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책이나 시간 관리 이론을 보면 한결 같이 아침형 인간이 되라고 강조한다. 함께 근무하던 동료 중 하나는 아침형보다 더 이른 새벽형이라 새벽에 운동도 하고 이메일도 읽고 업무 지시를 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이르다보니 다들 자는 시간에 업무 협의 메시지가 오기도 해 팀원들이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컸다. 대체로 아침 6시 전후에 일어나 간단한 운동과 식사를 하고 출근하는 것이 일상이다.

그런데 혼자 새벽 3-4시에 일어나 운동과 함께 업무 메일을 주고 받기 시작하면 지시를 받는 입장에선 거북할 수 있다. 또 새벽 4시 전후에 하루를 시작하면 오후가 될 무렵이면 현저하게 업무 능률이 떨어진다. 저녁 식사 약속이 있는 경우 졸기 쉽고 한참 업무 이야기가 시작되는 데 먼저 일어나야 할 경우가 있다.

서울 남대문 시장 새벽 풍경, 2015년 7월(사진 백승우)
서울 남대문 시장 새벽 풍경, 2015년 7월(사진 백승우)

그에 반해 저녁형 인간이 있다. 매일 늦게 자고 아침에도 늦게 일어나다 보니 허둥지둥 출근하기 바쁘고 저녁엔 늦게까지 다양한 이벤트를 처리하다 잠자리에 든다. 그래서 아침이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힘들어하다가 오후가 되면 반짝거리는 눈망울로 저녁 약속도 잡고 업무도 처리한다. 많은 이들이 아침형 습관이 좋고 저녁형 습관은 좋지 않다고 이야기 하곤 한다. 하지만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사람마다 신체와 감성 리듬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감성이 풍부한 사람에게 딱딱 떨어지는 이성적인 업무를 시키면 답답해하고 업무의 능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추위나 더위에 예민한 사람들에게 날씨가 춥거나 더운 오지에서 일을 하라고 하면 그것 또한 힘든 일이다. 오후가 되면 머리가 맑아지는 오후형 습관자에게 무조건 새벽에 일어나서 일을 하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일이라해도 제대로 해낼 수가 없다. 이런 모든 부적응이나 불협화음들이 사람들이 가진 신체나 감성의 리듬을 고려하지 않은 데서 생긴다.

남산 순환도로 저녁 퇴근길, 2011년 10월(사진 백승우)
남산 순환도로 저녁 퇴근길, 2011년 10월(사진 백승우)

새벽이면 낮보다 조용한 경우가 많아 일처리 하기 좋고 책 보기도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오후에 일을 시작하거나 야간에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의 지인중에 동대문 평화상가에서 사업을 크게 일으킨 이가 있다. 이 사람은 저녁에 출근해서 아침에 퇴근해야 했다. 그리고 업무 협의는 저녁에 했고 자정이 넘어서야 새로운 사업구상을 했다.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밤거리에서 오히려 더 많은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고, 자신의 업무를 세심하게 따져볼 수 있었다. 결국 이 사람은 신체 리듬이 저녁에 맞추어져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는 습관으로 고치라고 하면 현실성이 없는 요구 사항일 뿐이다.

결국 자신의 신체리듬에 맞는 생활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업무의 능률을 올리는 지름길이기도 하고 개인생활에서도 만족도가 높은 생활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스로 몇시에 일어나는 것이 적절한 시간인지 적어본다. 골치 아픈 업무가 잘 풀리는 시간이 언제인가 적어본다. 저녁이면 보통 몇시쯤 피곤해서 자고 싶은지 적어본다. 이런 시간을 적다보면 자신이 아침형인지 저녁형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더 쉽게 아는 방법은 아침 알람시계가 울리면 바로 눈이 떠지는 가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또다른 방법은 자신의 업무 효율을 시간마다 도표로 그려보는 것이다.

그림 1 업무 효율에 따른 성취도
그림 1 업무 효율에 따른 성취도

그림 1처럼 아침형 사람은 오전에 능률이 오르지만 오후가 될 수록 떨어지고 반대로 저녁형 사람은 오후가 되어서야 그리고 저녁이 되면 능률이 더 올라간다. 결국 직장에서 업무를 볼 때나 사업을 할 때에도 자신에게 맞는 시간이 언제인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는 저녁형인데 오전에 골치 아픈 회의를 많이 한다거나 결제를 하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한다면 짜증도 나고 업무 효과도 바닥이 될 것이다. 그와 반대로 아침형 직장인에게 저녁 늦게 까지 남아서 업무를 하라고 해도 효과는 떨어진다.

결국 여러 종류의 자기 계발서에서 볼 수 있는 판에 박힌 시간 관리 보다는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자신만의 시간 관리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형이 성공한다거나 저녁형이 성공한다는 등의 결과론적 이야기 아니라 스스로 신체 리듬에 맞는 업무를 처리하고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바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가져야할 지혜로운 삶의 자세이자 성공하는 비법이다.

부산파크하얏트 객실 풍경, 2013년 4월(사진 백승우)
부산파크하얏트 객실 풍경, 2013년 4월(사진 백승우)

백승우 swbaek@hanmail.net 그랜드하얏트서울 상무이며, 하루 24시간도 부족할 것 같은 필자는 자신만의 시간관리로 호텔리어, 사진가, 교수, 궁궐 문화역사 해설가, 작가 등 다양한 활동을 즐겁게 하고 있다. 최근 클래식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고 싶다며 콘트라 베이스에 도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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