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아가는 만큼 자신을 위로하거나 격려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본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는 ‘치유(Healing)’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 자아의 갈등은 물론 사회로부터의 갈등과 무의식적인 억압, 번뇌의 스트레스는 우리의 뇌를 늘 긴장하게 한다. 이에 대한 치유의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가장 좋은 치유를 위한 휴식은 숲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햇살 쏟아지는 숲을 걷는 것도 좋고 가랑비 내리는 숲의 향을 음미하는 것도 좋다. 숲을 산책하면 오감이 즐겁고 마음의 안정을 갖게 된다. 이러한 숲의 기능은 인간의 건강을 직•간접적으로 치료하는 자연치유기능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흡수와 산소 생산, 토사붕괴와 토사유출을 방지하는 등 공익적 기능도 지니고 있어 금전으로 환산하면 109조 69억원(2010년 기준)에 달한다.

우리나라에는 경기도 포천의 국립수목원을 비롯하여 공•사립 수목원이 전국에 약 40개가 존재한다. 이 외에 대학의 식물원과 산림박물관, 생태수목원, 시험림이 있다. 시험림은 나무와 관련한 토양과 생육상태를 관찰•연구하기 위한 산림이다. 홍릉, 수원, 광릉, 진주, 제주에 조성되어 있다. 홍릉시험림은 서울의 천장산에 위치해 있으며 ‘홍릉’의 유래가 되는 명성왕후의 능터이자 근대 임업시험의 최초 시험지로서 역사적, 문화적, 학술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국립수목원 전문전시원
국립수목원 전문전시원

1922년 임업시험장으로 개관되었고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으로 국내외 다양한 식물유전자원 총 2,035종(목본 1,224종, 초본 811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개관한 광릉시험림은 1912년 조선총독부 농상공부 식산국 산림과에서 산림 일부를 개간하여 시험모표와 시험지를 설치하여 현재까지 임업시험연구기관으로 주목 받고 있다.

광릉은 1468년 조선의 7대 왕 세조가 자신의 능이 들어설 자리를 광릉의 능림으로 정한 뒤 그 주변과 진입로에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를 심어 능원을 이루게 된다. 1911년에는 능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림(현재의 시험림)이 ‘갑종요존예정림(군사상 또는 학술상 필요하거나 국토보안상 존칭할 필요가 있어 정하는 산림)’에 편입되면서 지금의 광릉시험림이 되었다.

광릉시험림의 천연림으로 조성된 국립수목원은 1997년 광릉숲 보존을 위해 신설되었다. 이곳에는 1,120ha의 자연림과 전문전시원, 산림박물관, 산림생물표본관, 산림동물보존원, 난대온실,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등이 있다. 국립수목원의 특징이라면, 192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산림생물종 연구의 전통을 잇고 있다는 점이다. 세조대왕의 능림으로 지정된 이후 540여년간 보전되고 있는 광릉숲은 지난 2010년 6월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계획(MAB) 국제조정이사회에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국립수목원의 야외 전문전시원에는 식물의 용도, 분류학적 특성, 생육 특성에 따라 수생식물원, 식•약용식물원 등이 조성되어 있다. 총 102ha의 면적에 3,873종류의 식물을 식재하여 어린이를 둔 가족이나 식물전공 학생, 전문가들에게 현장학습 장소로 추천할 만 하다.

나무는 곧고 푸르고 아름답게 하늘을 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듯이 나무가 갖는 의미는 경제적 가치와 정신 건강을 위한 치유의 수단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종교와 신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나무 이야기는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인도와 유럽, 시베리아, 북아메리카 등지에서는 세계수(世界樹, World Tree)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으며 하늘과 땅, 지하를 연결한다. 세계수에는 세계를 지탱하는 북유럽 신화의 이그드라실(Yggdrasil, 물푸레나무), 인류 최초의 문명을 일으킨 수메르인의 생명나무((Tree of Life in Sumer) 홀루푸(Huluppu 버드나무), 그리고 단군신화의 신단수 박달나무 등을 들 수 있다.

우리 가까이에는 마을을 지키는 당산과 당산나무가 있다. 주로 오래된 고목이 당산나무가 되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간혹 있다. 당산나무는 신격화된 나무로 마을의 중심에서 지킴이 역할을 한다. 때론 신격화된 당산나무 주변은 신성한 공간이 되어 사람들의 발길을 멀리하기도 하나 대체로 마을의 정자나무의 기능을 동시에 겸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 동안 종교적, 정치적, 문화적인 면에서 마을공동체의 구심역할과 결속을 다지는 장소가 되어왔기 때문이다.

‘산림과 강의 모든 것을 백성과 더불어 함께 한다(山林川澤與民共之)’. 1397년 조선왕조는 산림공유재를 천명한다. 이러한 산림공유는 양반 관료와 왕실의 사전 산림 점유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산림관리의 기본이 되었다. 산림은 국가 재정 확충의 근간이 되었으며 백성들의 중요한 생산활동의 터전이다. 따라서 조선왕조 건립 당시에는 백성들의 민심을 모으기 위해 이 제도를 시작하였으나 국가재정 확충의 어려움으로 인해 필요에 따라 금산(禁山), 봉산(封山) 등의 제도를 실시하게 된다. 백성의 산림 이용을 제한하여 국가의 산림 지배력을 강화하고 산림 관리의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강화반닫이-소나무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강화반닫이-소나무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가구를 비롯하여 농기구 등 일상생활에서 목재의 사용은 광범위하다. 그러나 점차 강화되는 국가의 산림 관리는 백성들의 생활을 곤경에 처하게 했다. 조선 순조원년 1804년, 이를 지켜보던 정약용의 친형 손암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은 ‘송정사의(松政私議, 나라의 소나무정책에 대한 사견)’를 저술하여 송금(松禁) 정책에 대해 비판한다. 정약전은 송금정책으로 인한 지방관의 횡포를 고발하고, 비현실적인 산림정책으로 인해 죽은 이의 관조차 만들지 못하는 백성들의 비원을 담아 식목 장려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한때 흑산도 일대에 초장(草葬)이 성행했던 이유이다.

나무는 훌륭한 자원이다. 관상뿐만 아니라 약용으로 이용되고 건축이나 생활가구 제작에 사용된다. 특히 대목장들은 건축자재로 소나무를 주로 사용하며 미송을 최고로 꼽는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경우 서해쪽의 소나무를 선호하는데 가지와 가지 사이의 간격이 넓고 옹이자국이 고르기 때문이다. 대목장과 소목장이 사용하는 나무는 조금 다르다. 비중이나 휘어짐의 강도도 나무마다 달라 용도에 따라 선택하게 된다. 오동나무와 소나무, 참나무 중에 비중과 휨 강도가 강한 것은 참나무이다. 그래서 소나무와 참나무는 주로 건축용으로 사용되며 대목장이 좋아하는 나무이다. 이 외에 잣나무, 젓나무, 느티나무, 밤나무도 쓰인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어 나이테가 뚜렷하고 나뭇결이 아름다운 나무가 많다. 가구를 짤 때도 그 나뭇결을 살려서 사용하면 보기 좋은 작품이 나오게 된다.

가구는 오동나무와 소나무, 느티나무, 감나무, 회화나무 등으로 제작한다 은행나무, 호두나무, 피나무는 넓은 판재를 구할 수 있으며 터지거나 휘지 않아 소반 제작으로 사용하기 좋다. 오동나무는 가볍고 얇게 켜도 잘 터지지 않으며 건습조절이 용이하다. 그래서 가구의 서랍제작에 사용하기도 한다. 연장자루를 만들 때는 물푸레나무를, 도마를 만들기 위해 버드나무를 사용하기도 한다.

연갑-오동나무(온양민속박물관 소장)
연갑-오동나무(온양민속박물관 소장)

나무를 다루는 장인 중에는 스승에게 물려받은 오래된 도구를 포함하여 인생을 함께하는 몇 십 년 된 도구들 수십 개가 있다. 그 중에는 ‘애끌’이라는 것이 있다. 마지막 마무리 작업을 애끌로 하는데 장인의 마음을 다해 쓰는 도구이기에 사랑 애(愛)를 붙여 부른다.(자료도움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온양민속박물관)

서정화 fine0419@nextdaily.co.kr | 넥스트데일리의 문화부 공예전문 기자. KBS방송국,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생물자원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등에서 미디어와 박물관•미술관, 환경, 공예•디자인 관련 경험을 하였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문화재연구소 전문위원, 술문화박물관리쿼리움 큐레이터, 오매(OMEA) 갤러리 이사이며 동화작가이다. 민속학, 박물관교육을 전공하였고 다양한 기획과 글쓰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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