가능하면 해가 완전히 뜨기 전에 달리기를 마치는 것이 좋다. 낮에 달릴 때는 한남대교에서 잠수교가까지 강북 자전거 도로를 권한다. 이 구간은 바로 위에 강북강변도로가 있어 그늘져 여름에 달리기에 좋은 구간이다.

여름에는 달리고 나면 몸과 옷에서 하얀 가루가 남아 있다. 달리면서 땀이 많이 난 상태에서, 그 땀이 더위에 바로 증발하는데, 땀에 포함된 소금기가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하얀 가루는 소금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달리기 어려운 계절이 바로 여름이다. 마라톤은 다른 어떤 운동보다 운동강도가 크다. 그리고, 다른 운동과 달리 쉬지 않고 계속 비슷한 강도로 운동이 유지된다. 그만큼 운동량이 많아 에너지 소모가 많고, 몸에서 열이 많이 난다. 초여름인 5월 말부터 더위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더운 날씨에 달릴 때는 되도록 몸을 덜 가리는, 즉 노출이 많이 되는 복장이 적합하다. 여성들은 한 여름에 반팔과 민 소매의 차이를 잘 알 것이다. 비록 몇 센티 정도의 차이라도 입어보면 확실히 쾌적함의 정도가 다르다.

마찬가지로, 여름에 달릴 때는 반팔을 입는 것 보다는 민소매 또는 싱글렛을 입으면 좋다. 짧은 거리를 달릴 때는 큰 차이가 없지만, 필자의 경우 한번 달리면 최소 10km를 달리기 때문에 가능한 시원한 복장을 선호한다.

민소매 싱글렛 사진
민소매 싱글렛 사진

싱글렛은 민소매보다 어깨를 조금 더 노출시켜주는데 이 작은 차이가 달릴 때는 느낌이 많이 차이가 난다. 한번은 날씨가 조금 쌀쌀하게 느껴져서 반팔을 입고 달렸는데, 생각보다 따뜻한 날씨였다. 민소매를 입고 나오지 않은 것을 후회 하면서 달리다가 반팔의 소매를 어깨와 겨드랑이 쪽으로 뒤집어 밀어 넣어 보았다. 이렇게 하고 달리니, 민소매 만큼은 아니지만 반팔 보다는 훨씬 시원했다.

운동할 때 입는 옷의 소재도 중요하다. 필자가 마라톤을 한다는 것을 알고, 지인이 운동할 때 입으라고 선물로 순면(純綿) 소재의 티셔츠를 준 적이 있다. 그런데, 면으로 만든 티셔츠는 운동할 때 적합하지 않다. 면은 땀을 빨리 흡수하는 기능은 뛰어나지만, 땀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마르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땀으로 인해서 옷이 몸에 달라 붙는다. 결국 옷이 무거워지고 체온이 올라가 달리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면소재는 운동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

요즘 운동복의 소재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운동복은 대부분 기능성 섬유로 옷을 만든다. 속건성(速乾性) 섬유를 많이 쓰는데, 섬유 자체도 가볍고 땀을 즉시 흡수하고, 빠르게 증발시켜 준다. 요즘은 거기에 땀 냄새도 줄여주는 소재도 나왔다. 마라톤을 할 때는 이런 기능성 소재의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여름에는 또 다른 변수가. 장마로 인한 홍수이다. 한강 자전거 도로의 상당 부분은 고수부지(高水敷地)이다. 고수부지란 말 그대로 평소에는 육지였다가, 큰 물이 날 때만 물에 잠기는 하천 언저리의 터를 말한다. 지금까지 10여년간 마라톤을 하면서 두세 번 정도 자전거 도로가 잠길 정도로 물이 불은 적이 있다. 도로가 침수되면 달리기를 포기해야 한다. 물이 빠지면 도로는 뻘로 가득한데, 요즘은 반나절이면 청소가 완료되어서 달릴 수 있다. 한강변의 치수 관리 시스템이 잘 돼있는 편이다.

자전거도로가 완전히 침수 되었다
자전거도로가 완전히 침수 되었다

한 여름에도 마라톤 대회가 개최된다. 그런데, 일반적인 마라톤이 아닌 울트라 마라톤이라고 50~100km를 달리는 대회가 있다. 대회 운영 시간이 낮이 아닌 밤과 새벽이다. 밤 10시~11시에 출발을 해서 새벽 6~7시에 결승선에 도착 하는 진행 방식인데, 더위를 피하여 운동을 하면서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아직 참가해 보지는 못했다.

여름에 한강변을 달릴 때 가끔 상의를 탈의하고 달리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외국에서는 공원이나 강변에서 상의를 입지 않고 달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정서에는 아직까지는 아무리 자전거 도로라고 해도 상의를 벗고 달리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잠수교 근처를 달리면 용산에 주둔하는 주한 미군을 가끔 만날 때가 있는데, 외국인이라서 그런지 상의를 입지 않고 달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상의를 벗고 한강변을 달리는 느낌이 어떨까 궁금해서 3km 정도 상의를 벗고 달린 적이 있다. 확실히 시원은 한데 아무래도 주변의 시선이 의식되고, 탈의한 옷을 손에 들고 달려야 해서 좀 불편했다. 그 후로 상의를 벗고 달리지는 않았다.

늦은 봄부터 시작하여 여름에 중랑천변과 한강변을 달릴 때는 수많은 벌레를 만나게 된다. 자전거를 타는 경우에는 버프를 이용하면 벌레가 입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데, 달리기를 할 때는 버프를 하기 힘들다. 버프를 하면 벌레는 막을 수 있으나 숨쉬기가 나쁘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달리면서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계절이 왔다"고 한다. 저녁에 운동을 하면 종종 벌레를 먹게 된다. 벌레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피해가 크지는 않지만, 눈에 벌레가 들어가는 것은 피해가 크다. 야간에 벌레가 많으므로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투명 고글을 착용하면 좋다. 눈에 작은 벌레가 들어갈 경우 충혈이 쉽게 되고, 달리기 힘들어진다. 눈 안쪽까지 들어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심할 경우 실명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야간에 달릴 때는 투명 고글을 꼭 하고 달린다. 여름철 저녁에 달리고 나면 땀이 흠뻑 난 얼굴과 팔뚝 등 곳곳에 벌레가 여러 마리 붙어서 죽어 있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

최근 들어서는 여름이 너무 더워지고, 열대야로 밤에도 달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근력 유지를 위해 대체 운동을 하는데, 필자의 경우 실내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를 한다. 회사에 출근할 때 30분정도 일찍 나가서, 내려야 할 정거장 보다 2~3정거장 미리 내려서 2~3km 정도를 걸어준다. 조금 빠른 속도로 걸으면 등에 땀이 젖을 정도가 된다. 이런 방식으로 근력을 유지해 주면 좋다.

천고마미의 계절, 가을 달리기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한다. 아마도 본능적으로 겨울을 나기 위해 많은 음식을 먹어 몸에 저장하게 되는 계절인 것 같다. 날씨가 쌀쌀해 지면 체온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가을에 음식을 조금 줄이고 달리기를 한다면 확실한 체중 조절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생각해보니, 처음 마라톤을 시작한 것이 2006년 8월 말이다. 가을에 시작해서 석 달 만에 15kg을 감량했으니, 확실히 가을은 다이어트를 하기 좋은 계절 같다.
가을에 하는 달리기는 가장 즐겁다. 기온은 봄과 비슷하지만, 가을에는 달릴 때 봄보다 아름다운 풍경, 단풍을 즐기면서 달릴 수 있다. 오늘 아침에도 중랑천을 달렸는데, 울긋불긋한 단풍은 기분을 좋게 해주었고, 다양한 철새도 만날 수 있었다.

봄과 가을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의 경우, 초겨울 날씨 정도의 기온에서 하는 경우가 있다. 대회에 나가게 되면 달릴 때 복장을 제외한 소지품들은 물품보관소에 맡겨야 한다. 물품 보관소에 물건을 맡기고도 대회 출발 까지는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날씨가 추우면 몸이 굳기 때문에 잘 달릴 수 없고, 몸이 경직된 상태에서 달리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쌀쌀한 대회 날 출발을 기다리면서 체온을 유지하는 방법은 가볍게 조깅과 스트레칭으로 워밍업을 하는 것인데, 사실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기 전에는 5분 정도 워밍업을 하는 것이 좋다. 지나친 워밍업은 마라톤 후반부에서 사용할 에너지를 미리 사용하는 것이므로 권하지 않는다. 마라톤은 가능한 많은 에너지를 몸에 저장하고 있어야 후반부에 편하다. 체온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긴 팔을 입는 것이다. 긴 팔 옷을 입고 대기하고 있다가, 달리기 시작 직전에 옷을 벗어서 버리고 달리면 된다. 단, 이때 옷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로 밖으로 버려야 한다.

비가 오는 날에는 대회장에 가면 저렴한 일회용 우비를 판매한다. 비 또한 체온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몸을 굳게 만들기 때문에 비 오는 날에는 저렴한 우비를 하나 사서 입고 있다가 2~5km 정도를 달려서 몸이 충분히 더워 졌을 때 버리고 달리면 된다. 가장 간편하게 체온을 유지하는 방법은 세탁소 비닐을 이용하는 것이다. 세탁소에서 세탁한 옷을 가져다 줄 때 일회용 비닐에 넣어서 갖다 주는데, 이 비닐을 보관해 두었다가, 대회 출발 전에 착용하고 10여분 정도를 달리면서 몸이 충분히 데워졌을 때 버리고 달리면 된다. 이때도 옷을 버릴 때와 마찬가지로 주로 한가운데 버릴 경우 다른 달림이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도로 밖에 버려야 한다.

순백의 겨울에 달리기
추운 겨울에 달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달리기를 하면 몸에 열이 많이 나기 때문에 겨울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영하 10도 정도 까지는 달릴 수 있다. 필자가 추위에 강한 편이긴 하지만, 대부분 영하 5도 정도까지는 별 무리가 없다고 본다. 사실 겨울철에 달리는 것은 실제 온도보다 체감 온도가 더 중요하다. 바람이 없는 날과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몸이 느끼는 온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겨울에 달릴 때는 여름과 반대로 가능한 피부 노출을 가능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겨울에 달릴 때는 좀 다양한 방한 복장을 갖춰야 한다. 달릴 때 가장 추위를 느끼는 부분은 귀와 손이다. 그리고, 체온 유지를 위하여 바람 막이 옷과 눈을 보호하기 위하여 보호 고글을 쓰면 좋다.

날씨가 조금 추운 때의 복장은 귀마개와 얇은 바람막이 장갑을 착용한다. 모자보다 귀마개를 하면 머리는 노출이 되므로 좀 쾌적하게 달릴 수 있다. 장갑은 일반 털장갑이나 가죽소재의 장갑이 아닌 마라톤 용으로 나온 바람막이 장갑을 추천한다. 털장갑의 경우 바람이 그냥 통과되기 때문에 손이 많이 시리고, 가죽장갑의 경우 바람은 잘 막아주지만, 달리면서 흐르는 땀을 닦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람도 막아주고 땀도 닦을 수 있는 스포츠용 장갑이 적합하다.

하의 복장은 안쪽이 기모 처리된 레깅스를 입는다. 추위를 많이 타면 레깅스 위에 얇은 바람막이 바지를 입으면 좋다. 상의의 경우 긴 팔을 안에 입고 바람막이 옷을 입으면 충분하다. 여름에는 번거로워서 핸드폰을 가지고 달리지 않는데, 겨울에는 바람막이 옷에 주머니가 있어서 핸드폰을 가지고 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종종 만나는 무지개나 철새 등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날씨가 더 추워지면, 귀마개 대신 모자를 쓰고 달린다. 장갑도 좀 더 두꺼운 방풍장갑으로 바꾼다. 추운 겨울에 달리면 좋은 것은 달리는 도로가 한산하다는 것이다. 추위 때문에 산책을 하는 사람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거의 없기 때문에 훨씬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겨울에는 찬바람이 많이 부는데, 이때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안경이 필요하다. 고글은 햇빛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변색 고글이 편하다. 변색 고글의 경우 달리면서 해가 구름에 들어가면 옅어지고, 구름에서 나오면 진해지기 때문에 편하다. 야간에 착용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밤에 달린다면 투명 고글이 좋다.

햇빛에 색이 반응 하는 변색 고글
햇빛에 색이 반응 하는 변색 고글

겨울철 달리기의 백미는 눈이 그친 직후 달리는 것이다. 눈이 올 때는 달리기 힘들지만, 눈이 그치고 난 직후에는 달리기 좋다. 쌓인 눈을 밟을 때 그 특유의 느낌도 좋고, 눈을 밟을 때 뽀드득 소리를 들으면서 달리는 기분은 참 좋다. 미끄럽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으나 전에 내린 눈이 얼어 있는 상태에서 눈이 오지 않았다면 별 문제 없이 달릴 수 있다. 단, 눈이 왔다가 한번 따뜻해 졌다가 다시 추워진 상태에서 눈이 왔을 때는 달리면 안 된다. 이 경우 정말 도로가 미끄럽다. 정말 추운 날씨에 달리고 난 후, 집으로 올라가는 승강기를 탔을 때, 가끔 재미있는 상황을 접하게 된다. 머리카락 끝에 고드름이 생겨 있는 경우다. 달리면서 흘린 땀이 머리카락에서 찬 공기를 맞으며 얼어 버리는 경우다.

겨울에 달릴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날씨가 추워도 달릴 때는 몸에서 열이 많이 나기 때문에 달릴 때는 괜찮은 데, 달리기를 마치면 급격하게 체온이 낮아진다. 그래서, 감기나 몸살에 걸리기 쉽다. 달리고 난 후 가능한 빨리 실내에 들어가거나 체온 보호를 위하여 옷을 입는 것이 좋다. 필자의 경우 다른 계절에는 자전거 도로 입구에서 달리기를 멈추는데, 겨울에는 집 앞까지 달려가서 체온을 유지한다.

번외 달리기, 우중주, 설중주
마라톤을 하면서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 우중주(雨中走)이다. 비가 올 때 일부러 달리러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평소에 10km 정도를 달리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 그래서, 달리다 보면 예기치 않은 소나기를 만나는 경우는 가끔 있다. 달리는 초반부에 비가 오면 바로 돌아 올 수 있지만, 5km 정도 달린 후 반환점에 도착했을 때, 비가 오기 시작하면 꼼짝 없이 비를 맞으면서 돌아와야 한다. 그런데, 우중주의 경우 묘한 상쾌함과 매력이 있다. 온 몸이 흠뻑 젖은 상태에서 달려본 사람만이 아는 느낌이다. 사실 우중주는 장점도 많이 있다. 봄에는 황사와 미세먼지를 없애 주어서 맑은 공기에서 달릴 수 있고, 더운 여름에는 비를 맞으면서 달리면, 몸에서 나는 열도 식혀주고, 갈증도 거의 나지 않는다.

설중주(雪中走) 의 경우 별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우중주와 느낌이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고 함박눈이 오는 날 달려본 적이 있는데, 비와는 완전히 느낌이 달랐다. 차가운 눈이 얼굴을 마구 때리는 느낌이 들었다. 앞을 보기도 힘들었다. 결국, 달리기를 포기하고 걸어서 돌아온 기억이 있다. 아마도 그날 바람이 심해서 눈이 얼굴을 때리는 느낌이 들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 이후로는 눈 오는 날에 달려본 경험은 없다.
계절의 변화를 여인네의 옷차림에서 느끼듯이 마라톤을 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마라톤 복장을 바꾸는 것으로 느낀다. 옷장 깊숙이 있던 긴 팔의 옷을 꺼내고, 짧은 팔을 넣으면서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낀다. 계절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마라톤의 다양한 묘미를 즐겨보기 바란다..

한상준 han.sangjoon@gmail.com 포토스탁 회사 이미지클릭 이사. 20년 넘게 IT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며, 관심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글로 남기는 것을 좋아해 꾸준히 하고 있다. 10년전 마라톤을 시작하여 국내 최대 마라톤 동호회 마라톤114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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