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스트레스의 해소, 마라톤에서 찾다
마라톤은 육상 경기에서 길이가 가장 긴 장거리 경주 종목으로 일반 도로로 42.195km를 달리는 경기를말한다. 마라톤의 유래는 기원전 490년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에서 한 병사가 그리스의 승전보를 알리기 위해 전쟁터인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40km나 되는 거리를 달린 것이 그 기원이 된다. 안타깝게도 그 병사는 소식을 전하고 죽었다.

말이 42.195Km이지 이 장거리는 인간이 가진 지구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경기이다. 한마디로 쉽지 않은 힘든 운동이다. 그런데 한번 마라톤의 매력에 빠지면 인생을 훌륭하게 가꾸는데 가장 완벽한 운동이라는 것을 느낄 것이다. 사실 필자는 처음에는 마라톤에 크게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필자가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06년 전 회사를 옮겼을 때였다. 회사를 옮기면 누구나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의욕을 가지고 일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필자가 새로 옮긴 회사는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회사의 정책 방향과 필자의 생각이 너무도 달라서 담당업무였던 전략 기획일을 진행하는데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이 스트레스를 어딘가로 방출을 해야하는데 운동으로 풀어보려고 했다.

당시 필자는 키 180cm에 체중이 100kg 정도되는 고도비만 이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체중 조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필자 스스로도 몇 가지 방법들을 시도했었다. 당시 유행했던 단백질만 먹고 탄수화물은 먹지 않는 "황제 다이어트"도 해보았고, 주말에 인라인 스케이트, 등산, 자전거 등 여러 운동을 해보았으나 거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게다가 산행을 할 때는 조금만 빨리 걸어도 숨이 차서 같이 산행을 하는 친구들이 걱정을 하곤 했다.

마라톤하기 전의 모습
마라톤하기 전의 모습

따라서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주변에 마라톤을 하는 친구가 있어 달리기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사실 그 전에 마라톤을 권유 받았지만 쉽게 시도할 수 없는 운동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아지게 되면서 달리기를 해보기로 결심을 했다.

불순한(?) 동기로 마라톤 대회를 신청하다
달리기를 시작하려고 하니 조깅화가 필요했다. 달리기를 할때 제일 중요한 것이 조깅화인데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 없었다. 스포츠 용품 매장에 가서 알아보니 조깅화 가격이 최소 10만원에서 20만원이 넘었다. 생각보다 비쌌다. 그렇다고 싸구려 신발을 신고 달리기는 싫어서 마라톤을 즐기는 친구에게 조깅화를 싸게 사는 방법을 문의를 했다. 그런데 두달쯤 뒤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가 있는데 대회 참가비는 3만원이지만 10만원 정도되는 마라톤화를 기념품으로 준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회 사이트에 접속을해서 보니, 정말 마라톤 신발을 기념품으로 주었다. 하지만 대회는 선착순으로 접수를 하고, 인원이 차면 마감을 한다고 해서 바로 10km 코스를 신청을 했다. 대부분의 마라톤 대회에서는 참가비용보다 더 비싼 기념품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부 신청자들은 기념품만 받고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필자 또한 그때 대회에 참가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냥 저렴한 비용에 좋은 마라톤화를 구하려는 불순한(?) 동기로 대회를 신청한 것이다

아침 달리기의 시작
운좋게도, 필자의 집 바로 앞에 한강으로 통하는 나들목이 있어서 달리기에 적합한 환경이 제공되었다. 바로 집 앞에 중학교가 있어 학교 운동장에서도 달릴 수 있었지만 학교 운동장을 계속 뺑뺑이 도는 것도 지루할 수 있고 힘이 들면 쉽게 달리기를 중단할 수 있다. 한강변을 달리면서 멀리 갔다가 돌아오는 것이 더 달리기에는 바람직했다.

한강변을 달릴 때는 거리를 정해서 달리는 것보다 특정 지형지물을 목표로 달렸다. 멀리서 조그맣게 보이던 지형지물이 점차 가까워지고 도달하는 느낌은 성취감을 주기도 했다. 처음 목표로 설정한 곳은 2km 떨어진 동호대교로 왕복 4km를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이 첫 목표였다. 그런데 쉽게 생각했던 4km도 쉬지않고 달리기는 만만치 않았다.

달리기 첫날. 처음에는 왕복까지는 몰라도 동호대교까지야 쉬지 않고 달릴수 있지 않겠나 싶었다. 고등학교 때 체력장도 1km 정도는 전력질주로 달렸는데 전력 질주가 아니라면 2km 쯤이야 뛸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달리기 시작한지 2-3분이 지나서 500m 정도 달리니 숨이 차고,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결국 걸어야 했다. 그래도, 목표였던 동호대교까지 갔다오기로 하였다. 1분여를 걷고, 1분여를 달리는 행동을 반복해서 동호대교까지 갔다왔다.

다행히 날이 갈수록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점점 늘어갔다. 늘 같은 곳을 달리다보니, “어제는 여기서부터 걸었으니, 오늘은 저 앞에 보이는 가로등까지는 달리자”는 식으로 점차 거리를 늘렸고, 그 결과 보름정도 지나자 동호대교까지 2k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한달 정도 되었을 때 비로서 4km를 쉬지않고 달릴 수 있게 되었다. 풀코스를 여러번 완주한 지금 생각하면 4km는 짧은 거리지만, 첫 목표였던 4km를 쉬지 않고 달렸다는 만족감은 정말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달만에 내 몸무게는 5kg 정도 감량되어 있었다.

자라나는 욕심
어느 정도 체력이 되자, 신청했던 10km 를 달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참가비는 지불한 상태이니 추가 비용 없이 달리면 되는것이었다. 달리면 완주 메달도 준다고 하는데, 달리지 않으면 메달을 받지 못한다. 초등학교 이후로 메달이란 것을 받아 본 적이 없어 메달을 받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TV에서만 보던 잠실 올림픽 스타디움 트랙을 달릴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었다. 잠실 올림픽 스타디움을 가 본 적은 있지만 그것은 방청객석에서 바라만 보았기에 트랙을 한번 달려보고 싶었다. 그런데, 4km를 겨우 달릴 수 있는 수준이 되었는데, 그 두배가 넘는 10km를 달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고, 무언가 체계적인 훈련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하다
포탈 사이트에 들어가서 마라톤 카페를 검색해 보았다. 몇군데 카페에 비회원으로 들어가서 인원도 많고, 글도 많이 올라오는 카페를 찾을 수 있었고 가입을 했다. 그 카페가 "마라톤114"였다. 처음에는 114라는 것이 전화번호 안내를 해주는 것처럼, 마라톤 정보를 찾을수 있다는 뜻인 줄 알았는 데, 그 뜻은 ‘마라톤을 매일(1) 매일(1) 사(4)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뜻이었다. 필자도 매일 매일 달리면 체력이 좋아질것 같은 희망을 주었다.

카페에 가입하니 좋은 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전국 규모의 카페였고, 지역별 소모임이 많아서 지역별로 일주일에 2~3회 한강변에 모여서 달릴 수 있었다. 필자보다 잘달리는 베테랑들과 함께 달리면서 달리는 법, 호흡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다양한 마라톤 대회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한 여름과 한 겨울을 제외하고는, 서울에서는 매주 2~3군 데에서 마라톤 대회가 있다는 것도 이때 알았다.

동호인들과 함께 달리면서 내 달리기 실력은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 혼자 달리면 힘들어서 걷곤 했는데, 여러명이 함께 달리게 되니, 보조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계속 달려야만 했다. 대회를 일주일 정도 남겨 두고 필자는 카페 회원들과 동반주를 하면서 처음으로 10km를 쉬지않고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달리기를 시작한지 두 달 만이었다.

첫 대회에 완주하다
무엇이든 처음 하는 것은 어설프다. 10km 대회를 준비하면서 식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복장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방과 옷은 어찌 맡기는지 모르는것 투성이었다. 다행히 카페 분도 필자와 같은 대회에 참석을 한다고 하여 함께 가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마라톤에 푹 빠지게 되었다. 바로 다른 10km 대회에 참가하고, 거리를 늘려 하프 대회를 한두번 참가를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결국, 달리기를 시작한지 6개월 만에 3월에 열리는 동아마라톤에 참가하였다. 그리고 완주했다.

마라톤이 인생을 바꾸다
마라톤을 하면서 불과 3개월만에 15kg을 감량했다. 매일 보는 회사 동료 직원들 조차, 무슨 병에 걸린 것 아니냐는 걱정어린 말을 할 정도였고, 허리도 6인치가 줄어서 결국 모든 옷을 다 새로 사야했다. 정장의 경우 줄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 재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든다고 해서, 모두 버리고 새로 사야했다. 무엇보다도 늘 빅사이즈 옷 만을 사다가, 내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변비도 없어지고, 체력도 좋아지고, 폐활량도 좋아지는 등 부가적인 이득을 얻을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마라톤. 정말 장점이 많은 운동이다. 아니,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한번 도전해 보시기 바란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

한상준 han.sangjoon@gmail.com 포토스탁 회사 이미지클릭 이사. 20년 넘게 IT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며, 관심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글로 남기는 것을 좋아해 꾸준히 하고 있다. 10년전 마라톤을 시작하여 국내 최대 마라톤 동호회 마라톤114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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