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관광모드다. 호텔에 차를 부턱했더니 짜베시에 데려다준 기사가 왔다. 짜베시갈때 남편의 GPS땜에 험한 길로 갔는데도 힘들어하지않고 데려다준 기사다. 그때 고맙고 미안했는데 다시 만나니 반갑다. 래리라는 이름의 기사는 대학생이란다. 20살이라는데 운전을 잘한다. 트빌리시에서 대학을 다니는데 여름방학동안 고향에 와서 아르바이트를 한단다. 전공은 컴퓨터란다. 순진하고 착해보인다.

래리가 스바네티 샘물 먹어봤냐고 묻는다. 안먹었더니 샘터로 데려간다. 계곡을 따라 들어간다. 은밀한 곳에 있어서 동네주민들 아니면 모를 곳이다. 물이 맛있다. 생수병에 든 생수를 버리고 담았다.

비탈길을 꼬불꼬불 올라서 하츠발리에 도착했다. 스키리조트인데 여름철에는 전망을 보러 올라가는 곳이다. 메스티아에서 전망보기 가장 좋은 곳이라 해서 갔다.

10시부터 리프트를 운행한다는데 10시가 넘어도 운행하지 않는다. 단체손님들이 몰려오자 리프트가 돌기 시작한다. 우리도 리프트에 올랐다.

리프트총길이는 2.4킬로미터란다. 올라가는 중간에 두번 멈추었다. 멈춘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햇빛은 쨍쨍 내리쬐는데 땡볕에 바베큐되는것 같다. 다행히 멈춘 시간이 길지 않았다.

정상에 오르니 메스티아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지역에서 가장 높은 우슈바가 한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있다. 호수트래킹때 구름속에서 숨박꼭질하더니 오늘은 모습을 다 드러내고 뽐낸다. 4700미터의 높이지만 내눈엔 쉬카라보다 더 위용당당해 보인다.

주말이라 가족들이 함께 놀러온 모습들이 눈에 뜨인다. 단체로 놀러온 팀들도 많다. 다들 우슈바앞에서 폼잡고 사진을 찍는다. 우리는 리프트를 타고 다시 내려왔다. 리프트가 한번씩 서는 이유를 알았다. 중간중간 리프트에 정상에 보내는 짐이 실어져있다. 짐을 내릴때마다 잠시 세우는듯 싶다.

산을 내려가는 중간에 경치가 좋은 곳에서 래리가 차를 세워준다. 오늘의 주목적지는 마쩨리다. 호수트래킹때 만났던 젊은이들이 마쩨리가 좋다해서 가보려는거다. 크게 믿음이 가진 않지만 남편은 확인해보고 싶은가보다.

래리도 처음 가는 곳인지 폰으로 네비를 작동시킨다. 남편의 GPS와 래리의 네비가 합쳐서 열심히 계곡속을 헤쳐나간다. 길이 끊어져서 걱정을 하니 래리가 갈수있다면서 초원위를 달린다.

지도상에 있는 교회까지 갔는데 교회가 없다. 그림같은 교회를 기대했는데 허망하다. 폭포가 아름답다더니 흔하게 보는 광경이다. 우슈바를 다른 각도에서 볼수 있고 마차푸차레닮은 봉우리를 만나서 반갑다. 그외에는 일부러 차를 빌려서 올 정도는 아니다.

다시한번 여행자들의 허풍이 생각난다. 남들이 안가는 곳에 대해선 과장하는 버릇이 있다. 우리처럼 시간이 넉넉하면 상관없다. 우리는 유명하지 않은 곳도 가서 보고 확인하는걸 즐기니깐 상관없다. 하지만 시간이 아까운 여행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곳에 유혹을 받을 이유가 없다.

래리한테 다시 메스티아로 가자고 했다. 마쩨리는 식사할 식당조차 변변하지 않다. 끼니를 해결하려면 아무래도 메스티아로 가야할듯 싶다. 시간이 넉넉해서 코시키박물관도 볼겸 박물관옆 식당으로 가자고 했다.

식당에 도착해서 래리에게 먹고싶은거 아무거나 시키라고 했더니 스바네티에서 꼭 먹어야할 메뉴를 추천한다. 가격도 싸다. 더 비싼거 먹으라고 했더니 하나로 우리 세명이 다 먹어도 된단다. 안에 불고기같은 것이 들어있다. 우리입맛에 딱이다. 쿱다리라고 부르는 스바네티전통 요리이다.

식당옆 코시키에 들어갔다. 입장료를 받을줄 알았는데 공짜다. 박물관이라는데 지키는 사람도 없다. 내부는 6층으로 되어있다. 계단은 사다리로 엉성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다리를 치우고 구멍을 막으면 아무도 올라가지 못할듯 싶다.

겉으로 보기에는 창문이 작아 답답할것 같은데 신기허게도 내부는 환하다. 겉으론 작은 창문이 안으로 확장되는 구조라 빛이 들어오면서 탑 내부를 환하게 비춘다. 아래층은 좁은데 위층은 넓어진다. 벽두께가 아래층은 두꺼운데 위층으로 가면서 얇아진다. 그래서 내부공간은 위층이 더 넓다.

코시키는 평소에 지내기엔 답답할 정도로 내부가 좁다. 평소에는 집에서 지내다가 비상시에 코시키로 대피한단다. 지금은 대부분 사용하지 않는다한다. 스베나티지방에서 볼수있는 특별한 코시키다.

호텔로 돌아왔다. 오늘은 관광모드로 메스티아인근을 돌아봤다. 호텔방으로 돌아오니 청소를 마치고 타올도 갈아놓았다. 아침에 나가면서 청소안해도 된다고 말했는데도 깨끗하게 청소를 해놓았다.

침대에서 딩굴거리는데 침실뒤쪽 마당이 소란스럽다. 창을 내다보니 동네아이들이 놀고있다. 숨바꼭질을 하는데 우리나라하고 다르지 않다. 동심으로 돌아가 한참동안 지켜봤다.

저녁을 먹자고 나갔다. 메스티아에 머무는 동안 매일 저녁을 먹은 식당이다. 오늘은 새로운 메뉴인 오자쿠리에 도전했다. 감자와 양파를 돼지고기와 섞어서 그릴에 졸인 음식인데 담백하다. 난 오늘도 하우스와인을 시켰다. 디저트까지 완벽하게 먹고 알딸딸 기분좋게 호텔로 돌아왔다. 메스티아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정들자 이별이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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