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전문의(의학박사) 윤호주

첫 출산 과정은 자궁에 본격적으로 재앙이 시작되는 시기다. 이는 점점 커가는 태아의 무게로 인해 자궁이 아래의 질 쪽으로 내려오는 압력을 받아 생기는 이탈 증상(자궁이찰증)에서 시작된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첫 출산 과정은 자궁에 본격적으로 재앙이 시작되는 시기다. 이는 점점 커가는 태아의 무게로 인해 자궁이 아래의 질 쪽으로 내려오는 압력을 받아 생기는 이탈 증상(자궁이찰증)에서 시작된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신체적인 변화라는 차원에서 보면 재앙과도 같다. 여자의 생애에 찾아오는 생식기의 변화는 크게 △생리와 더불어 생명체를 몸 안에서 착상시키고 키우는 능력이 생기는 시기와△중년이 지나면서 찾아오는 폐경기로 종족번식의 업무로부터 ‘퇴임’을 하는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첫 출산 과정은 자궁에 본격적으로 재앙이 시작되는 시기다. 이는 점점 커가는 태아의 무게로 인해 자궁이 아래의 질 쪽으로 내려오는 압력을 받아 생기는 이탈 증상(자궁이찰증)에서 시작된다.

이를 그냥 지나치면서 임신과 출산이 반복되면 자궁은 더욱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악화의 길(자궁하수증)을 걷게 되며, 결국 자궁입구가 볼록한 계란 모양으로 질 바깥쪽으로 나오게 되는 지경(자궁탈출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일생동안 중력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직립보행 인간에게만 생기는 ‘치질’과 유사하게, 임신 출산으로 인해 질과 자궁을 내리 누르는 압력을 지탱하는 근육이 약해지면서 정상적인 유지가 힘들어져 내려오는 것이다.

겉으로 느껴지는 이 증상은 하복부의 뻐근함과 요통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며, 내려 온 자궁이 방광과 직장에도 영향을 미쳐, 빈뇨 요실금 변비 등의 증상도 동반한다.

자궁이 내려오면, 본래 8~10cm인 질의 길이가 2~3cm 짧아져 부부생활 때 자궁의 입구인 자궁경부가 남성의 성기에 부딪쳐 통증과 멍, 상처가 생기고, 이곳이 세균 등에 감염 되어 자궁경부염증 등 더 큰 재앙으로 번지기도 하고, 이 과정이 불감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부부관계 때 아랫배 통증을 느낀다면 일단 자궁이탈 증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 증상을 방치하면 질 입구까지 자궁이 드러나는 심각한 자궁탈출증으로까지 진행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예방으로는 질과 항문주변을 조이는 ‘케겔운동’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정확한 신체부위 이외에 조이는 힘을 가하면 효과가 떨어지므로 정확한 운동방법을 안내 받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대개의 전문의들은 “자궁이 내려오면 무조건 적출해야 한다”라고 권유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다른 치명적인 병과 함께 동반이 되는 경우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자궁을 제 위치로 돌려 놓고 고정시키는 수술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자궁의 임신 출산의 기능 외에도, 자궁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은 욕구와 애액분비와 관련한 성기능을 담당하므로, 자궁적출로 이런 기능들까지 제거된다면, 여자로서의 정체성 충격과 인생에 대한 ‘회의’와 같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지게 된다. 또 자궁이 없어짐으로 해서 주변 장기들의 지지능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큰 문제가 될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한 치료법으로는 자궁을 보호하고 위와 같은 증상들을 해결해 주는 자궁복원수술이 일반적이다. 이 수술은 자궁을 원래의 위치로 올려놓은 후 자궁입구를 둘러싼 주변근육을 단단히 조여주는 방법으로, 산부인과전문의들과 소위 '이쁜이수술'을 받는 여성들 사이에서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생긴 자궁질환은 물론, 질 속 이완과 괄약근 약화로 생긴 질 속 질환들을 말끔하게 해결하고 △결혼 이후 감소한 성적 쾌감까지 신혼 때처럼 되돌려 주어 부부간의 친밀감을 높여주는 수술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산부인과전문의(의학박사) 윤호주
산부인과전문의(의학박사) 윤호주

산부인과전문의 윤호주 의학박사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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