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획을 맡고 있기에 글을 잘쓰는 사람들을 만나면 불쑥 ‘책을 출판해보시면 어떨까요?”라고 질문을 하곤 한다. 그럴 때면 책을 내기 위해 이미 원고를 준비하고 있는 필자 외에는 대체로 ‘아니? 제가 무슨 책을 내요?”라며 반문한다.

사실 책을 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온라인상에서 잘못된 글은 지우거나 수정하면 되지만 한 번 인쇄된 것들은 지울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 혁명의 시대이다. 책을 낸다는 것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인쇄 매체이든 온라인상이든 콘텐츠 없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보가 넘쳐나고 그 정보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들도 다양하다. 이런 이유로 책을 만드는 일 즉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 상에도 글을 잘쓰는 달필가들이 넘쳐난다. 여러분도 글을 쓰면 쓸수록 늘고 있는 자신을 재 발견하게 된다. SNS 상에 기록을 남길 때 기왕이면 양질의 콘텐츠를 남겨 그것을 책으로 까지 만든다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을 얻게 될 것이다. 누구나 필자가 되고 저자 될 수 있다. 그 도전의 길에 필자가 책을 만들었던 경험을 토대로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해 누구든지 자신만의 책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컬럼을 통해 안내해보고자 한다.

요즘은 무겁고 심각한 주제의 책은 잘안 팔린다. 오히려 일반인이나 전문가들의 삶이나 하는 일의 노하우를 가볍게 알려주는 책들이 인기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의 영향으로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찾기 간편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글이 많고 문장이 유려한 원고는 오히려 정중하게 거절 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 말은 반대로 하면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저자로의 첫 시작을 할 수 있을까?

MD로서의 경험을 살린 이랑주씨의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같은 책이 있는가 하면 이지영씨의 <엄마의 돈 공부>같은 평범한 엄마의 재테크 노하우를 담은 책도 있다. 일본 번역서 중에서는 사사키 후미오 씨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같은 정리정돈서처럼 가볍고 일상의 노하우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책들이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최은희씨의 <여성 소셜 마케팅으로 시작하라>는 저자의 직무 경험을 집약한 스토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섭외한 경우이다.

나만의 스토리가 무엇인지 점검해 보기
사실상의 등단이라는 과정과도 같은 책 쓰기에 성공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우선 추천 드리고 싶은 방법은 ‘내가 가진 콘텐츠가 무엇인가’ 점검해 보는 것이다. 나는 누구이고, 어떤 분야에서 남들보다 나은 콘텐츠를 갖고 있는지, 또는 내가 속한 집단이나 모임에서 모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컨텐츠는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평범한 주부라도 자녀 교육 노하우가 남다를 분이 있을 수 있고, 직무상 마케팅이나 영업력, 상담력이 어필할 수도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필자가 근무했던 서울디자인전문학교 입학관리과의 이수환 실장은 책을 출간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필자에게 어떻게 하면 책을 낼 수 있겠는지 문의해와 여러 출판사에 기획안을 보내보라고 권유했다. 출판사는 저자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주고 시장성이 있으면 책을 내고 저자와 함께 치열한 마케팅과 영업을 하여 시장에서 살아남도록 한다. 이수환 실장은 경제지 출판사 위주로 출간 기획안을 보냈지만 기대에 못 미쳐 자비를 들여 <약속된 성공>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도움성공연구소’라는 별도 법인 설립도 했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필자의 현업인 입학관리 업무와 ‘성공’이 쉽게 매칭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내게 맞는 콘텐츠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책의 방향성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서울디자인전문학교 재직 당시, 한국인 어린이 3,170여 명의 생명을 살린 하지스 여사의 전기를 만드는 일을 맡게 된 적이 있다. 이 때 필자는 저자가 살린 사람들이 현업에서 어떻게 훌륭하게 역할을 하고 있고, 하지스 여사의 일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지를 알리는 것이 책의 방향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스 여사는 영자지에도 책 두 권 분량의 책 스크랩이 있을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국내외 신문기사로 널리 알려진 인물을 현실감 있게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식의 책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의 발행 주체였던 한국국제문화교류협회(KICA)에서는 필자의 기획 진행안을 채택하되 영문 기사 번역을 필자에게 하도록 의뢰하였다. 목표가 하지스 여사의 생일에 출간하는 것이었으나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원고를 다듬을 시간이 없었다. 결국 한달 여 앞두고 정리한 자료를 협회에 넘기고 협회에서 전기작가를 섭외하여 진행하면서 생생한 인터뷰 내용이 전체적으로 삭제되었다. 하지스 여사라는 훌륭한 콘텐츠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나만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와 방향성 찾기가 가장 중요
스티브 잡스같이 일생 자체의 콘텐츠가 훌륭하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아마 스티브 잡스의 전기는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여 계속 나올 것이다. 현존하는 인물인 성룡의 전기도 물론 훌륭한 베스트셀러의 소재이다. 만약 평범한 사람이 책을 쓰려고 작정한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잘 돌아보고 나만의 콘텐츠, 내가 가장 잘하는 것, 나의 전문성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따져보기 바란다.

책 교정 전문가인 안종군 실장은 최근에 네 번째 책인 <문장 다이어트 레시피>를 냈다. 이처럼 자신의 전문성을 잘 살린 책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으로 책을 낼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재미있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바로 그것이 나만의 콘텐츠 방향을 잡아가는 지름길이다.

조혜란 hrcho@cyber.co.kr 10여 년 동안 IT 매거진 분야에서 PC월드 기자, PC라인 수석 기자, 프로그램세계 편집장을 역임했고 연세대학교 공학대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에는 베스트북 실장으로 <장미가족의 포토샵 교실>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성공적으로 런칭한 뒤 서울디자인전문학교 입학관리과에 입사했다. 2014년부터 성안당에 입사해 현재는 부장으로서 IT 전문서, 각종 번역서 외에도 자기계발서, 마케팅, 회계, 실용서 등 다양한 책들의 출간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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