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시작 시간인 8시가 되자 조명의 변화 없이 한 사람이 무대위로 올라 오더니 자신의 움직임을 시작한다. 약간의 어수선하고 무대에 아직은 관객의 시선이 집중되지 않았음에도 2~3m 정도의 거리를 두고 댄서는 자신이 준비해 온 작품을 날 것 그대로의 열정으로 점점 관객을 빠져들게 한다. 때로는 한 명의 댄서가 때로는 두 명의 댄서가 약간은 덜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거친 숨소리 그대로의 땀방울 하나 하나를 조명에 반짝이며 관객을 향해 소리 없이 절규하는 움직임으로 말을 건다. 친절한 작품 소개도 댄서에게 박수 칠 시간도 없이 조용히 무대가 시작되고 소리 없이 무대가 끝난다. 관객 누구도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숨소리도 가다듬는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프로 무용수들이 자신이 직접 안무를 창작한 작품을 공연이라는 틀을 벗어 던지고 관객의 시선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무대이다. 지난 3월 처음으로 관람했던 이 공연에는 5~6명 남짓한 관객을 앉혀놓고 진행 됐었는 데, 이제는 전 좌석이 매진이 될 만큼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솔로 앤 듀엣(Solo and Duet)” 이라는 타이틀로 소통하는 이 공연은 현재 활동 중인 프로 무용수들이 스스로 안무를 하여 만든 작품을 관객 앞에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무대이다.

이 공연을 총지휘하는 김재덕(현대무용단 “Modern Table”대표) 기획자는 “댄서로서 공연을 하다 보면 자신만의 느낌과 아이디어를 폭발시키고 싶은 때가 있는 데, 그런 무대를 만나기가 어렵다. 지속적으로 이런 욕구를 분출시키지 못하고 있다 보면 댄서로서의 창의성도 감소되고 점점 흥미를 잃어가는 경우가 있는 데, 안무가이면서 댄서로 활동하는 경험으로 봤을 때, 무용수들이 자신의 열정과 욕구를 모두 불태워 소진시켜 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무용수들은 자신의 안에 있던 것들 것 모두 소진시키고 또 다른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창조해내는 선순환 고리를 완성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현대무용이라는 장르가 자리를 잡기는 어렵다. 몇해 전부터 케일블 방송사에서 댄스를 주제로 경연프로그램 형태의 예능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세계적인 유명 작품이 아니고서는 대학로 연극만큼의 관객을 모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현대무용은 보는 사람의 각각의 해석으로 느끼는 감동이니 만큼 동일한 느낌을 공유하고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필하기는 어려운 장르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더 어려운 현대무용임에도 불구하고 Solo and Duet 무대는 날 것을 무대를 관객과 호흡하는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김재덕 기획자는 “처음에나 지금이나 여전히 예술성과 흥행의 사이에서 줄다리기는 하는 것 같다. 이 균형을 잘 유지해야하는 데, 상당히 쉽지않은 부분이다.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은 데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여 줄 지 나로서도 긴장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한 이 공연 컨셉을 유지할 것이고 많은 무용수들에게는 자유로움의 무대로 관객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의 무대로 다가갈 수 있으면 하고 바란다” 고 한다.

Solo and Duet 무대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무용수 Liu Yongsean(말레이시아 출신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석사, 국립현대무용단 단원으로 활동, ‘Nativos’ 출연)는 “무용수로 활동하는 동안 많이 힘들기도 하고 공허함을 느끼기도 하는 데, 이렇게 나만의 느낌을 살려 직접 안무한 창작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것은 나에게 신선한 자극을 얻어갈 수 있는 기회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싶다” 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이런 무대를 통해서 충격적이고 신선한 시도를 통해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나아가 한국의 현대 무용이 해외로 뻗어나가는 밑거름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한류의 바람이 지금도 무대를 위해 자신의 몸과 싸우고 있는 무용가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최대선기자 demian71@nextdaily.co.kr 직장인의 삶, 바쁘기만 했던 19년을 과감히 접고 행복을 찾아 세계 다른 지역의 친구를 찾아 여행을 다니고 있는 울타리 밖으로 나온 영혼을 자처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데, 혼자 놀기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아이템을 찾아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 같이 놀기, 여행가서 현지인처럼 놀기 등 혼자 놀기를 같이 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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