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이라

늘 그대로고 싶지만
저들은 나를
그냥 두지 않는다.

저들은 자기들이 필요할 때마다
뭔가를 들고 내 몸 여기저기
헤집거나 찔러 본다
굳이 필요하지 않을 때도
나를 못 살게 군다.

심지어는 내 몸의 깊은 곳까지
기다란 빨대를 꽂고
내 몸의 진액들을
빨아 먹고 산다.
그것들은 내게도 필요한데도.

이러한 저들이 싫어
가끔씩 몸을 흔들어
살짝 화를 내 보면, 한 순간
놀란 저들은 모여서
무슨 회의 같은 것들을 하곤 한다. 그러나,

이내 본정신으로
이기적인 본정신으로 돌아온
저들은 내 몸 구석구석을 살핀다.
저들의 그러한 눈빛이 싫다.

정말이지 이젠
진절머리가 나서
나의 오랜 삶에
단 몇 차례 뿜어냈던
큰 독을 뿜어볼까 한다.

저들은 나를 더 이상 친구가 아닌
무슨 종으로 본다.

작가의 말
참 답답하다. 하루하루 큰 문제없이 살아가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답답하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별다른 일이 없겠지 하면서도, 내 자식 세대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걱정이 생기기도 한다. 별 걱정을 다 한다고, 지금 살아갈 걱정이나 하라고 한다면 마땅히 할 말이 없다. 현재를 살아가기도 힘든데 무슨 미래 타령이냐고 한다면 또 할 말이 없다. 그런 것은 정녕 나라님이나 걱정할 문제인가?

오늘날 인간은 지구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하긴 인간이 애초에 지구에 무슨 해를 가할 목적으로 한 건 아니다. 인간이 좀 더 편리하게 살아가려고 수를 쓰다 보니 결론적으로 지구에 해를 끼치게 된다. 석유나 석탄 등 지하자원을 마구 꺼내 쓰니 지반이 취약해지고, 그 연료들을 어마어마한 인간들이 사용하다 보니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그에 따라 기후는 균형을 잃게 되어 이상 기후 현상이 발생한다. 또 각종 생활 쓰레기와 산업 폐기물 등이 땅 속이나 바다로 스며들어 토양 오염이나 해양 오염을 유발한다.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는 오염된 곡식, 오염된 사료를 먹고 자란 가축, 중금속 등에 오염된 물고기 등을 먹게 된다.

대부분의 지구인들은 자신들이 버린 생활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모른다. 아니 TV 등에서 보았다 하더라도 기억에 오래 담아두지 않는다. 금방 잊어버린다. 그리고는 여전히 가정에서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를 버리고,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버린다. 우리가 하루에 버리는 일회용 생수통만 하더라도 양이 굉장하다. 기업은 기업대로 일회용 용기들이나 편리한 플라스틱 제품들을 앞다투어 만들어내 판매한다. 오늘날 상당수의 기업들이 바다나 하천 등에 공업 폐수와 독극물 등을 무단으로 방출한다. 이러한 것의 피해는 누구에게 갈까? 그것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나’에게 돌아온다. 나의 건강에 해를 끼치고, 나의 자녀들에게 해를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지속적으로 알림에도 불구하고 지구 환경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개별 인간들에게 그 피해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아서 그렇다. 만약에 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쓰레기들을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내에서 처리하라고 한다면 모두들 아파트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도망할 것이다. 생각해 보라. 매일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일회용품, 택배 박스 등이 자신들의 아파트 한 쪽에 점점 쌓여가는 것을 보고 또 냄새를 맡는 것을. 우리는 환경 문제에 대해서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일부 개인이나 기업이나 국가에서 고민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 지구인 모두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구인 모두가 고민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안타깝다.

인간이 제 아무리 과학 기술을 발달시키더라도 아직까지 지진, 쓰나미, 태풍, 가뭄 등에 취약하다. 강한 지진이 발생하면 수백, 수천 명이 죽고, 블록처럼 쌓아올린 건물들은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예상치 않은 쓰나미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주요 건물들 또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 한 국가나 한 지역에 가뭄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그 가뭄을 해결하는 것도 무척이나 힘이 든다. 물론 태풍의 예상 경로를 예측하여 피해를 예방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는 자연이 주는 재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것을 보더라도 우리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미미한지 알 것이다.

지구는 지금 오래 참아주고 있다. 만약 지구가 인간들의 횡포에 기분이 나빠 몸을 한번 흔드는 날이 온다면 인류는 무시무시한 재앙에 노출될 것이다. 지구는 인간이 살아갈 터전이요, 미래의 희망이다. 이 지구라는 친구 앞에서 모두들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

최성원 기자 ipsi1004@nextdaily.co.kr 시인이자 칼럼니스트. 시집으로 「천국에도 기지국이 있다면」이 있다. 현재 최성원입시전략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오랫동안 국어 강사를 하며 ‘하얀국어’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문학 작품을 소재로 한 칼럼, 인기 브랜드에 숨겨진 이야기를 소재로 한 기사, 우리 사회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두루 조명하는 ‘최성원의 초이스 인터뷰’ 등을 차례로 연재할 예정이다. 걷기와 운동, 독서와 집필, 사람 만나는 것, 그리고 야구를 좋아한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