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말이 있다. “전국민 사진작가의 시대”.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가지고 있고 사진을 찍는다. 자신의 모습부터 일상의 작고 큰 이야기들, 여행의 아름다운 풍경과 새로운 인연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을 찍기 위해서 카메라의 셔터버튼을 누른다.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을까? 그것을 정확한 수치로 계산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SNS를 통해서 사람들이 찍는 사진의 양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는 있다. 이미지 기반의 SNS인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는 하루에 약 8000만 장의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우리는 사진의 우주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사진이라는 매체가 우리의 삶과 함께한다는 좋은 의미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한 장, 한 장 사진에 대한 의미는 그만큼 옅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찍는 일상의 많은 이야기, 그리고 나를 표현하기 위한 많은 사진들이 단순히 기록을 위한 사진일까? 다시 말하면, 우리는 어떠한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만 사진을 찍을까?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단순한 질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사진은 기록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오래전 화가들이 더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사진의 기술을 이용해 왔다. 아래는 오래 전 카메라(카메라는 카메라 옵스큐라, 까만 방의 뜻)의 초기형태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카메라의 초기 용도를 잘 보여주는 그림
카메라의 초기 용도를 잘 보여주는 그림

그림을 살펴보면 한 사람이 큰 상자 안에서 한 쪽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고, 멀리 있는 풍경이 작은 틈새로 들어와 비춰지고 있다. 사실은 그 비춰진 풍경을 통해서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진은 정보를 정확히 그리고 똑같이 기록해준다는 기록성과 사실성, 그리고 전달성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19세기 초기에는 “사진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 기술”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사진은 카메라의 기술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하면, 사진을 찍는 행위에는 인간의 어떠한 인지(지각)없이 카메라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고 생각을 했었고, 보는 현실세계의 정확한 복사(Copy)로 그것의 객관성과 사실을 바탕으로 한 신뢰성을 보장하는 방법으로만 여겼던 것이다.

사실 지금에 와서도, 사진은 기록의 도구로서의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는 풍경을 보이는 그대로 정확하게 담아주는 것은 사진 매체말고는 없을 것이다.(영상도 사진의 일종.)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어떠한 목적을 위해 사진매체를 이용하여 수많은 기록을 하고 있다.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든가, 자신의 행보를 나타낸다던가, 자신이 산 물건이나 어떠한 것을 자랑하고 싶을 때에도 사진 매체를 이용하고 있다.

자, 여기에서 몇 년 전 필자가 촬영한 한 장의 살펴보자.

어머니의 밥상, 2015 / 사진은 감정을 담는 그릇과도 같다.
어머니의 밥상, 2015 / 사진은 감정을 담는 그릇과도 같다.

사진 속에는 음식이 놓여진 테이블이 있다. 그 뒤로는 빛이 들어오고 있고, 3공기의 밥이 놓여져 있다. 국과 반찬이 테이블 가득 차려져 있는 사진이다. 사진 속의 요소들을 통해서 우리는 객관적인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 빛이 들어오는 것으로 보아 아침 또는 점심식사라는 점을 알 수가 있고, 3명이 식사를 할 예정이라는 점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사진의 요소들은 사진을 보는 사람(촬영한 사람도 후에 보게 된다)에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1차적인 정보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진의 매력은 이보다 더한 것에 있다. 사실 이 밥상은 필자를 잘 대해주셨던 분께서 차려주셨던 귀한 밥상이다. 자취를 하고 있어 밥을 챙겨먹기 힘들었던 필자에게는 마치 어머니가 차려주신 따스한 밥상과도 같았다. 그럼 여기에서 다시 질문을 드리면, 왜 이 사진을 찍었을까?

단순히 "낮에 사람들과 밥을 먹고 있다”라는 객관적인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따뜻함이 느껴진 마음 때문일까? 현상의 기록보다 마음(감정)의 기록이 우선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일상의 모습을 찍는 이유도 이와 같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이 놓여져 있거나, 멋진 장소에 있을 때를 생각해 볼 때 과연 현상의 그 사실 그대로를 찍고 싶어 하는 것일까? 아니면 여기에 있는 나, 그리고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것일까?

우리는 기본적으로 우리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어떤 상황 속의 나의 모습을 찍고 싶어 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진은 우리의 마음(또는 기분)을 찍고 있는 것이다. 오래 된 사진을 한장 꺼내서 보자. 어떤 사진이든 좋다. 여행에서 찍은 사진, 옛 친구와 찍은 사진, 결혼식에서 찍은 사진, 가족사진이면 괜찮다. 과거에 찍었던 그 사진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과거의 어떠한 사진을 보게 되면 우리는 그 때의 감정(기분)이 먼저 떠오르는데, 이는 우리에게 있어서 사진을 찍게 되는 상황 또는 장소의 중요성보다 여기에 존재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순히 1차적인(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지는 않는다. 이 객관적인 요소들로 인해 느끼는 마음 또는 기분을 전달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사진을 좋아하고 매일같이 "사진을 찍는 이유"라고 말할 수 있다.

19세기 사진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 다른 것은 “본다”라는 개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카메라가 찍는다. 이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카메라가 한 장의 사진을 만들어내기 이전에 사람이 찍고 싶은(또는 찍어야하는) 풍경(현상)을 시각적으로 인지한다. 먼저 본 후에 촬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다.”라는 개념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다시 필자가 촬영한 밥상의 사진으로 이야기를 해보면, 고이 차려진 밥상에 대한 시선으로 어머니의 따뜻한 밥상을 떠올렸고, 정성스럽게 차려진 밥상을 밥과 국물, 그리고 반찬이 있는 하나의 상황으로 본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바라본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무언가를 바라볼 때, 사물의 그 자체로 인식을 하기도 하지만 그 사물과 관련된 나의 감정(마음) 상태를 느끼게 된다.

사진을 찍는 것은 카메라가 한 장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과정 그 이전에 우리가 무언가를 바라보는 과정이 존재하고, 사물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감정 또는 기분이 느끼는 것이다. 오래 전 사진을 보면 그 당시의 감정이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존재, 나를 찾아서, 2014 제주, 강남구청 전시 / 흔들린 나와 내 마음을 표현한 사진
존재, 나를 찾아서, 2014 제주, 강남구청 전시 / 흔들린 나와 내 마음을 표현한 사진

그렇다면 사진은 감정(찍는 사람의 심리상태)가 담긴 이미지라고 정의할 수가 있다.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바로 FRAME OF MIND가 된다. 이를 직역하면 마음의 틀(프레임)이지만, 실제의 그 의미는 "특정한 때의 마음상태"를 뜻한다. 특정한 상황에서 또는 우리가 있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곧 감정으로 이어진다.. 바꾸어 말해서, FRAME OF MIND는 사진 그 자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2014년 방영한 드라마 미생에 이러한 말이 있다. "바둑판 위에 이유없는 돌은 없다." 사진 역시도 이유없는 사진이 없다. 사진을 촬영한 후에 다시 보지 않는다고 해도, 사진작업이라는 행위를 하지 않아도 우리는 그 이전에 사진을 찍기 위해서 무언가에 대한 시선을 주었다. 사진이 와 닿지 않는 것은 그 사진이 잘못된 사진이 아니라, 지금 나의 마음과 맞지 않아서 그렇다. 우리의 마음은 순간 순간 자주 변하니 때문에 이 현상은 당연한 이치다. 사진을 찍는 거창한 이유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사진이라는 것은 보는 행위이고, 그것은 곧 마음상태를 반영한다는 점으로 볼 때 사진은 찍는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고 느끼며, 일상을 표현한다는 것, 즉 사진찍기는 분명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필자는 많은 사람들이, 아니 전국민을 넘어 세계의 엄청난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었으면 한다. 사진을 잘(멋지고 아름다운) 찍는 것이 아니라 잘(많이) 찍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작은 바람이다. 서두에서 인스타그램에 하루 평균 공유되는 사진의 수는 약 8000만장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많은 사진을 찍는 것이 사진촬영이 그만큼 쉬워졌고, 의미가 얕아졌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우리가 그만큼 “본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감정에 충실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지금, 바로 지금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바라보자. 어떠한 정보가 기억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 그리고 느낌이 한 순간과 공간에 우리 존재를 기억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사진으로, 마음의 프레임으로 지금을 느껴보길 바란다. 우리의 많은 시선들과, 그로인한 사진들은 먼 훗날에도 우리를 우리가 느낀 감정의 편린으로 안내를 할 것이다.

정연호 jakeimagelab@gmail.com상업(인물)사진을 주로 촬영하며, “마음챙김”이라는 컨셉으로 편안한 느낌의 풍경사진을 찍고 있다. 제약회사를 다니다 취미로 시작한 사진이 현재는 업이 되었다. 제이크이미지연구소(JAKE IMAGE INSTITUTE)를 운영하고 있으며, 촬영과 강의 및 기획을 하고 있다. 사진촬영과 그것의 의미(마음)에 대해 관심이 많다. 사진과 우리의 프레임(시선)과 좋은 사진 촬영가이드에 대한 글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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