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기업과 같은 조직에서 실행의 속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적으로 조직의 단순함과 정합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속도는 단순함에서 온다. 제도가 복잡하고 조직이 복잡하면 의사 결정이 느리고 실행력이 떨어진다. 단순하면 집중하기 쉽고 복잡하면 집중하기 어렵다. 한 때 기업경영의 귀재로 불렸던 GE의 잭웰치는 경영의 주요 요소로서 속도(Speed), 단순함(Simplicity), 자신감(Self Confidence) 세 가지를 언급했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단순함에서 속도가 생긴다고 말하고 싶다.

정합성(Alignment) 또한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일단 목표가 올바르게 설정된 후엔 조직과 구성원의 행동 하나 하나가 목표의 방향과 일치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추진력이 생길 수 없다. 정합성은 커뮤니케이션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부서 간, 구성원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야 한 방향으로 정렬이 되고 일이 탄력을 받는다. 또 단순하면 한 방향 정렬이 쉽고 복잡하면 한 방향 정렬이 어렵다. 기업의 비전이나 경영이념, 경영전략 역시 마찬가지이다. 복잡하면 조직원들이 이해하고 실행하기 어렵고, 단순하면 상대적으로 쉽게 조직에 내재화할 수 있다.

군사학에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여기서 잠시 손자의 가르침을 빌어 보자. 손자는‘치중여치과(治衆如治寡)’ 많은 수의 병력을 다스리는 것을 적은 수의 병력을 다스리는 것과 같이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분수(分数)’가 필요하고, ‘투중여투과(鬪衆如鬪寡)’ 다수의 병력의 싸움을 소수의 병력의 싸움처럼 다스려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형명(形名)’이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손자가 얘기하는 ‘분수’란 숫자를 나누는 것이고 ,‘형명’이란 깃발을 사용하고 쇠북과 징을 두들겨서 군대를 지휘하는 신호 체계로서, 현대적으로 풀어서 얘기하면 조직의 편제와 커뮤니케이션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조직을 작은 단위로 편성하고, 정보의 투명성과 유통속도가 높을수록 조직 전체의 실행 속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며, 달리 말하면 그것은 의사결정 구조와 실행체제가 단순해야 하고 책임과 권한(Role & Responsibilities) 이 명확하며,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서 ‘한 방향 정렬’이 되어져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오왕합려가 손자의 능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 여자들도 훈련시킬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손자가 흔쾌히 수락하고 즉석에서 궁녀들을 2개의 부대로 나눈 후에, 간단한 군령과 신호 체계를 가르쳐서 오합지졸이던 궁녀들을 일사불란한 군대로 훈련시킨 유명한 고사는 분수와 형명의 중요성을 웅변한다.물론 추상같은 군령의 엄함을 보여주기 위해 2개 부대의 장수로 삼았던 합려의총희 2명을 참수하고 나서 얻은 결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사실 단순함과 정합성은 조직을 움직이는데 있어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동일한 원리라고도 할 수 있다. 속도는 정합성을 바탕으로 하고 정합성은 정보의 공유를 전제로 얻어진다. 조직에서 자금은 피이고 정보는 신경과 같다. 특히 정보는 투명성과 유통속도가 중요하다. 조직 내 정보 유통이 숨김이 없고 빠를수록 실행 속도가 빨라지고 조직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정합성을 얻기 위해 창의성이 배제된다면 이는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한 방향 정렬이 되면서도 개인의 의견이 충분히 개진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CEO와 조직책임자의 의지가 제일 중요할 것이다.

다음으로 조직 내에 속도 경영을 가능케 하는 혁신 메커니즘이 존재해야 한다. 일하는 방법이 바뀌어야 하며 남들과 다르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한니발이나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듯이 남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찾아서 해내야 한다. 늘 순차적으로 처리하던 일을 병렬로 처리할 수는 없는 것인지, 몽골 군대처럼 보급 부대를 없애서 몸을 가볍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 보아야 한다. 혁신이 수반되지 않은 빠름은 점진적인 개선일 뿐 한계돌파가 되지 않아 경쟁자보다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또한 Sensing(감지) 능력의 제고가 필요하다. Sensing은 시장의 환경 변화, 고객 및 경쟁자에 대한 주요 정보를 적기에 수집하고 탐지함으로써 그 함의를 찾아내어 사업에 반영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Sensing 능력과 함께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 프로그램)나 MIS(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 경영정보 시스템)를 활용하여 주요 경영지표와 핵심 이슈의 visibility(가시성)를 높이는 것도 제반 경영의 낭비와 비효율을 제거하고 조직의 속도를 높이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모험을 장려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의사 결정을 빨리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실패에 대한 위험(Risk)를 떠안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속도경영을 하기 위한 제반 여건이 다 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만일 조직 구성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현상 유지에 급급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게 되므로 실제로 조직이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황경석 kyongshwang@gmail.com LG전자와 LG 디스플레이에서 경영자로 재직하였으며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속도경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경영전략 및 마케팅 분야의 컨설팅을 주로 하며 IT와 경영을 결합한 여러 저술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학원의 경제학과와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였고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중소기업 및 창업기업에 대한 경영자문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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