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에 시계가 필요한 이유
마라톤을 할 때 유용한 장비중 하나가 손목 시계이다. 이번에는 마라톤과 측정 장치인 시계의 유용함을 알아 보자.

마라톤은 42.195km를 달리는 장거리 달리기이다. 마라톤은 가능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고른 페이스로 달리는 것이 필요하다. 매 1km구간 마다 페이스를 확인하면서 달리는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달리면서 목표로 했던 페이스보다 빠른지 느린지를 확인하면서 달려야 편안하게 달릴 수 있고, 좋은 기록도 얻을 수 있다.

베테랑 달림이들의 공통된 의견중 하나가 마라톤 보다 10km 달리기가 더 힘들다는 말이 있다. 이는 마라톤의 경우 42.195km 를 달리기 위해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 보다 천천히 달리지만, 10km 의 경우 짧은 거리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최고 속도로 달리기 때문이다. 즉, 거리가 10km 인지, 하프(21.0975km)인지, 마라톤인지에 따라 각각 페이스를 달리해서 달린다.

마라톤은 장시간 동안 달려야하는 운동이다. 달리는 초반에는 몸에 축적된 에너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빨리 달릴 수 있으나, 초반에 너무 빨리 달리면 오버페이스가 되어서 몸에 저장되어 있던 한정된 에너지가 고갈되어 나중에는 걷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기록도 나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42.195km를 달리는 내내 같은 페이스로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자동차 연비와도 비슷하다. 고속 주행보다 경제속도로 달려야 연비도 잘나오고,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것이다.

2010년과 2012년 중앙 마라톤 기록 비교. 2010년에는 페이스의 변화가 거의 없고, 기록도 좋다
2010년과 2012년 중앙 마라톤 기록 비교. 2010년에는 페이스의 변화가 거의 없고, 기록도 좋다

필자는 마라톤을 하면서 시계를 몇 번 바꾸었다. 처음에는 어떤 시계가 마라톤에 적합한지 몰랐기 때문에 몇번 바꾸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시계는 기술의 발달로 단순한 시계가 아니라 보다 편리하고 과학적으로 마라톤을 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 기구로 성장하였다.

마라톤을 시작할 때 가지고 있는 시계가 모두 바늘 시계라서 디지털 시계가 필요했다. 처음에 구입한 시계는 단순한 스포츠용 전자 시계였다. 그때는 매일 매일 같은 구간을 달렸기 때문에 달리는 데 걸린 전체 시간을 측정하는 것은 스톱워치로 충분했다.

스톱워치가 되는 전자시계
스톱워치가 되는 전자시계

매일 4km 정도의 거리를 달렸는데, 어제는 24분, 오늘은 23분 40초.... 이런식으로 기록이 단축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마라톤에 대한 별다른 기초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무조건 빨리 달리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이 시계는 방수가 되어서 비오는 날에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스포츠용 시계이었는데, 아쉽게도 마라톤을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시계였다. 가장 중요한 랩타임이 한 개 밖에 안되었다.

랩타임이란 일정 거리를 얼마의 시간에 달렸는 지를 말하는 것이다. 마라톤을 할 때에 일반적으로 1km마다 기록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을 한다. 미국 등 마일 단위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마일단위로 확인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랩타임을 마라톤을 하면서 일반 스톱워치를 이용하여 스스로 측정하기란 불가능하다. 1~2km 정도 되는 짧은 거리를 달릴 때는 1km가 되었을 때 시간을 확인하고, 2km가 되었을 때 확인하면 일반 스톱워치로도 가능하다.

문제는 중장거리를 달릴 때다. 예를 들어 10km를 달린다고 하자. 처음에 스톱워치를 시작하고 달리면 1km를 지나면서 5분 14초가 걸렸다. 1km를 더 달려 2km에 도달하였을 때 10분 48초가 걸렸다. 그러면, 1~2km 구간은 5분 34초에 달린 것이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계산할 수 있으나, 3km 지점을 지날 때 16분 25초가 걸렸다. 2~3km 구간을 5분 37초에 달린 것인데, 달리면서 2km 때 시간을 기억하고 지금 시간에서 계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전체 10km를 55분에 달렸냐, 54분에 달렸는 지 전체적인 기록은 확인할 수 있으나, 내가 초반, 중반, 후반에 어떠한 페이스로 달렸는지 알 수는 없다. 1~3km 구간에서는 빨리 달리고, 7~10km 구간에서는 힘이 빠져 천천히 달렸는 지 전체 기록으로는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라톤은 각 구간에서 어떻게 달렸는 지를 파악해야 기록을 향상 시킬 수 있다.

2006년 달리기 기록. 일반 스톱워치를 사용해서 총 달린 시간만 파악할 수 있다
2006년 달리기 기록. 일반 스톱워치를 사용해서 총 달린 시간만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초반에 빨리 달리고 후반부에 늦게 달렸다면, 다음에 달릴 때는 초반에 페이스를 늦추어 달려야 전체적인 기록을 향상시킬 수 있다. 반대로, 초반에 천천히 달리고 후반부에 빨리 달렸다면, 후반부에 힘이 남는 것으로 초반에 속도를 올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결국 첫번째 구입한 단순 스톱워치 기능의 시계는 이러한 랩타임을 측정할 수 없어서 랩타임이 넉넉하게 되는 새로운 시계를 구입하기로 하였다.

두번째 시계 - 랩타임을 기록하자.
두번째 시계는 스포츠 용품 판매사인 오클리에서 나온 마라톤에 적합하게 기능을 특화시킨 시계였다. 이러한 기능이 있는 시계가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첫번째 시계는 구입후 몇 달만에 퇴출을 당했지만, 이 시계는 세번째 GPS 시계를 사기 전까지 4년 넘게 함께 마라톤을 한 시계이다. 100개의 랩타임을 저장할 수 있고, 무게도 가볍고 기능은 단순하지만 꼭 필요한 기능은 있었다.

이 시계의 장점 중 하나는 Hands up lighting 이란 자동 조명 기능이다. 달리는 중에는 백라이트가 꺼져있다가, 달리는 페이스를 확인 하기 위하여 손을 올리고 멈추면 별도의 조작없이 백라이트가 자동으로 들어온다. 야간 달리기 할 때 이 기능이 있으면 정말 편리하다. 주변에 가로등이 있더라도 백라이트 없이 달리면서 랩 시간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말 편리하다. 단, 백라이트는 건전지가 많이 소모되므로 낮에 달릴때는 이 기능을 끄고 달리는 것이 좋다.

마라톤은 42.195km 이므로 1km마다 1개씩, 최소 43개의 랩타임이 필요하다. 달리다가 조작 실수나 버튼을 두번 누를 수도 있기 때문에, 몇개의 여유분을 고려하면 50개 정도 랩타임이 되는 시계라면 큰 문제 없이 마라톤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시계는 시작(Start) 버튼을 누르면 위 아래 두 개의 시간이 동시에 시작된다. 1km 지점마다 랩 버튼을 누르면, 위에 시간은 마지막 1km를 걸린 시간을 잠시 멈추어 보여주고, 다시 0초에서 시작된다. 아래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며 전체 달린 시간을 보여준다. 따라서, 달리는 중에도 쉽게 매 1km 구간의 랩 시간을 파악할 수 있다. 화면 최상단에는 몇번의 랩을 사용했는 지 보여준다. 100개까지만 저장이 가능하다. 중간 화면이 크다는 것은 랩 시간이 그만큼 달릴 때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화면 상단은 랩 갯수, 중간은 마지막 랩시간, 하단은 전체 시간을 보여준다
화면 상단은 랩 갯수, 중간은 마지막 랩시간, 하단은 전체 시간을 보여준다

위 사진을 보면, 상단 35는 35km(랩 35번)를 달렸고, 하단은 총 달린 시간이 3시간 28분 30초 이며, 중간은 6분 54초는 마지막 1km의 랩 시간을 알려준다. 달리기를 마치고, 시계로 달린 각각의 랩타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매번 달린 후 스프레드시트 파일로 달린 기록을 입력하여 정리했다. 이런식으로 정리를 하면, 내 페이스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다음에 어떤 식으로 페이스를 조절해서 달려야 기록을 향상 시킬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1km 마다 수동 랩으로 매번 기록을 정리 한 파일
1km 마다 수동 랩으로 매번 기록을 정리 한 파일

그런데, 이 시계도 문제가 있다. 문제라고 하기 보다는 시계 기능의 한계이다. 랩타임을 100개까지 저장할 수는 있으나 1km 구간 마다 달리면서 직접 랩 버튼을 눌러야 한다. 한강 변은 그나마 1km마다 거리 표시가 되어있어서 1km 구간을 확인할 수 있으나, 달리다 보면 거리 표시 앞에서 랩버튼을 누르는 것을 잊는 경우도 있고 자주 달리는 곳이 아니면 그 거리 표시를 찾기 또한 쉽지 않다. 또한, 거리 표시도 정확치 않고 오차가 제법 있다.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 메이저 대회는 비교적 정확하게 1km마다 거리를 표시하지만, 소규모 대회는 표시가 없는 곳도 있으며, 대회를 참가하여 수많은 달림이 속에서 달리면서 그 표시를 매번 확인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달릴 때는 달리는 데만 집중하고 싶었다. 더우기, 힘에 부칠 때는 모든 것이 귀찮기 때문에 일일히 거리를 확인하고 랩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불편함을 모두 해결해 줄 수 있는 시계가 바로 GPS 시계이다.

세번째 시계 - GPS 시계.
두 번째 시계의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준 시계는 GPS 시계이다. GPS는 Global Positioning System 의 약자로 지구 위에 떠있는 인공위성에서 보내는 신호를 이용하여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 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에도 대부분 내장되어 있지만, GPS 시계를 처음 산 2010년에는 가격도 고가 였고, 흔하지 않은 기능이었다.

첫 GPS 시계 가민 포러너305. 화면 좌상부터 시계 방향으로 전체시간/현재시간/ 랩 시간/ 달린 거리
첫 GPS 시계 가민 포러너305. 화면 좌상부터 시계 방향으로 전체시간/현재시간/ 랩 시간/ 달린 거리

이 시계의 이름은 가민社에서 만든 Forerunner 이다. 제품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달리기하는데 적합하게 만들어 졌다. 최신형 GPS 시계와 비교하면 크기도 크고 디자인도 유치하고 위성 위치를 파악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훨씬 오래 걸렸다. 이 GPS 시계를 구입하고 나서 마라톤을 보다 편리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시계에 내장된 GPS 로 위치를 파악하고 거리를 측정하기 때문에 별도의 수동 조작 없이 자동으로 거리와 페이스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표지판을 보고 거리를 측정해야했고, 수동으로 1km 마다 랩 버튼을 누르면서 달려야 했지만, 이 시계는 모든 것이 자동으로 측정 및 저장된다. 그리고, 화면에서 달리기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기 때문에 편리하다. 랩 기록 저장도 100개가 아니라, 메모리 한계까지 저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1000개 이상의 랩기록을 저장할 수 있다.

화면은 1개에서 4개까지 자유롭게 분할할 수 있다. 위와 같이 화면을 4분할 하여 달리는데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면서 달릴수 있다. 이 화면은 사용자 취향에 따라서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거리, 페이스, 속도, 칼로리, 심박수 등 에서 선택할 수 있다. 화면 설정 이외에도 자동랩 기능이 있어서 1km 나 1mile 또는 500m 등 사용자가 거리를 설정할 수 있다. 나는 1km로 설정을 해 놓았는데, 이와 같이 설정하고 달리면, 매 1km마다 랩타임을 팝업 화면과 알람소리로 알려주기 때문에 달리는 중에도 놓치지 않고 거리와 페이스를 파악할 수 있다. 즉, 거리 표시를 찾지 않고, 달리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런 기능 이외에도 가상 파트너(시계속의 가상의 파트너와 경쟁을 하면서 달리는것), 자동 멈춤기능(달리다가 잠시 멈출때 별도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시간이 정지 되는 것), 페이스 알람(목표한 페이스에 도달했을때 경고음으로 알려주는것), 인터벌 훈련(특정 구간을 빠르게 달렸다, 천천히 달렸다 반복하는것) 등 수많은 기능을 내장하고 있지만, 단순히 일반적인 달릴 때 사용하는 기능만 설명하기로 한다.

달리는 사람의 공통적인 특징 하나는, 새로운 곳을 달리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출장이나 여행 등으로 새로운 지역에 가게 되면 달려 보아야하기 때문에 꼭 함께 가지고 가는 것이 운동화이다. 필자는 한번 달리면 10km정도를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 달려보는 곳은 낮설기 때문에 이러한 거리 측정은 쉽지 않은데, GPS 시계덕분에 새로운 곳에서 편리하게 10km 정도를 측정하면서 달릴 수 있었다.

이러한 GPS 시계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어디를 가서 달려도 위성을 통해 거리를 알려주기 때문에 해외에 나갈 때 꼭 GPS 시계를 가지고 간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장 때 새벽에 해변을 달렸다. 손목에 GPS 시계를 차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장 때 새벽에 해변을 달렸다. 손목에 GPS 시계를 차고 있다.

물론, GPS 시계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늘이 보이는 곳에서는 위성과의 교신이 원활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지하 도로, 터널, 고가도로 아래나 고층 빌딩 옆에서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몇번의 오류를 경험하기도 했는데, 즐겨 달리는 강북 자전거도로의 한남대교에서 반포대교 구간의 경우 위로는 강북강변도로가 있고, 한쪽은 높은 벽이 있어서 가끔 오류가 발생한다. 이러한 오류는 위성 전파가 벽이나 빌딩에 반사 되면서 제대로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므로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는 지도 정보와 연동된다면 오류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GPS 오류가 발생 할 경우 달린 곳이 엉뚱하게 표시 되기도 한다
GPS 오류가 발생 할 경우 달린 곳이 엉뚱하게 표시 되기도 한다

두번째 GPS 시계
두번째 시계의 경우 기능상 첫번째 시계와 큰 차이는 없으나 크기가 현저하게 작아졌다. 그리고, 디자인도 많이 개선 되었다.

디자인은 개선되었으나, GPS 탑재를 위하여 옆에서 볼 때 두께는 여전히 두꺼운 것을 확인할수 있다.
디자인은 개선되었으나, GPS 탑재를 위하여 옆에서 볼 때 두께는 여전히 두꺼운 것을 확인할수 있다.

GPS 시계의 제작사는, 자사의 시계를 구입한 사람에게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무료로 운영한다. GPS 시계를 컴퓨터와 연결하면 운동 데이터가 제작사 서버로 업로드 되고, 전송 받은 데이터를 통하여 다양한 분석 자료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이러한 자료를 통하여 별도의 입력 없이 편리하게 자신의 운동 DB를 구축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GPS 시계 제작사의 서비스는 일종의 족쇄 역할을 하고 있다. 몇년간 모아놓은 자신의 운동 데이터 때문에 다음 제품을 구입할때 경쟁사의 제품으로 옮겨가지 못하고 다시 동일한 회사 제품을 사는 이유가 된다. 즉, 마케팅의 일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민社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여러가지 분석 화면. 한글도 지원한다
가민社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여러가지 분석 화면. 한글도 지원한다

또한, 같은 회사 제품을 가진 사람끼리 연결되어 상대방의 운동 데이터를 볼 수 있고, 댓글을 남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페이스북 같은 SNS 라 볼 수 있는데, 운동에 특화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필자가 고문으로 있는 마라톤114의 경우 50여명이 동일한 가민社 GPS 시계를 사용하는데, 그룹을 만들어서 별도로 비교가 가능하다. 이른 바 가민족(族)이라고 하는데, 그룹에 포함된 사람끼리 실시간으로 아래와 같이 달린거리로 순위를 보여주기 때문에, 서로 경쟁이 되어서 순위를 높이기 위해 달리기를 하도록 만들어 놨다.

마라톤114 가민족 주간 순위. 경쟁심을 유발 시킨다.
마라톤114 가민족 주간 순위. 경쟁심을 유발 시킨다.

GPS 시계의 진화 그리고 웨어러블 시장의 성장
최근 들어 동작감지 센서가 작아지고, 다양한 감지 기능이 가능해 지면서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들이 나오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들의 상당수가 손목에 착용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GPS 시계처럼 기능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만보계, 계단 감지, 칼로리 산출, 수면 패턴 감지 등에 특화된 기기들도 있다. 이러한 기기들은 GPS가 내장되어 있지 않아서 오차는 있지만 사용자 신체 정보(신장, 보폭 등)를 입력하면 꽤 정확한 거리 자료를 보여준다.

한 웨어러블 장치의 주간 통계 화면 / 다양한 스마트 시계와 웨어러블 장치들
한 웨어러블 장치의 주간 통계 화면 / 다양한 스마트 시계와 웨어러블 장치들

핸드폰도 그렇지만, GPS 시계도 점점 진화를 한다. 가장 많은 사용자가 바라는 것은 긴 사용시간일 것이다. GPS 기능을 켜면 전력 소모가 많다. 핸드폰도 GPS 기능을 켜면 전력 소모가 늘어나는데, 시계는 부피의 특성상 배터리도 작기 때문에 사용시간을 늘리기 쉽지 않다.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마라톤 완주 시간은 4~6시간 정도이므로 최소 그 시간 이상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저렴한 GPS 시계의 경우 GPS 기능을 켠 상태에서 4~5시간 정도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6~10시간 정도는 사용할 수 있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시계일수록 부피도 늘어나고 무게도 늘어나는 단점이 있기도하다.

현재 사용중인 GPS 시계의 경우, 보다 정확한 위치 파악을 위하여 GPS이외에도 GLONASS(GLObalnaya NAvigatsionnaya Sputnikovaya Sistema 러시아 우주국 무선항법 시스템) 신호까지 감지 가능하여 보다 많은 지역, 전세계 어디서나 정확한 위치 파악 및 거리 파악이 가능하다. 참고로 GPS는 CDMA 방식이고, GLONASS는 FDMA로서 통신방식이 서로 다르다.

알림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단순한 알람 소리로 랩타임을 알려주었는데, 최신 기기에서는 진동과 함께 랩타임을 알려주기 때문에, 주변에 소음이 많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달릴 때도 손목이 떨림을 감지하여 쉽게 알 수 있다. GPS 칩의 성능 개선으로, 1분정도 걸리던 위성 인식이 몇 초 정도로 빨라졌고, 심박계는 안테나 방식의 외장형에서 일체형으로 바뀌었다.

[(위) 가슴에 착용하는 외장형 심박계와, (아래)시계 뒷면에 심박계가 장착된 GPS 시계
[(위) 가슴에 착용하는 외장형 심박계와, (아래)시계 뒷면에 심박계가 장착된 GPS 시계

일년 전쯤 새로 구입해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최신형 GPS 시계(가민피닉스3)는 스마트워치로 진화했다. 이는 Apple과 삼성 등에서 스마트워치를 출시 하면서 운동 관련 기능을 포함시켰고, 이와 경쟁하기 위하여 GPS 시계는 스마트워치 기능을 추가하였다. 사실상, 두 시장이 상당부분 중복 되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중인 GPS 시계의 경우 WIFI 기능이 있기 때문에 무선 공유기(AP)에 직접 접속하거나, 스마트폰과 연동되어 별도의 유선 연결 없이 블루투스로 운동 데이터가 제작사 서버로 바로 전송이 된다. 일반 스마트워치와 마찬가지로 시계화면(Watch face)를 다양하게 선택 할 수도있다. 시계화면 뿐 아니라 다양한 운동용 앱을 추가로 앱스토어에서 받아서 설치할 수 있다.

시계 몸체는 티타늄 메탈로 진화해서 정장에도 잘 어울린다. 시계 유리는 사파이어를 사용해서 긁힘에도 강하다. 사실 이전의 GPS 시계는 운동할 때만 사용하였는데, 가민 피닉스3를 구입한 후에는 매일 착용하고 다닌다. 만보기 기능, 수면 패턴 분석, 계단 오르기 감지 등 다양한 센서가 내장 되어있어서 평소에 내 운동량이 어찌 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꼭 한번은 해보고 싶은 철인 3종 경기 (마라톤, 수영, 사이클)도 별도의 조작없이 자동으로 감지할 수 있다. 마라톤 만이 아니라 수영, 등산, 사이클, 카누 등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어서 사실 시계에 들어 있는 기능을 전부 사용하지 못하고 일부분만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워치로 진화한 GPS 시계. 가장 최근에 구입한 시계이다.
스마트워치로 진화한 GPS 시계. 가장 최근에 구입한 시계이다.

단점은 터치스크린이 되지 않는다. 제작사는 수중이나 비가 내리는 등 악천후에서도 조작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터치스크린 기능을 일부러 빼고 버튼으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이 시계는 철인3종 경기의 수영까지 가능하게 하기위하여 10ATM (100m)방수를 지원한다. 그리고, 디자인의 특성상 여성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또 하나의 단점. 조금 무겁다. 티타늄 바디와 티타늄 밴드를 사용하면 134.8g 이다. 밴드를 티타늄에서 고무 밴드로 바꾸어도 78.2g 이다. 시계 자체만 보면 별로 무게가 문제가 될것 같지 않으나, 몸무게 1kg 을 줄이면 마라톤 기록이 5분이 단축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마라톤은 무게에 민감하다.

마라톤을 처음 완주한 친구가 완주 후 한 말이 기억난다. 30km 이후부터 자신의 양 팔 조차 무겁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마라톤 대회 주로에는 버려진 장갑, 손수건, 머리띠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벼운 면 장갑조차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마라톤 후반(30km 이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마라토너들은 가벼운 시계도 차고 달리는 것을 불편해 하기도 한다. 이제 마라톤 시계의 발전 방향은 기능을 줄이지 않고 경량화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꼭 있었으면 하는 기능이 있다. 목표치 거리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줄여 나가는 앱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에 10km 또는 일주일에 100km 등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달린만큼 달성한 것을 퍼센테이지로 보여주거나, 목표까지 남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달릴 것 같다. 하드웨어 변경 없이 소프트웨어 적으로 충분히 구현 가능한 기능이다. 이는 현재 사용 중인 시계에는 앱스토어가 있어서 앱만 나온다면 간단히 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운동을 할 때 이러한 첨단 기구를 사용해 자신의 운동 방식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관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록을 SNS 등에 공유하면서 스스로 자극이 될 수 있다. 한번은 달리러 나가려고 하는데 GPS 시계가 방전이 되어서 작동을 안하는 것이다. 갑자기 운동을 하고싶은 의욕이 사라져 버렸다. 결국, 시계를 충전하고 난 후에 달리러 나갔다. 운동을 할 때 통계와 분석이 중요하다. 이러한 데이터들이 모이면 빅데이터가 되는 것이고, 과학적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은 기록 꾸준한 운동과 기록향상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운동을 하는 즐거움을 배가 시킨다.

GPS 시계가 저렴하지는 않다. 반가운 소식은 얼마전에 샤오미에서 10만원을 조금 넘는 GPS 스마트워치가 나왔다는 기사를 보았다. 국내에서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GPS 시계가 있으니, 달리기를 시작 한다면 한번 구입해서 사용해 보기 바란다. GPS 시계. 사용해 보면 그 시계가 주는 편리함과 즐거움 때문에 운동도 더 많이 하게 되므로 충분히 그 값어치 이상을 한다. 한번 중독되면 시계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 구입하게 될것이다.

웨어러블 기기와 함께 즐거운 달리기를 해보기 바란다.

한상준 han.sangjoon@gmail.com 포토스탁 회사 이미지클릭 이사. 20년 넘게 IT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며, 관심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글로 남기는 것을 좋아해 꾸준히 하고 있다. 10년전 마라톤을 시작하여 국내 최대 마라톤 동호회 마라톤114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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