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안보이는 사람들의 출구찾기

천상욱 문화예술전문기자 (twister@nextdaily.co.kr)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는 10월 6일부터 10월 15일까지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소향씨어터 센텀시티 등 5개 극장(34개 스크린)에서 열린다.

영화제에서 최초로 상영되는 영화의 수는, 영화제 위상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이다. 전세계에서 첫 선을 보이는 영화를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라고 하며, 자국을 제외한 나라에서 먼저 스크린에 올리는 영화를 인터네셔널 프리미어(International Premier)라고 한다.

이번 영화제는 전체 69개국 300편의 영화가 상영되는데, 월드 프리미어 94편(장편 64편, 단편 30편)과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28편 (장편 26편, 단편 2편)이다.

이성태 감독의 ‘두 남자(DERAILED, NO WAY TO GO)’는 ‘한국영화의 오늘’ 중 ‘파노라마’ 섹션에서 상영되는 월드 프리미어 장편 영화이다. ‘두 남자’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세상이라는 정글 속에서 버텨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약자가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라는 정글

기차역이 보이는 장면에서 내레이션으로 시작한 ‘두 남자’는, 미스테리함을 자극하는 음악이 내면의 감정을 고조시키면서 진행되어 나간다. 훔친 바이크를 도둑질 당하고, 조건사기를 계획하는 것을 보면 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로 보일 수도 있고, 그들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게 된 이유를 들여다보면 약자이자 피해자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두 남자’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두 남자’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가출한 10대인 진일(최민호 분)과 여자친구 가영(정다은 분)은, 진일의 소년원 동기인 봉길(이유진 분)과 그의 여자친구 민경(백수민 분)과 함께 가족처럼 지내며 배달 아르바이트도 하고 가끔 도둑질도 하며 살아간다.

가영은 형석(마동석 분)을 상대로 성매매를 위장한 조건사기를 치려고 하지만, 형석은 가영을 인질로 진일에게 돈을 마련해 오도록 시킨다.

‘두 남자’는 언제든 뛰고 달릴 준비가 되어 있는 영화이다. 등장인물들이 쫓고 쫓기는 모습을 갑자기 보여주기도 하지만, 답답함과 울분의 감정이 언제든 격발되어 뛰고 달릴 수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영화가 주는 아슬아슬함은 어른과 소년, 두 남자가 벌이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에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감정이입하여 응원할 수도, 그렇다고 마냥 미워할 수도 없는 캐릭터들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영화에 몰입하는 것은, 특정 배역에 대한 감정이입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감정이입할 대상이 없으면 영화에 대한 감동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다.

‘두 남자’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두 남자’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두 남자’는 관객이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대상을 친절하게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관객이 깊이 공감하며 영화 속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출하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감정이입하여 응원할 수도, 그렇다고 마냥 미워할 수도 없는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는 점은 흥미롭다. 영화의 배경과 주요 캐릭터에 입혀진 안타까운 정서 속으로, 관객이 완벽하게 들어갈 수도 빠져나올 수도 없게 만들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두 남자’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두 남자’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내용상 관객의 마음은 인물 위주로 감정이입하기 쉽지 않지만, 등장인물의 내면 깊숙이 들어가려는 카메라의 집중과 관조적이면서도 쓸쓸한 음악이, 관객들을 전체적인 분위기 속에서 몰입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두 남자’에서 거침을 표현하는 많은 등장인물들은 거부감이나 혐오감을 주기 보다는, 아이러니하게도 안쓰러운 느낌을 더 전달하고 있다. 절대악으로 등장하는 전 가출팸의 성훈(김재영 분)을 제외하고는, 현 가출팸의 리더 진일을 비롯한 캐릭터들을 바라볼 때는 동정심이 생기기도 한다. 절대악은 있되 절대선은 없다는 ‘두 남자’의 설정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마동석과 최민호

‘두 남자’에서 두 남자의 생존을 위한 싸움에는, 비굴해지기도 하고 위협을 무릅쓰면서도 지키고 싶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각각 있다. 나쁜 일을 하면서도,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여자와 딸을 지키려는 두 사람의 모습은, 날선 긴장감을 해소시켜준다.

‘두 남자’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두 남자’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최민호는 자신의 여친을 걱정하며 바라보는 눈빛으로 여심을 자극하는 매력 발산한다. 흐느껴 우는 장면이나 여친의 손을 잡고 뛰는 장면은 특히 여성관객들을 심쿵하게 만들 수 있다. 진일 역 최민호의 거친 카리스마가 봉길 역 이유진의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느낌과 조화를 이루는 점도, 최민호가 펼치는 이중적인 느낌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하루하루가 쪽팔려 뒤지겠다고 말하는 마동석은 가출 소녀들을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게 만드는 악덕 업주이지만 딸에게는 한없이 좋은 아빠이다. 마동석이 맡은 형석의 캐릭터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실제로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두 남자’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두 남자’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마동석은 거침과 포용심, 무서움과 귀여움의 이미지를 이전에 출연한 영화들에서 동시에 쌓아왔기 때문에, ‘두 남자’에서 처음 등장하는 장면부터 이번에는 어떤 캐릭터일까 궁금증을 자아내도록 만들었다.

배우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낼 때 어떤 가치가 상승하는지를 최근에 증명하여주고 있는 것이다. 마동석이 어떤 반전을 통하여 다른 모습을 언제 보여줄지 ‘두 남자’를 보면서 내내 기대하게 된다는 점은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작은 재미이다.

천상욱 문화예술전문기자 (twister@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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