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틈 없이 돌아간다. 어찌보면 가혹하다. 일렬로 늘어선 직사각형의 투명관이 계속해서 360도로 회전한다. 그 속에서 ‘LG V20’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다. 구조한 듯 꺼낸 ‘V20’의 외관은 비록 스크래치가 있을지언정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디스플레이도 끄덕 없다.

지난 19일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LG 디지털파크’를 직접 찾았다. 이 곳은 LG전자가 연구개발과 생산, 품질, 교육을 모두 진행하고 있는 핵심제조복합단지다. LG전자 MC사업본부뿐만 아니라 HE사업본부, VC 사업본부가 위치해있다.

 월 330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평택 공장 ‘LG 디지털 파크’에서 LG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V20'를 생산하는 모습. 이달 말 'V20'의 북미 출시를 앞둔 LG전자 직원이 공장 라인에서 'V20' 생산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월 330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평택 공장 ‘LG 디지털 파크’에서 LG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V20'를 생산하는 모습. 이달 말 'V20'의 북미 출시를 앞둔 LG전자 직원이 공장 라인에서 'V20' 생산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 최종 조립라인 절반이 ‘품질검사’
그 중에서 직접 들어가 본 곳은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이 생산되고 있는 ‘LG 디지털타크’ 내 ‘G2동’이었다. 계단을 따라 4층에 올라가니 방진가운을 건낸다. 발을 집어넣고 바깥쪽으로 당기면 바로 신을 수 있는 덧신전용기기를 통해 덧신도 착용했다. 이물질을 털어내는 에어워시룸까지 통과하고 나서야 내부 진입이 가능했다.

4층에 들어서니 만만의 준비가 필요한 이유를 알겠다. 밝은 조명 속 넓직한 내부 공간은 깨끗함 그 자체였다. 1평방피트 당 미세먼지 수가 외부의 수백만분의 1에 불과한 1만개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미세 오염물질 흡진 시스템도 이를 돕는다. 천정에서 나오는 바람을 이용해 공장 안의 미세먼지를 바닥으로 내린 후, 환기 시스템을 통해 자동 방출시킨다. 민감한 스마트폰에 있어서 꼭 필요한 솔루션이다.

입구 오른편에는 각종 부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1층의 SMT 라인을 통해 가조립된 부품이 여기에 쌓인다는 설명이다. 1층에서는 한마디로 스마트폰의 메인보드가 조립된다. LG전자는 SMT 라인에 대해 최첨단 설비와 초고밀도 장착능력으로 세계적인 품질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왼편에서는 23개의 조립라인이 위치해 있다. 이 중 6개 라인에서 최근 LG전자가 출시한 ‘V20’이 최종 조립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1개 라인에서 하루 4000대 가량의 스마트폰이 생산된다. 최대 5000대까지도 소화할 수 있다. 모델별 생산라인 수는 하루 단위로 바뀌는 편이다. 쉬고 있는 라인은 당일 내 목표량을 달성한 곳으로 내일을 위한 자재 준비에 한창이라는 게 LG전자 단말제조팀 김승렬 부장의 설명이었다.

‘최종 조립라인’은 ‘조립’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제품 테스트 구간이 50%에 육박하고 있다. 약 27미터 길이의 조립라인 중 10미터가 테스트를 위한 각종 장비들이 차지하고 있다. 모듈화된 부품을 조립해 세트를 만들면서 각종 기능검사를 동시에 진행한다.

스마트폰에서 작동되는 수백가지 기능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검사를 진행한다. 조립된 세트는 마이크, 스피커, GPS, NFC 등 기본적인 부품 특성을 검사하는 ‘MITS’ 공정을 거친다. 이후에는 각종 센서와 터치 드로잉 등 감성적 판단이 필요 없는 항목을 자동화 설비로 검사하는 ‘추가 기능검사’를 실시한다.

김 부장은 “ 사진, 동영상, LCD 디스플레이등 기능은 사용자관점에서 감성적 판단을 필요로하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검사하는 ‘사용자기능테스트’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제품은 무선감도측정, 라벨부착, 모바일ID 입력 등의 공정을 거친다. 최종적으로 불량 여부를 육안으로 점검하는 최종검사를 마치게 되면 가장 왼편에 위치해 있는 포장라인으로 이동한다.

 약 1미터 높이의 투명한 사각 통 안에 V20를 넣고 끊임없이 회전해 테스트를 진행하는 ‘연속 낙하 시험’ 장면. LG전자 연구원이 제품에 반복적인 충격을 가해 내구성에 이상이 없는지 검증하고 있다.
약 1미터 높이의 투명한 사각 통 안에 V20를 넣고 끊임없이 회전해 테스트를 진행하는 ‘연속 낙하 시험’ 장면. LG전자 연구원이 제품에 반복적인 충격을 가해 내구성에 이상이 없는지 검증하고 있다.

◇ 5000시간 동안 1000여개 항목 테스트
방진가운을 벗고 3층의 ‘제품인정실’로 자리를 옮겼다. 제품인정실은 신모델의 완성도를 시험하는 곳으로, 실사용조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발견하고 개선해 품질수준향상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내구성, 안전, 성능, 수명에 관한 시험과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규격 시험 등 다양하고 엄격한 심사가 진행된다는 소개다.

이 곳에서는 제품별로 약 5,000시간 동안 여러 가혹한 조건에서 각종 테스트를 실시한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제품은 출시되지 못한다. 이 기간 중 총1,000여 항목 품질 테스트가 진행된다. 품질기준만 6만 여개에 이른다. 각 테스트는 제품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한 가속시험으로 최장 5,000시간까지 진행한다.

품질테스트는 크게 하드웨어와 관련된 시험과 소프트웨어 관련시험으로 나눠진다. 하드웨어 관련시험은 신뢰성시험, 무선주파수, 오디오, 화질, 환경, 규격 등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신뢰성 시험의 경우 낙하, 충격, 구부리기, 비틀기 등의 내구성 항목을 테스트한다. 예를 들어, 일상 생활에서 발생하는 작은 충격에 대비한 ‘잔충격 시험’의 경우, 스마트폰에 만 회 이상 가벼운 충격을 가해 성능을 검증한다.

사람이 제품을 깔고 앉았을 때 터치 인식률 저하, 외관 변형 등을 검증하는 ‘인체 하중 시험’은 성인 평균 몸무게의 1.5배 정도의 무게로 테스트 한다. 환경 시험의 경우 낙수테스트와 고온과 저온을 오가는 극한의 온도 및 습도 변화에 대한 제품의 성능을 검증한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일반적인 소비자 사용조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한다.

입구에서 우측으로 돌아가면 V20가 들어 있는 약1미터 높이의 투명한 사각통이 끊임없이 회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연속낙하시험’이 이뤄지는 곳이다. 연속낙하시험은 제품에 반복적인 충격을 가해 내구성에 이상이 없는지 검증하는 시험이다.

옆에는 V20 ‘낙하시험’이 진행 중이다. 낙하시험은 휴대폰을 자유낙하시켜 특정부위에 충격이가해졌을 때 제품의 구조적 결함을 검증한다. 소비자 사용조건을 고려해 수십회 반복해 진행한다.

휴대폰을 자유 낙하 시켜 특정부위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제품의 구조적 결함을 검증하는 '낙하시험' 장면. LG전자 연구원이 V20(붉은색 원안)를 바닥에 깔린 철판 위로 제품을 떨어트려 내구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휴대폰을 자유 낙하 시켜 특정부위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제품의 구조적 결함을 검증하는 '낙하시험' 장면. LG전자 연구원이 V20(붉은색 원안)를 바닥에 깔린 철판 위로 제품을 떨어트려 내구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LG전자연구원이 V20을 시험기에 올려놓고 버튼을 누르자, V20는 바닥에 깔린 철판 위로 떨어진다. 다소 둔탁한 소리와 함께 V20의 후면커버와 배터리가 분리된다. 전원을 켜니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이같은 과정 덕분에 V20는 미국국방부 군사 표준규격인 ‘MIL-STD(Military-Standard)-810G’ 수송낙하테스트를 통과했다. MIL-STD는 미국방부에서 인정하는 군사 표준규격이다.

LG전자 연구원이 ‘가속 수명 시험실’에서 'V20'를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가속 수명 시험실'은 소비자가 장기간 휴대폰을 사용할 때 성능이 저하 되지 않는지를 점검하는 곳으로 주요 부품의 성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테스트 한다.
LG전자 연구원이 ‘가속 수명 시험실’에서 'V20'를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가속 수명 시험실'은 소비자가 장기간 휴대폰을 사용할 때 성능이 저하 되지 않는지를 점검하는 곳으로 주요 부품의 성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테스트 한다.

‘가속수명시험실’에는 삼면을 가득채운 휴대폰의 화면이 빠르게 움직이고있다. 가속수명시험실은 소비자가 장기간 휴대폰을 사용할때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지를 점검하는 곳이다.

LG전자는 테스트에 특수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이프로그램은 AP나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의 성능을 한계치까지 끌어 올려 테스트하도록 설계됐다. 가속수명시험실의 휴대폰은 24시간풀 작동한다. 하루에도 수백회 꺼지고 켜지고를 반복한다.

김문기 기자 (moon@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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