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건 항상 내가 원하는 것과 세상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 드잡이를 하며 때론 붙들고 싸우고 때론 타협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젊다는 건 내 가 원하는 것을 세상이 막을 때 왜 꼭 그래야 하냐고 내 경계에서 세상을 들이받아 보는 때라고 본다.

이 표현은 그 기원이 미국도 아니고 영국도 아니고 무려 로마이다. 로마 시대의 현명한 황제 중 하나로 꼽히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영원한 명작 중 하나인 그의 저서 <명상록>에 남긴 말에서 비롯되었다. 정작 제위 기간 내내 끊임없이 일어난 전쟁터에서 싸우느라 골머리를 썩혔던 그는 그 와중에 차분하고 담담하게 삶에 대해 관조하면서 이렇게 쓴 바 있다. - “All things flow naturally (만사는 자연스럽게 흐른다.)” 치열한 전쟁터 혹은 못지않게 복잡한 로마의 정치판에서 ‘싸우면서’ 그가 ‘흐름’에 대해 한 말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아무리 싸워도 큰 흐름은 변하지 않는 좌절도 느껴보았을 것이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놓았을 때에 오히려 원하던 결과를 마주하던 의외의 경험들도 해보았을 것이다. 로마의 황제뿐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리하여, Go with the flow, 흐름을 따라가라는 말은 대세에 무조건 순응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더 중요한 건, 맞서건 순응하건 그 결과에 대해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의미로 보여진다. 어찌되었든 만사는 흘러갈 대로 흘러가게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치열하게 싸운 로마의 황제가 삶에서 배운 지혜이지 않은가.

비슷한 표현으로 Ride (with) the tide 라는 표현이 있다. 서핑을 하는 서퍼(surfer)들이 타기에 좋은 높은 파도가 밀려오면 그 파도를 타고 물결을 가르며 활주하라는 뜻으로, 때가 무르익으며 그 때를 이용해서 나아가라는 의미로 쓰인다. 어쩌면 한국말로 이에 딱 걸맞는 표현은 ‘물들어올 때 노저어라’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대세가 내 편이 되면 그 흐름에 거스르지 말고 그 파도의 흐름을 타고 시원하게 앞으로 나아가라는 말, 축복같이 들린다.

Go with the flow 를 주변 눈치나 보며 남들이 하라는 대로 따라하는 그런 수동적인 의미로 새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흐름을 따라가라는 말은 내가 할 바를 다 하고 결과는 이루어지는 대로 마음을 내려놓고 받아들인다는 그런 열린 태도일 때 빛나는 말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처럼 …

Joyce Park rowanee@naver.com 필자는 영어를 업으로 삼고 사람에게 가서 닿는 여러 언어 중 영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어 교재 저자이자 영어교수법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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