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경영이란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경쟁사보다 먼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과거 경영 이론에서 중시해 온 품질, 규모, 원가에 이어 시간이 또 다른 경쟁변수로 등장함에 따라 그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경쟁 원리이다.

기업들은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반응속도를 높여 생존하려는 다소 수동적인 경우가 있고, 반면에 상대보다 빠르게 움직여서 경쟁조건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변화시키려는 능동적인 경우도 있다. 속도가 필요한 이유는 이처럼 변화에 적응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다.

물리학에서의 속도에 대한 방정식과 마찬가지로 경영의 세계에서도 방향과 힘이 중요하다. 속도경영은 올바른 방향의 설정을 전제로 한다. 또한 속도경영은 단순히 의사 결정을 빨리 한다든가, 각 부서가 일을 신속히 처리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조직 전체의 실행의 속도를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속도 경영이 필요한 이유
어떤 경우에 속도경영이 필요한가? 첫째, 전망이 좋은 미래 사업 발굴을 위해 경쟁사보다 빨리 기회를 찾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락인 효과 (Lock in : 고객을 묶어두는 효과), 네트워크 효과 등 선점의 효과가 큰 인터넷 비즈니스에 있어서 그러한 경우가 많이 있다. 둘째, 상품개발, 생산, 운송 등의 프로세스 실행 시간을 단축하여 기존 사업부문에서 경쟁사보다 앞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ICT처럼 기술혁신의 속도가 빠르고 제품의 수명 주기가 은 산업, 자동차 제조, 소매 유통과 같이 부품이나 완제품 재고 보유 비용이 큰 산업, 시간이 경과함에 따른 재고의 진부화 리스크가 큰 업종, 건설이나 조선처럼 공사, 제조 기간의 단축 자체가 원가 경쟁력의 주요 요인인 산업, 택배 운송과 같이 사이클 타임의 축소가 필요한 서비스 업종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러한 업종에서는 신제품 개발주기를 단축하고 JIT (Just In Time), 토요타의 간판방식 등을 적용하여 생산속도를 높이고 운영 효율을 높이는 것이 경쟁력이 된다. 셋째, 기술혁신에 따라 사업의 경쟁력이 좌우되거나 규모의 경제 효과가 현저한 경우에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생산설비의 증설 투자 타이밍 포착과 신속한 투자 능력이 필요하고 생산설비 가동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고객베이스 확대가 수반되어야 한다. 대규모의 설비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LCD와 같은 산업들이 이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넷째, 고정비 투자 비중이 높은 경우 같은 설비에서 단위시간 당 더 많은 양을 생산해 낼 수 있도록 생산성을 개선하면 원가경쟁력이 높아진다. 이를 위해서는 라인밸런스의 개선, 장비 유휴시간의 단축, 사이클 타임의 축소 등 생산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속도 경영의 조건
속도 경영은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이 갖추어져야 성공할 수 있는가? 첫째, 방향(목표)을 올바르게 setting해야 한다. 방향이 잘못되면 속력을 아무리 높여봐야 엉뚱한 지점에 도착한다. 이는 기업 경영에서 보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전략을 포함한 사업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인지, 여러 사업군간 자원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미래의 먹거리 사업은 무엇으로 준비할 것인지 등이다. 또 같은 사업군 내에서 보면 신제품 개발 방향이나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 전략고객 발굴 및 육성과 같은 고객전략 등이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타이밍 포착 능력이다. 타이밍을 잘 포착해서 필요할 때 속도를 높일 줄 알아야 한다.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어도 너무 일찍 속도를 높이면 파괴력은 없고 힘만 빠진다. 반면에 너무 늦게 속도를 올리면 경쟁자들이 이미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어 기대하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노키아가 애플보다 몇 년 전에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개발해 놓고도 시장에 대한 오판으로 애플에 선수를 빼앗긴 것이 좋은 사례일 것이다. 당시의 노키아는 휴대폰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브랜드로서 속도전에 대한 역량과 자원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으나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내지 못했다. 셋째, 자원 투입 능력이다. 이는 상대성이론인 e=mc^2에서 질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속도를 높여도 어느 수준 이상으로 임계치를 돌파해야 임팩트가 생기고 그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질량은 전쟁에서는 국가가 지속적으로 자원을 동원하여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고, 기업에서는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제반 자원(Resource)을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적절한 자원 투입이 되지 못하면 속도전은 초반에 반짝하다가 경쟁자의 반격에 힘을 잃어버리고 만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는 일과 그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온전히 경영자의 몫이다. 속도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의 변화로 목표의 수정이 필요한 경우 기민하게 방향을 전환하는 민첩함도 아울러 요구된다. 실행이 담보되지 않은 신속한 의사결정은 의미가 없고, 옳은 방향이 전제되지 않은 부지런함은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이와 같은 이해를 바탕으로 속도전을 전개한다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런 조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기다리면서 역량을 축적하다가 상대의 틈을 보아 역습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구전인데 모택동이 항일전쟁에서 취한 전략이고 러시아가 나폴레옹과 독일군에 대응한 전략이다

경쟁은 상대적인 것이다 내가 속도 우위를 가지고 있을 땐 속도전을 펴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상대가 우위를 가지고 있을 땐 기다리면서 상대가 허점을 보일 때 신속히 속도전을 전개하는 것이다. 속도전과 지구전은 근본적으로는 같은 원리이다. 내가 주도적으로 공격해야 할 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여야 하며 지구전이라 하더라도 국지적으로는 속도전을 병행하며, 일단 주도적으로 공격을 시작하게 되면 속도를 높여서 승부를 내는 것이다.

황경석 kyongshwang@gmail.com LG전자와 LG 디스플레이에서 경영자로 재직하였으며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속도경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경영전략 및 마케팅 분야의 컨설팅을 주로 하며 IT와 경영을 결합한 여러 저술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학원의 경제학과와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였고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중소기업 및 창업기업에 대한 경영자문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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