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롯데그룹이 한숨을 돌렸다.

올 6월부터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신동빈 회장을 비리의 정점으로 판단, 지난 2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750억원대의 횡령과 배임 혐의다.

이후 28일 오전 법원은 신동빈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신동빈 회장은 오전 10시께 서울중앙지법을 찾았으며 29일 오전 4시20분께 구속영장 기각이 결정됐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까지의 수사 내용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롯데그룹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구속될 경우 맞이할 수 있었던 '오너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됐다.

사실 롯데그룹 비리 의혹 수사는 역대급이었다. 수사관 240여 명이 투입돼 수차례 압수수색이 이뤄졌으며 오너가(家)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됐다. 재계 순위 10위권 재벌 총수가 경영 비리 혐의로 검찰의 소환을 받는 것도 2013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이후 처음이다.

또 검찰 수사가 대기업 수사로는 이례적으로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으며 무려 500여 명이 넘는 임직원들이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의 최측근인 고(故) 이인원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룹 총수가 구속되면 최악의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신동빈 회장이 구속되면 그룹 총수와 2인자가 모두 자리를 비우는 경영 공백 사태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었다.

임직원들의 그룹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도 절정에 달했고 신동빈 회장이 구속되면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이 경우 지난해와 같이 반(反)롯데 정서가 다시 불거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신동빈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롯데그룹은 오너 부재라는 최악의 위기를 넘기게 됐다.

이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재판을 받고 있으며 신동빈 회장은 물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이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올라야 하지만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롯데그룹은 이제 경영 안정화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영활동을 정상화해 고객과 협력사, 임직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검찰 수사로 위축됐던 투자 등 중장기 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투명하고 신뢰받는 그룹이 될 수 있도록 그동안 미뤄던 지배구조 개선 등에도 무게를 실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불구속 기소가 이뤄지더라도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 경영과 지배구조 개선에 매진할 것"이라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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