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소비되고 낡고 교체되어 닳아 없어지는 것을 필요로 한다.” 빅터 리보우(Victo Lebow)는 그의 책 ‘가격경쟁(1955)’에서 “생산적인 경제는 구매와 빠른 소비패턴으로 우리의 정신적인 만족과 영혼의 만족을 소비에서 찾게 한다.”고 이야기 한다. 즉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지만 허전한 욕구의 충족을 소비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는 경제성장을 촉진시켰지만 지나친 쓰레기 배출로 심각한 환경문제의 주범이 되었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고 사이언스 저널의 제나 잼백(Jenna Jambeck)박사는 전한다.

파인애플 폐기물만해도 그렇다. 매년 약 40,000 톤의 파인애플 껍질 폐기물들이 전 세계에서 발생한다. 필리핀의 가죽 산업에서 근무하던 카르멘(Carmen Hijsa)은 가죽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파인애플 잎에서 생각해 냈다. 파인애플에 대한 스페인어 단어 ‘Pinatex’는 필리핀의 파인애플 농장에서 가져온 폐기물을 활용하여 부드러운 가죽 소재의 펠트를 생산한다. 가방과 옷, 신발 등 천이나 가죽으로 제작 가능한 것은 모두 만들 수 있다. 프랑스 디자이너 마르린(Marlene Huissoud)은 누에고치와 곤충의 폐기물(벌집 등)을 이용하여 공예품을 만든다. 고무나무 수액을 섞어 색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녀의 독특한 화병과 다양한 오브제(Object) 작품은 해외에서 유명하다. 이와 같이 재활용품을 활용한 새로운 소재개발과 지속 가능한 미래의 대체 소재개발은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높다.

한국의 산림청에서는 2016년 다음의 네 가지로 산림복지 추진전략을 계획했다.

첫째,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산림복지 인프라 확충
둘째, 더 효과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산림복지 전달체계 구축
셋째, 일자리 창출 및 경제활성화를 통한 산림복지 안정화
넷째, 만족도 제고와 서비스 향상을 위한 R&D 및 제도 강화

위의 정책은 산림과 문화가 어우러진 산림복지프로그램의 확산과 다양한 계층에게 맞춤형 산림복지 서비스 제공, 산림복지 경제활성화를 통한 고용창출, 산림복지 연구체계 강화 등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특히 생애주기에 따른 산림복지 제공이라는 전략은 출생기 부터 회년기 까지 산림복지의 서비스 정책이 계획되어 있어 흥미롭다. 출생기와 유아기를 거쳐 청소년기, 청년기, 중장년기, 노년기에는 숲의 체험을 통해 교육프로그램 참여와 치유를 체험하게 된다. 그러다가 회년기에는 수목장림 조성의 혜택으로 숲과 일생을 마치게 된다는 그림이다. 요약하자면, 숲 체험과 산림교육 그리고 숲을 통한 치유라고 할 수 있는데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연상케 한다. 그런데 과연 산림복지가 숲 조성과 수목장림 조성이 최선일까?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하자면, 자연(Nature)은 현상학적 관점에서 그것 자체로 “그와 같이 있는 현상(現像), 존재(存在)로 의미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성, 소멸하는 사물의 실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동물은 이러한 자연의 조건에 적응하는 반면, 인간은 자연의 조건을 통제, 변화시키고 정복했으며 현재도 진행 중 이다. 그로 인해 현재 우리는, 이상 기후와 자연재해, 질병, 기아 등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우리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해 본다. 21세기의 특징을 들자면, 인구와 자원, 기술 환경 등은 급속한 변화를 맞고 있다. 예를 들면 인구의 감소와 인구 구조의 변화(고령인구와 대안가족 증가 등), 소득의 격차, 선호의 다양성, 자원 소비의 증가, 에너지 자원의 고갈, 시스템 변화의 가속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술의 불확실성, 삶에 대한 비용의 증가 등이 그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대체에너지와 그린 기술, 바이오 기술, 신물질 개발, 장르 융합 등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종종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세계환경개발위원회 브룬트란트 보고서(1987)에 따르면,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미래의 세대가 그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고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발전은 ‘문화적인 다양성’과 ‘경제적인 번영’, ‘사회적인 공정성’, ‘환경의 지속 가능성’의 4가지 기준에 대한 생각과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문화적인 트렌드도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여 자급자족을 위한 삶이나 생산자와 소비자를 합친 프로슈머(Prosumer, 소비자가 생산, 제작에 참여하거나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사업전략으로 소비자의 구매를 촉진시키는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음)가 등장하게 된다. 삶의 가치와 윤리적인 소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취미생활이라고 하기엔 좀더 적극적인 ‘제작실’이 있어 소개한다. 프랑스와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도 활발히 진행중인 ‘메이커 페어(Maker Fair)’. 각 국의 메이커들은 팹랩(fab lab)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유하여 필요에 따른 제작을 할 수 있다. 시작단계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도 기업과 대학, 한국과학창의재단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비슷한 예로 1990년대 호주에서 시작한 ‘남자들의 헛간’이라는 재미있는 마을 제작소가 있다. 당시에는 퇴직한 남성노인들이 소일거리로 시작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나무로 만든 각종 생필품과 실내 인테리어 공예품들을 전국 300여 지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2013년에는 영국에서도 노인을 위한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이러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대량생산이나 경제적인 기여를 크게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이러한 활동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여지(餘地)가 된다. 즉 청년실업, 노인들의 사회•경제적인 역할 제공,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에 대한 기여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청년들과 노인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작업을 교류할 수 있는 ‘마을 제작실’ 또는 ‘우리 동네 대장간(명칭은 어떤 것이든 상관없음)’이라는 공간이 마을마다 있다면 어떨까? 수공예가 가능한 작업실에서는 손의 느낌과 손으로 습득한 경험을 기억하며 자연에 대한 윤리적인 관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핍되었던 그들의 행복을 충족 할 수 있을 게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이 산림과 문화가 만나는 융합정책으로, 수목원이나 식물원을 중심으로 추진된다면 더욱 의미가 값질 것이다.

고려 말과 조선 초기에는 ‘기로소(耆老所)’가 있어 나이 많은 문신을 예우하여 정책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노인의 모습은 “노동현장에서 벗어난 잉여 인간들이고, 이제는 상황에 따라서 더 이상 접대용 표정을 지을 필요가 없는 잉여 얼굴의 소유자 들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이 시대의 잉여인간으로 밀려나게 되며 탑골공원은 역사적 유적지라기보다 이 시대의 잉여 얼굴의 수납공간에 가깝다.”고 연세대학교 특별 초빙교수 오근재는 그의 저서 ‘퇴적공간’을 통해 이야기 한다.

이제 혼자서는 무엇도 하기 어렵다. 공유와 융합, 해체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분명 그에 따른 문제는 우리의 상식을 넘어서 발생될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폴 비릴리오(Paul Virilio)는 “현대인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감각 속도보다 더 빠르게 변하는 기술문명 변화 속도 때문에 그것들을 인지(認知)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게 될 것이며 ‘피크노랩시(Pyknolepsy; 빈번한, 자주를 뜻하는 그리스어 피크노스와 발작을 뜻하는 그리스어 렙시스의 합성어로 '자주 일어나는 신경발작'을 뜻함. 그러나 비릴리오가 의미하는 그것은 '기억 부재증'의 상태로 '감각은 깨어 있더라도 외부로 향한 느낌은 닫혀 있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음)’를 자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얼마나 무서운 일 인가. 어쩌면, 미래의 노인은 의학의 발달로 무병장수(無病長壽)는 가능하더라도, 자연사(自然死)하기 이전에 물질문명의 가속화로 인한 소외로 ‘소멸’의 경험을 먼저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구변동의 변수는 통계의 기준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추정(推定)이라는 단서를 붙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대비 65세 이상의 노인 비율은, 2020년에는 약 15,7%, 2030년에는 24.3%, 2050년에는 37.4%나 증가한다고 통계청의 자료는 전한다. 예전 어느 시절에는 지금의 젊은이들처럼 넓은 어깨를 지녔을 노인들이다. 그들의 문화적인 소양을 위해 영화관으로 안내하거나 공원수를 확대하여 고독의 공유를 종용(慫慂)하고 마음의 안정을 위한 치유도 좋은 복지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맞는 역할과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잠시 벗어나 숲을 보면, 우리는 깨어난 자들을 보게 된다. 그들은 내면에서 행복을 실현하고 사거나 팔지 않고도 충족을 얻는다. 소유와 외적 모양으로 연연하지도 않는다. 우리 모두에게는 우리가 사는 사회를 생태적이고 사회적 측면에서의 균형상태로 나아가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남겨져 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 부터 배우다’ 중에서)

서정화 fine0419@nextdaily.co.kr 칼럼니스트 KBS방송국,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생물자원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등에서 미디어와 박물관•미술관, 환경, 공예•디자인 관련 경험을 하였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문화재연구소 전문위원, 술문화박물관리쿼리움 큐레이터이며 동화작가이다. 민속학, 박물관교육을 전공하였고 다양한 기획과 글쓰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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