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V20’을 꺼내들었다. 전작인 ‘V10’의 경우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LG전자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찾는데는 성공했다. 당시 LG전자는 ‘최고’보다는 ‘최적’을 중시했다. 올해 2번째로 선보이는 V20에서도 LG전자가 초심을 지킬 수 있을지 궁금했다.

LG전자가 ‘V 시리즈’를 통해 강조하고자 한 점은 사용자경험(UX)이었다. ‘최고 성능을 내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최고 잘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스마트폰 하드웨어 스펙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새로운 모멘텀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LG전자 V20
LG전자 V20

◇ 화각을 강조한 V20
‘V20’이 강조하고자 하는 점은 LG전자가 서초R&D센터에서 연 론칭행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LG전자는 별도 체험코너를 크게 3개 요소로 구분했다. 카메라와 오디오, 사용자경험(UX)으로 나눌 수 있다. 바꿔 말하면 3가지 요소를 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우선 카메라다. 최근 제조업체들이 강조하고 있는 카메라 성능 포인트는 크게 밝기와 초점, 화각이다. 어두운 환경에서도 더 밝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거나 역동적인 움직임도 빠르게 잡아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화각은 듀얼카메라가 도입되면서 부상하고 있는 차별화 포인트다.

LG전자는 체험코너를 통해 화각을 앞세웠다. 하드웨어 상으로 LG전자 V20은 1600만 화소 75도 일반각의 카메라와 800만 화소 135도 광각 카메라를 나란히 배치했다. 이 두 개의 카메라는 함께 동작하기 보다는 별도로 움직인다. 카메라 앱에서 한 번의 터치로 전환 가능하다.

두 카메라의 화각 차이는 수치상으로 보이듯이 확연히 드러난다. 광각 카메라 쪽이 더 많은 곳을 담을 수 있다. LG V20 발표 때도 실제 일반각과 광각 촬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LG전자 V20 일반각(하단)과 광각 촬영 모습
LG전자 V20 일반각(하단)과 광각 촬영 모습

LG전자는 전면도 500만 화소의 광각 카메라를 안착시켰다. 셀카봉 없이도 더 넓게 촬영할 수 있다. 전면 광각 카메라는 도입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LG전자는 올해 2월 공개한 ‘X스크린’의 전면에 동일한 카메라를 탑재시킨 바 있다.

LG전자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전문가 모드를 적용해오고 있다. 전작인 V10의 경우기본적인 전문가 모드 이외에도 비디오 전문가 모드를 탑재했다. V20도 마찬가지다. 바뀐 점이 있다면 비디오 전문가 모드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됐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비디오 전문가 모드 고음질 녹음 기능인 ‘하이파이 비디오 레코딩’이 눈에 띈다. DVD나 전문 캠코더 오디오 녹음에 쓰이는 무손실 무압축 파일포맷인 LPCM을 지원한다. 사용자는 24비트의 음질을 영상에 녹일 수 있다. LG전자는 일반적인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수준에 준한다고 설명했다.

LG전자 V20 듀얼 카메라
LG전자 V20 듀얼 카메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지 못한 부분은 오토포커스 성능과 손떨림 보정 기능이었다. 지난해 V10 론칭현장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두 기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 올해는 그 부분이 빠져 아쉽다.

LG V20에 도입된 ‘하이브리드 오토 포커스’는 레이저 빔으로 촬영 대상까지의 거리를 측정해 초점을 맞춰주는 기능에, 렌즈에서 들어오는 빛을 이미지센서 2개에 나눠 보내 두 빛 간 거리가 맞도록 조절해 초점을 맞추는 ‘위상차 오토 포커스’, 이미지 센서에 들어온 빛의 명암비를 분석해 초점을 맞춰주는 ‘콘트라스트 오토 포커스’가 추가됐다. 세 가지 방식이 동시에 초점을 맞추는데 활용된다.

LG전자는 전작인 V10의 손떨림방지기능으로 방송용 ENG 카메라급 EIS 모듈을 적용했다. 지난해 이를 확인시키기 위해 아이폰6 플러스와 함께 진동판에 올려놓고 돌아가는 대관람차 모형을 촬영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V20은 한 단계 더 나아가 프레임 내 피사체 위치를 분석해 보정하는 ‘디지털 이미지 보정(DIS) 기능을 추가시켰다. 더 나은 보정 기능을 갖추고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4개의 필터로 걸러낸 음질
LG V20 오디오 체험 공간은 바로 음질의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해놨다. 큰 상자에 화면만 보이도록 LG전자 V20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을 나란히 놓은 후 하단의 스위치를 통해 현재 듣고 있는 음원 그대로 기기만 바꿔 들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한마디로 스위치만 바꾸면 음질의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해뒀다.

오디오 품질은 개인차가 심한 요소이기에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다. 실제로 청음해본 경험을 공유한다면, 갤럭시노트7의 음질은 쨍하다. 가수의 목소리와 각자의 악기가 제 소리를 전달하려고 서로가 앞으로 나오려 한다. 반면 V20은 거리를 두고 울린다. 입체감은 V20에 손을 들어줄 수 있겠다. 갤럭시노트7이 평평하다면 V20은 굴곡진 언덕을 오르내리는 듯 하다.

LG전자 V20(좌)과 삼성 갤럭시노트7
LG전자 V20(좌)과 삼성 갤럭시노트7

하드웨어 상으로 LG V20은 ESS 32비트 하이파이 쿼드 DAC가 탑재됐다. DAC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해주는 장치로 음질의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품이다. LG전자는 정수기 필터가 많으면 더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듯이 1개 보다는 4개의 DAC가 장착된 V20이 좀 더 깨끗한 음질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DAC만큼 튜닝도 중요하다. 튜닝은 제조사별로 그들만의 색깔이 명확한 편이다. LG전자는 이 부분에서 B&O 플레이의 도움을 받았다. B&O의 경우 명료한 저음과 균형적인 중고음의 표현이 매력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전자가 B&O 플레이가 튜닝한 번들 이어폰을 제공한다는 점은 환영할만하다. 현장에서도 헤드폰과 함께 번들 이어폰이 함께 배치됐으면 했던 게 아쉽다.

LG V20은 32비트 384kHz 고해상도 음원을 재생할 수 있다. 일반 음원은 업비트 업샘플링 기능을 통해 좀 더 높은 품질의 음원으로 탈바꿈한다. 무선 연결의 경우 퀄컴 Apt-X HD의 지원으로 24비트 음질 구현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MP3 음원 포맷뿐만 아니라 FLAC, DSD, AIFF, ALAC 등 대부분의 무손실 하이파이 음원 포맷도 지원한다. 이어폰 자우 음량을 각각 75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다. 헤드폰 등 연결된 음향기기의 저항값을 분석해, 고출력이 필요한 전문가용 헤드폰도 고유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출력을 제공한다.

LG전자 V20 세컨드 스크린
LG전자 V20 세컨드 스크린

◇ 안드로이드 7.0 ‘누가’와 ‘LG UX 5.0+’ 콜라보
LG전자는 전작 V10에서 처음으로 ‘세컨드 스크린’을 도입했다. ‘V20’도 그대로 계승했다. 실제로 체험한 세컨드 스크린은 기능상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우선 메인 화면이 꺼져 있어도 날씨, 시간, 요일, 날짜, 배터리 상태 등의 기본 정보가 표시된다. 문자, SNS 등의 알림 정보를 24시간 표시해주는 ‘올웨이즈온’ 기능도 그대로다.

달라진 점은 전작의 비해 밝기를 약 두 배 높였다는 점과 글자 크기를 최고 50% 키워 시인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예약 꺼짐 기능이 추가돼 취침시간 등에는 메인 화면이 꺼지면 세컨드 스크린도 꺼지도록 설정할 수 있다. 화면 이동 없이 바로 내용 확인 후 답장을 보낼 수도 있다.

여기에 LG전자는 구글의 새로운 검색 기능인 ‘인앱스’를 녹였다. ‘바로가기 앱’을 탑재해 바로 접근할 수 있다. 구글 인앱스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의 콘텐츠를 통합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다.

V20의 돋보이는 점은 구글의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7.0 누가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3가지다. 우선 멀티 윈도 기능이다. 하단 소프트키에서 우측 네모 아이콘을 누르면 멀티 윈도를 지원하는 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멀티 윈도 지원 앱은 상단 상태줄에 ‘멀티윈도’ 아이콘이 표시된다.

멀티 윈도 간의 드래그앤드롭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갤러리에서 특정 사진을 드래그해 다른 화면의 메시지창으로 넘기면 바로 적용된다. 메시지창에서 따로 불러낸 필요가 없어 손에 익으면 꽤 자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퀵 스위치’ 기능은 바로 메인화면으로 넘어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 톡톡 두 번 누르면 메인으로 이동한다.

LG전자 V20
LG전자 V20

◇ 확 달라진 디자인, 내구성 확인은...
전작의 경우 내구성을 크게 신경썼다. 그러다보니 LG전자 역대 가장 무거운 스마트폰으로 기록됐다. 무려 192g이다. LG전자는 휴대성을 살리기 위해 내구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무게를 줄일 수 있도록 소재와 디자인을 재설계했다.

V20은 스테인리스에서 다시 알루미늄으로 돌아왔다. 대신 항공기와 요트 등에 주로 사용되는 알루미늄 AL6013 소재를 활용해 내구성을 높였다. 후면 커버를 좌우 양쪽 가장자리 부분이 둥글게 휘어지도록 설계했다. 비틀림이나 휘어짐을 방지하기 위한 디자인이다.

상하단에는 레이싱 헬멧 등에 쓰이는 ‘실리콘-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했다. 여행용 하드 캐리어에 쓰이는 소재 대비 20% 이상 충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설계를 통해 V20은 전작 대비 18g의 무게를 빼는데 성공했다. 174g의 무게를 갖췄다. LG전자 스마트폰 중에서는 3번째로 기록된다. 무게로 따지면 V10, G3 스크린, 그 다음이 ‘V20’이다. 간발의 차이로 ‘옵티머스G프로’가 172g으로 4위다.

착탈식 배터리는 측면 버튼을 눌러 분리할 수 있다. 누르면 ‘탁’하고 후면이 들린다. 이 상태에서 후면 커버를 분리하면 끝이다.

현장에서는 내구성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아쉬웠다. 별도로 내구도를 알아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됐으면 했다.

김문기 기자 (moon@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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