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는 아프리카 커피의 매력을 간단하게 이야기해보았다. 사실 자세히 이야기를 하면 끝도 없을 것 같아서 대표적인 커피 산지만 이야기를 했는데 아쉬움이 많다. 나라별 지역별로 너무나도 멋진 커피들이 많은 곳이 아프리카다. 끝도 없이 새로운 커피가 나와서 커피 애호가들을 매혹시키는 곳이다. 아프리카는 각 나라별 커피의 특징도 크지만 그 나라 안에서도 지역과 농장에 따라서 커피의 맛이 다 개성적이고 다르기 때문에 일일이 언급을 하기에는 너무 양이 많고 그 맛과 향을 표현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 이야기할 중남미 커피 또한 다양한 맛과 향으로 즐거움을 주는 커피들이다. 각 나라마다 자기네 커피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커피를 재배하고 생산을 한다.

아프리카 커피가 꽃 향기와 열대과일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커피라면 중남미의 커피는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주가 되는 커피다. 아프리카 커피는 “음? 이것이 커피의 맛인가?”라는 탄성을 터뜨리게 되는데 중남미의 커피는 “음.. 역시 커피는 이래야지”라면서 안도감을 주는 커피다. 아무래도 중남미의 커피는 개성적인 부분에서는 아프리카 커피에 밀린다. 하지만 중남미의 커피는 우리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맛을 내준다. 커피 생산량도 많지만 최고의 커피를 생산하려는 노력이 지금도 계속 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커피

전세계에서 커피 최대의 커피 생산량과 수출량을 차지하고 있는 브라질. 18세기초 프랑스 식민지였던 기아나를 통해 커피가 전파되었다. 비교적 낮은 고도와 적당한 습기, 흐린 날씨, 비옥한 토지,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으로 세계 최대의 커피생산국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브라질은 땅이 넓어서 생산지별로 맛과 향의 차이가 큰 편이고 파젠다(Fazenda)라고 불리는 거대한 커피농장에서 커피가 생산이 된다.

브라질은 세계 1위의 커피 생산국이자 세계 2위의 커피 소비국이다. 손님을 맞이할 때는 환대의 의미로 카페징요(Cafezinho)라는 방식으로 대접을 한다. 냄비에 물과 설탕을 넣고 가열해 끓기 시작하면 커피 분말을 넣고 잘 저은 후 불을 끄고 여과 천에 부어서 걸러 마신다. 이런 달콤한 커피를 하루에 10잔 이상을 마시니 정말 엄청난 커피 사랑이다.

브라질의 커피는 땅콩이나 아몬드같은 고소한 맛과 부드럽고 달콤한 질감이 특징이다. 개성이 강하지는 않지만 다른 커피와 잘 어울려서 커피 블렌드의 기본적인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브라질의 스페셜티급 커피들도 많이 들어오는데 이런 커피들은 싱글 오리진으로 내려 마셔도 좋을 정도로 훌륭하다. 브라질 커피의 매력은 향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커피의 좋은 향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커피를 싫어하는 사람은 있어도 커피향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이 브라질 커피에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콜롬비아 커피

중미와 연결되어 있는 콜롬비아는 브라질에 이어서 세계 3위의 커피 생산국이다.(2위는 베트남) 안데스 산맥의 고산지대에서 생산되는 콜롬비아 커피는 수세식가공(washed process)로 깨끗하고 부드러운 커피를 생산하고 있어서 마일드 커피(Filed Coffee)의 대명사이다.
안데스 산맥 지역은 해발고도 1,400미터 이상의 비옥한 화산재 토양과 온화한 기후, 적절한 강수량으로 커피 재배의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콜롬비아 커피를 믿을 수 있는 것은 100% 아라비카 커피만을 재배하고 로부스타는 재배를 금지시키고 있다. 그리고 수푸레모와 엑셀소 등급외 하위 등급은 아예 수출을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콜롬비아 커피는 싱글 오리진 커피로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운 신맛과 달콤함, 고소함과 쌉싸름한 맛을 갖고 있어서 필자가 무척 좋아하는 커피 중의 하나다.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마음 놓고 권할 수 있는 커피다. 콜롬비아 커피의 편안하고 달콤한 맛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미소를 띄우면서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과테말라 커피

북미와 남미 사이, 중앙아메리카에 자리잡고 있는 과테말라는 세계적인 명품 커피를 생산하는 나라다. 과테말라는 국토 대부분이 미네랄이 풍부한 화산재 토양이고 기후도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고 일교차와 습도차가 커서 맛있는 커피를 재배하기에 이상적인 곳이다.

‘내 인생의 커피’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는 과테말라 커피는 생두부터 묵직하고 단단하게 생겼다. 그 생두의 모습대로 꽉차고 빈틈이 없는 커피라고 할 수 있다. 대신 로스팅할 때는 생두가 단단하기 때문에 다른 커피들보다 좀더 신경을 써서 볶아야 한다. 흔히 과테말라 커피에서는 스모크향(smoked)이 난다고 이야기를 한다. 거기에 초콜릿같이 쌉싸름한 뒷맛도 일품이다. 무엇보다도 최근에 들어온 과테말라 커피들은 이런 특징 외에도 부드럽게 올라오는 산미와 과일 맛이 일품이다.

코스타리카 커피

북쪽으로 리카라과, 남쪽으로 파나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고 동쪽은 카리브해, 서쪽은 태평양이 자리잡고 있다. ‘풍요의 해안(Rich Coast)’이라는 뜻의 명칭이 나라이름으로 되었다. 중남미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잘 이루어지고 있고 정치가 안정된 입헌공화국으로 세계에서 최초로 군대를 폐지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는 미국의 그늘 아래에 있어 가능한 일이겠지만, 코스타리카는 군대에 들어가는 비용을 교육과 생활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코스타리카의 커피는 1779년 쿠바를 통해서 들어왔으며 세계 14위의 커피 생산국이다. 국토 대부분이 무기질이 우수한 화산성 토양과 온화한 기후로 커피 생산국 중에서도 단위면적당 커피 생산량이 가장 높고 품질도 우수하다. 풍요의 해안이라는 그 이름처럼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커피를 별로 안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코스타리카 커피를 내는 경우가 많다. 쓴맛과 단맛, 신맛, 감칠맛이 잘 조화되어 있는 코스타리카 커피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커피를 사랑하는 애호가들에게도 코스타리카는 대환영을 받는다. 매일매일 옆에 두고 마셔도 질리지 않으면서 항상 새로움을 주는 그런 커피이기 때문이다.

파나마 커피

한동안 파나마 커피는 이웃 콜롬비아나 코스타리카에 비해서 저평가되어 왔다. 하지만 2004년 혜성처럼 등장한 파나마 게이샤(Geisha) 커피 덕분에 일약 커피의 세계에서 스타가 된 나라다. 파나마의 자연조건 또한 커피 재배를 하기에 이상적인 곳이다. 미네랄이 풍부한 화산토양에 해발 1500미터 이상의 고도, 온화한 연평균 기온과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이상적인 바람, 그리고 풍부한 일조량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더 좋은 커피를 생산하기 위한 농장의 노력이 지금의 파나마 커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지금까지 마셔본 파나마 커피들은 날카로우면서도 인상적인 신맛과 좋은 밸런스를 갖고 있는 인상적인 커피다. 한 모금만 마셔도 만족할 수 있는 그런 힘이 있다. 파나마 커피에서는 게이샤를 빼고는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로 찬사가 이어지고 있는 커피다. 게이샤는 일본의 기생을 의미하는 게이샤와 발음이 비슷하지만 아무런 관계가 없고, 에티오피아 서남쪽 마지(Maji)에 위치한 게이샤 숲에서 자라던 커피의 품종을 의미한다. 파나마 게이샤는 언제나 최고가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생산량도 적어서 일반 사람들이 맛보기는 무척 힘이 든다. 하지만 “커피 안에서 신의 얼굴을 보았다”라는 찬사로 유명한 파나마 게이샤는 커피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꿈의 커피이기도 하다.

이담 login@naver.com 커피트럭 여행자. 서울에서 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제주로 이주해서 10년 동안 산 경험으로 ‘제주버킷리스트 67’을 썼다. 제주 산천단 바람카페를 열어서 운영하다가 2013년에 노란색 커피트럭 ‘풍만이’이와 함께 4년째 전국을 다니며 사람들과 함께 ‘인생의 커피’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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