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가 돌아왔다. 꽤 오랜만이다. 올해는 ‘컴백’이 대세다. 소니도 ‘엑스페리아X퍼포먼스’로 돌아왔고, 팬택도 ‘스카이 IM-100’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화웨이도 KT와 함께 ‘Be Y’폰으로 올해 첫 스타트를 끊었다.

블랙베리가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서 공개한 ‘프리브’는 사실 생소한 스마트폰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갈아탄 블랙베리가 야심차게 개발해 공개한 모델이 바로 ‘프리브’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프리브’ 사용자들이 분포해 있다. 하지만 국내서는 정식으로 소개된 바 없어 일부 마니아 층에서 해외구매대행 방식으로 이용해왔다.

현장에서 직접 사용한 블랙베리 ‘프리브’에 대한 궁금증은 안드로이드와 블랙베리가 얼마만큼 조화롭게 연계됐는가와 슬라이팅 쿼티 자판이 주는 편의성에 집중됐다. 둘 다 블랙베리가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성공 요인들이다.

블랙베리 ‘프리브’가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여타 스마트폰 대비 차별화될 수 있는 포인트는 총 3가지다. 보안성과 메시징, 생산성이다.

블랙베리 프리뷰
블랙베리 프리뷰

◇ 블랙베리 방패 든 안드로이드
‘프리브’의 보안은 제조 공정부터 시작된다. 하드웨어 자체 보안 기능이 탑재된 상태로 제조된다. 하드웨어 기기에 암호화 커스텀 키를 내장한다. 이전 블랙베리 OS와 동일한 과정을 거치는 셈이다. 스마트폰이 부팅될 때마다 소프트웨어 컴포넌트의 보안을 검증하기 위한 서명키를 사용함으로써 소프트웨어의 안정성을 보증해준다. 즉 변조를 방지한다.

‘프리브’에 탑재돼 있는 구글 안드로이드 6.0.1 마시멜로 운영체제에 블랙베리 보안 솔루션을 얹었다. 운영체제 측면에서도 높은 보안 수준을 적용받을 수 있다.

사용자가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보안 서비스는 ‘블랙베리 DTEK’이다. 이 곳에 진입하면 현재 기기의 보안상태를 눈으로 점검할 수 있다. 개인정보와 콘텐츠에 대한 앱 접근을 모니터링할 수 있어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았다고 가정하면, 그 앱의 접근 권한을 살펴볼 수 있다. 무심코 ‘허용’한 앱 접근은 사용자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체험존에서는 ‘플래시라이트’라는 앱을 통해 보안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 앱은 플래시를 마치 조명처럼 이용할 수 있는 유용한 앱이다. 하지만 블랙베리 DTEK에 들어가보면 이 앱이 위치정보를 특정 시간에 검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치 정보뿐만 아니라 5분 가랑 마이크에 접근했다는 사실까지 파악할 수 있다. 만약 기업의 비밀회의에서 해커가 이 앱을 통해 사용자 스마트폰 마이크에 접근했다면, 상상 만해도 끔찍하다.

◇ 메시징 블랙베리 허브
화면상에서 예전 블랙베리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두 곳 있었다. 하나는 블랙베리 허브였고, 또 다른 곳은 홈화면에서 앱 화면으로 전환됐을 때였다. 앱 화면은 기존 블랙베리에의 메인화면과 마찬가지로 각 카테고리 별로 앱과 서비스 등이 기존 레이아웃과 흡사하게 배열돼 있다.

블랙베리 허브는 안드로이드를 위해 재설정됐다. 허브에 진입하면 좌측 메뉴창에 사용자가 등록한 이메일과 문자, SNS 등이 나열돼 있다. 각각의 앱에 접근할 필요없이 ‘블랙베리 허브’에서 이메일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문자 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카카오톡 등과 같은 국내 메신저나 SNS는 등록돼 있지 않은데, 블랙베리가 관련 API를 공개한만큼 추후를 기대해볼 수 있다.

재밌는 기능은 알림 설정이다. 언제 알림을 받을 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를테면 오전 9시 회의에 참석해 10시에 끝난다면, 블랙베리 허브에서 오전 10시부터 알림을 받겠다고 설정해놓을 수 있다. 9시와 10시 사이에 도착할 알림이 10시에 한꺼번에 표시된다. 장소도 가능하다. 특정 지역에 도착하면 알림이 오게 할 수도 있다. 와이파이도 설정해놓을 수 있다.

블랙베리 프리브는 좌우 엣지가 적용된 5.4인치 2560x1440 해상도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우측 끝에는 안쪽으로 밀어 동작시킬 수 있는 ‘생산성 탭’이 마련돼 있다. 이 곳에서는 블랙베리 허브와 캘린더, 태스크, 주소록 정보를 한 화면에서 확인하고 접근할 수 있다.

◇ 돌아온 슬라이딩 물리 쿼티자판
블랙베리 프리뷰 하단에는 물리 쿼티 자판이 숨어 있다. 본체를 위로 밀면 바로 확인 가능하다. 슬라이딩 방식을 채택했지만 두께는 9.4mm로 얇은 편에 속하지만 무게는 192g으로 다소 무겁다.

쿼티 자판은 기존 블랙베리 제품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타이핑이 가능하도록 방향별로 모서리가 깎여 있는 형태로 디자인됐다. 타이핑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열어볼 수 있다.

물리쿼티 자판을 쓰지 않을 때는 가상 키보드에서 단어 추천을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제’를 입력하면 ‘ㅈ’키에 ‘제주도’가 뜬다. 이 키를 위로 쓸어 올리면 ‘제주도’가 화면에 반영된다. ‘제’만 입력에 밀면 끝인 셈이다.

쿼티 자판은 단순하게 누르는 동작만을 감지하지는 않는다. 터치를 지원한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를 열었다면 쿼티 자판 아무 곳에서나 쓸어 올리거나 내리면 화면에 그에 맞춰 스크롤된다. 화면에 손을 대지 않고도 움직일 수 있다. 타이핑을 할 때 좌측으로 자판을 쓸면 백스페이스가 작동되는 것과 똑같이 단어가 지워진다.

각 자판은 단축키로도 활용할 수 있다. 주로 사용하는 앱들을 각 키에 맞춰 설정해놓으면 길게 누르는 것만으로 해당 앱에 바로 접근 가능하다. 총 26개의 단축키를 설정할 수 있다.

◇ 오랫동안 사용 가능한 일체형 바디
하드웨어 제원만 놓고 봤을 때는 지난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준한다.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는게 스마트폰인지라 현재는 중급형 수준이다. 퀄컴 스냅드래곤 808 프로세서와 3GB 메모리를 갖췄다. 내부 저장공간은 32GB다. 국내에서 동일 프로세서가 장착된 모델로는 LG전자의 ‘G4’와 ‘V10’이 해당된다.

배터리는 일체형이다. 3410mAh로 타 제품 대비 많은 배터리량을 지니고 있다. 블랙베리에 ᄄᆞ르면 최대 22.5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기기가 자동으로 절전 모드로 전환돼 배터리 소모를 줄이고, 앱 스탠바이 기능을 통해 자주 사요하지 않은 앱으로 배터리가 주는 것을 방지해 준다는 설명이다.

슈나이더 크로이츠나흐 인증을 받은 1800만 화소 광학식손떨림보정(OIS) 기능을 갖춘 F2.2 카메라가 후면에 배치됐다. 60프레임의 풀HD 영상촬영이 가능하고, 슬로모션 촬영도 가능하다. 전면은 F2.8 200만 화소 카메라가 장착됐다.

오디오 측면에서는 블랙베리 내추럴 사운드 기술을 적용해 휴대폰 위치와 주변 소음 정도에 따라 와이파이 및 셀룰러 통화음을 조절하고 음량을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하드웨어 상으로는 3개의 마이크 시스템이 내장됐다.

김문기 기자 (moon@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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