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말기
어미는
또 토할까 봐
먹질 못 하는데
배고픈 아들은
때가 되면
밥이 먹어지고.

밤중에 잠이 깬
어미는
까아만 천장에
아들 살 집을
지었다
부쉈다
잠을 설치는데
피곤에 지친 아들은
잠이 들어지고.

이것이 삶인가 보다.

작가의 말
병원에 도착하여 호스피스 병실로 들어갔다. 침상으로 다가가자 엄마는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깼다. 아들의 도착을 기다리다 선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엄마는 눈을 크게 뜨고 팔을 들어 필자를 반겨주었다. 거의 뼈만 남은 앙상한 팔을 들며 웃으면서 말이다. 엄마와 관련된 많은 기억 중 잊히지 않는 장면이다.

엄마는 스무 번이 훨씬 넘은 항암 치료를 받았다. 말기 위암을 진단받고 우리 가족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다. 그러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지역에서 제일 큰 병원을 찾아갔다. 다시 여러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를 들으러 모두 같이 갔다. 암세포는 위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퍼져 있다고 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지는지를 아버지가 담당의사에게 물어보았다. 의사의 표정에는 확신이 없었다. 이미 늦었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아버지와 엄마의 간절함을 꺾기가 부담스러웠던지 항암 치료를 한번 해보자고 했다. 우리 가족은 항암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소 안심했다. 희망이 생긴 것이다. 병원 인근에서 모두 식사를 하며 꽤나 기대감을 가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항암 치료를 받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치료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엄마는 치료 과정 내내 꿋꿋했다. 그러다 마지막 몇 번의 치료 때는 힘들어 했다. 삶의 끈을 놓은 것 같았다. 치료 과정 내내 소생을 기원했던 필자도 한쪽 발이 괴사되는 것을 보고 엄마의 편안한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삶은 수시로 방향을 바꾼다. 삶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가 원치 않는 일들이 자주 생기고 간절히 원하는 일들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것이 삶인 것이다. 일제강점기 험난했던 세월을 살았던 백석 시인은 그의 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이라는 구절을 통해 운명론적 세계관을 나타낸다. 그러면서도 시의 마지막에서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소재를 통해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보인다. 시의 소재인 갈매나무를 좋아한다.

가을이다. 여기저기서 노란 국화가 보인다. 그 노란 국화를 볼 때마다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는 생전에 국화 가꾸기를 좋아했다. 선배의 사무실에서 국화 화분을 하나 분양받아 집 베란다에 두었다. 꽃이 조금씩 핀다.

최성원 기자 ipsi1004@nextdaily.co.kr 시인이자 칼럼니스트. 시집으로 「천국에도 기지국이 있다면」이 있다. 현재 최성원입시전략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오랫동안 국어 강사를 하며 ‘하얀국어’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문학 작품을 소재로 한 칼럼, 인기 브랜드에 숨겨진 이야기를 소재로 한 기사, 우리 사회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두루 조명하는 ‘최성원의 초이스 인터뷰’ 등을 차례로 연재할 예정이다. 걷기와 운동, 독서와 집필, 사람 만나는 것, 그리고 야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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