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10년을 넘기다
달리기를 시작한지 만 10년이 넘었다. 2006년 8월 말에 시작해 이제 11년째 접어든 것이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는 500m도 계속 달리지 못하였는데, 어느덧 풀코스를 12번 완주를 했고, 10~20km 정도의 거리는 언제든지 달릴 수 있는 체력이 되었다.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10km 달릴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고, 마라톤 완주를 할 계획은 없었다. 그러나 달리는 즐거움을 알았을 때는 달리기를 멈출 수 없었다. 결국 마라톤 완주까지 하였다. 그만큼 달리기는 중독성이 강한 운동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그 긴 세월동안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달릴 수 있었던 것은 한강변을 달렸던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한강변과 같은 필드런(야외를 달리는 것)은 확실히 큰 즐거움을 준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했는데, 버스가 압구정동의 유명 휘트니스 센터 앞을 지나갔다. 건물 4~5층에 위치한 휘트니스 센터는 대부분의 휘트니스 센터가 그렇듯이, 창문쪽에 트레드밀(treadmill. 러닝머신은 잘못된 표현이다)을 일렬로 설치해 놓았고, 그 위에서 열심히 걷고 달리는 사람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도시 풍경을 보면서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면서 트레드밀 위에서 달리는 모습은 멋있어 보였다. 나중에 여유가 되면 휘트니스에 등록해 트레드밀 위에서 달리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트레드밀의 장단점
달리기를 시작하고 집 근처 한강변을 달리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휘트니스 센터의 트레드밀을 달리는 사람이 그렇게 불쌍해 보일수 없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트레드밀 위에서 달리는 것은 정말 지루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트레트밀을 일년에 한 두 달 정도 이용한다. 필드런을 하기 힘든 혹서기와 혹한기에 적절한 실내 온도가 유지되는 휘트니스의 트레드밀에서 달린다. 이유는 근육과 근력 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필자의 경우 트레드밀 위에서는 30~50분 정도가 한계이다. 음악을 듣기도 했고, 영화를 보면서 달려 보기도 했지만 지루하다. 게다가 온 몸이 땀 범벅이 된다. 야외에서 달리는 경우에도 땀이 많이 나지만 야외이고 바람 등의 영향으로 바로 증발하기 때문에 상의와 하의 속옷이 젖는 정도이다. 트레드밀에서 달리면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 범벅이 된다.

트레드밀은 날씨와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트레드밀을 자신이 달릴 수 있는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설정을 하여 체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그런데 트레드밀의 가장 큰 단점은 달릴 때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다는 것이다. 땅 위에서 달리는 것과 트레드밀에서 달릴 때 사용하는 근육이 조금 다르다.

땅 위에서 달릴 때는 다리 근육으로 땅을 밀어야 앞으로 갈 수 있는 것인데, 트레드밀에서는 바닥이 자동으로 뒤로 움직이기 때문에 트레드밀에서 달리기는 뒤로 밀치는 근육이 많이 발달하지 않게 된다. 트레드밀에서 연습을 하다가 실 대회에 나가서는 평소보다 기록이 안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이유이다. 이러한 트레드밀의 단점을 보완하려면 2~3도 정도 기울기를 주고 달리면 좋다.

필드런의 즐거움
트레드밀과 비교하면 한강 변을 달리는 것은 사뭇 다르다. 기분이 좋아지고 풍경을 즐기면서, 바람을 느끼면서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맑은 하늘을 볼 수도 있고, 아름다운 야경을 보면서 달리 수 있다. 매일매일 달리다 보면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필드런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신기한 것도 만날 수 있다.]
필드런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신기한 것도 만날 수 있다.]

10년동안 한강변을 달리면서 많은 변화를 볼 수 있었다. 롯데월드타워가 차곡차곡 올라가는 모습도 달리면서 볼 수 있었다. 새벽에 달리면서 여명과 일출을 보기도 했고, 비온 후 저녁에 달리다가 무지개를 만나는 행운도 있었다. 잠수교를 야간에 건널 때는 오색 분수 쇼와 올드 팝을 들으면서 달릴 수도 있었다. 이렇듯 필드런은 상상 이상의 많은 즐거움을 준다.

성수대교 부근에서 달리다 무지개를 보았다.
성수대교 부근에서 달리다 무지개를 보았다.

한강변을 달리는 가장 큰 즐거움은 주로에서 달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강변을 달리다 보면 마라톤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자전거의 경우 속도가 빨라서 불가능하지만, 달리는 경우에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마주오는 사람과 인사도 하고 격려도 주고 받을 수 있다. 한 손을 들어서 인사를 하기도 하고, 중앙 마라톤 등 큰 대회를 앞 둔 경우에는 “중마 파이팅~”을 외치기도 한다. 가끔 마라톤114 회원을 만나기도 한다.

달리다가 멀리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사람을 보면 추월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불특정한 경쟁 상대를 정하는 것이다. 이런 경쟁 상대를 만나면 평소보다 속도를 높여서 달리면서 점점 가까워져서 추월을 하게 되는데 필드런을 달리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반대로 추월을 당하기도 하는데, 뒤에서 달리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추월 당하지 않으려고 속도를 내게 되고, 두 경우 모두 자연스럽게 달리기 능력이 향상된다. 트레드밀에서는 이런 즐거움을 결코 느낄 수 없다.

혹서기 혹한기의 달리기
한여름에 필드런을 하는 것은 조금 위험하다. 한번은 한여름인 7월에 한강변을 달리다가 2km도 달리지 못하고 중간에 걸어서 돌아왔다. 고작 2km 정도를 달렸는데 더위에 온 몸은 땀 범벅이 되고, 체온이 상승하고 호흡이 어려워서 더 이상 달릴 수 없었다. 달리기란 운동이 몸에서 열이 많이 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혹서기 때 야외에서의 무리한 운동은 일사병 등을 일으키므로 조심해야한다. 그래서 여름에는 자전거로 운동을 대체하기도 한다.

여름에 야간 달리기는 그나마 좀 달릴 만하지만 문제는 수많은 날벌레들이다. 한강변을 달리면 벌레들이 입과 코로도 들어온다. 자전거와 달리 달릴때 마스크를 하고 달리면 호흡하기가 힘들어서 사용하지 못한다. 다만, 벌레가 눈에 들어가면 실명의 위험이 있으므로 투명 고글은 착용하는 것이 좋다. 달리고 나면 땀이 흐른 얼굴에 날벌레 십 여마리가 붙어 있는 경우는 흔하다. 그리고, 이번 여름 같은 열대야가 있는 경우에는 야간에도 필드런은 사실상 힘들다.

한겨울은 방한 장비들 이용하면 웬만한 기온에는 충분히 달릴수 있다. 방풍자켓, 장갑, 귀마개, 모자 등으로 무장하면영하 10도 정도까지는 가능하다. 달리기의 경우 10분정도만 달리면 몸이 더워져서 추위는 큰 문제가아니다.추위보다 결빙된 도로가 더 큰 문제이다. 달리다가 미끄러져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위험한 것은 결빙된 도로 위에 살짝 눈이 내렸을 때이다. 매우 미끄럽기 때문에 이런 날은 달리지 않는 것이 좋다.

그 다음은 바람이다. 한강변은 바람이 강하기 때문에 체감 날씨는 훨씬 낮게 느껴진다. 반대로 장점도 있다. 추운 날씨 때문에 자전거와 보행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게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

한겨울에 한강변을 달릴 때는 방한 장비가 필수이다.
한겨울에 한강변을 달릴 때는 방한 장비가 필수이다.

한강변 달리기의 요령
한강 주변에 살지 않는 경우, 한강을 달리기 위해서는 한강까지 가서 달려야 하고, 일상복과 운동복을 모두 가지고 가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몇가지 요령이 있는데, 한강변에 인접한 전철역에서 내려서 물품을 지하철역의 물품 보관소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리고 여의나루역 부근에는 '한강공원 여의도 안내 센터'가 있는데, 이 곳은 무료로 짐도 맡아주고, 운동 후 샤워도 할 수 있다.

필자의 집은 중랑천에 인접해 있는데, 중랑천 자전거 도로까지 나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3~5분 걸린다. 그곳에서 한강까지는 약 1km 거리기 때문에 중랑천 자전거도로 보다는 한강 자전거도로를 주로 달린다. 다른 사람은 차를 몰고 와야 달릴 수 있는 한강변을 집에서 나와서 바로 달릴 수 있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달리러 나가기는 싫다?
필자의 경우 달리러 나가면 최소 10km 정도를 달린다. 그런데 달리러 나가는 것이 결코 즐거운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집에서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단 달리러 나가면 10km 정도를 달리게 되는데, 달리고 난 후의 성취감과 상쾌함은 달려본 사람만 알 것이다. 그리고 아침 일찍 달리면 하루 종일 뿌듯하다.

그런데 10년동안 같은 장소에서 달리다 보니, 내가 달릴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답답하다. 달린 곳을 계속 해서 반복해서 달리니, 늘 새로운 곳을 달려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응봉역에서 달리기를 시작하면 주로 달리는 코스는 한강 동쪽 청담대교, 서쪽 잠수교, 중랑천 비우당교, 청계천 장평교를 왕복하는 코스이다. 이러한 달리기 코스는 각 코스마다 느낌이 조금씩 다르고,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달리기 좋은 코스가 따로 있기 때문에, 달리러 나가면서 그때 그때 코스를 정하여 달린다.

응봉역(중앙의 사각형)에서 10km 달리기 코스
응봉역(중앙의 사각형)에서 10km 달리기 코스

두 다리로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준 축복 중에 하나인 것 같다. 가장 기초적이면서 가장 완벽한 운동. 달리기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운동이다. 그리고 가장 간단하면서 가장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마라톤 10년차... 20년차가 되었을 때는 어떤 느낌일까?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

한상준 han.sangjoon@gmail.com 포토스탁 회사 이미지클릭 이사. 20년 넘게 IT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며, 관심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글로 남기는 것을 좋아해 꾸준히 하고 있다. 10년전 마라톤을 시작하여 국내 최대 마라톤 동호회 마라톤114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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