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차세대 모바일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N`을 공식화했다. 안드로이드는 현재 세계 스마트폰 4대 중 3대에 적용될 정도로 파급력이 상당하다. 안드로이드의 변화는 차세대 모바일의 진화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모바일 OS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84.1%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78.8%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애플 iOS는 17.9%에서 14.8%로 하락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블랙베리 등은 하릴없이 낮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구글은 지난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구글I/O 개발자 대회를 개최, 구글의 향후 진화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구글은 지난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구글I/O 개발자 대회를 개최, 구글의 향후 진화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발 빠른 행보, 완성도 기대

올해 안드로이드 새 버전은 기존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특정한 일정 하에 새 버전을 배포하거나 구글I/O에서 개발자에게 베타 버전을 미리 제공해왔는데 올해는 지난 3월 프리뷰 버전을 배포한 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세 번째 `안드로이드N` 프리뷰 버전을 공개했다.

구글의 빠른 행보는 차세대 안드로이드를 발 빠르게 안착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구글이 개발자 사이트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식 배포가 이뤄진 안드로이드6.0 마시멜로는 지난 3월 기준 전체 안드로이드 버전 중 4.6%의 미미한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선탑재로 인해 늘어난 결과다. 출시 4개월 동안 마시멜로 점유율은 1%에 불과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S7` `갤럭시S7 엣지`, LG전자 `G5`부터 보급형 스마트폰까지 마시멜로가 적용돼 출시되고 있다.

경쟁사인 애플 iOS 새 버전은 배포 1개월 만에 절반가량 점유율을 가져간다. 안드로이드 파편화 영향이 크긴 하지만 느린 적용 속도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올해 구글은 차세대 운용체계 프리뷰 버전을 발 빠르게 배포하면서 정식 버전 때까지 완성도를 더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를 중심으로 하반기 출시될 프리미엄 스마트폰 대부분이 `안드로이드N`에 기반을 두고 재구성될 전망이다.

구글은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N의 세번재 프리뷰 버전을 공개했다.
구글은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N의 세번재 프리뷰 버전을 공개했다.

◇스마트폰 지형 바꿀 안드로이드N

구글이 꼽은 안드로이드N의 주요 특징은 성능, 보안, 생산성 향상이다. 특히 성능면에서 `불칸(Vulkan)` 도입은 주목할 만하다.

불칸은 차세대 표준 그래픽 API다. 기존 대비 탁월한 그래픽 성능을 보여준다. 다소 무거운 모바일 게임도 생생하게 즐길 수 있고 가상현실(VR) 구현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N부터는 불칸 API가 지원된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그래픽 성능이 한단계 올라설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 안드로이드N부터는 불칸 API가 지원된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그래픽 성능이 한단계 올라설 것으로 기대된다.

불칸은 이미 스마트폰에 적용된 바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7 시리즈가 불칸을 지원한다. PC 쪽에서도 불칸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구글이 정식으로 불칸 진영에 합류함으로써 향후 생태계 확장에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

안드로이드OS는 그래픽 성능을 위해 오픈GL을 사용해왔다. 오픈GL은 콘텐츠와 하드웨어 간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통역사 역할을 해주는 일종의 명령어 모음이다. 오픈GL은 명칭 그대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 마인드를 갖춘 API지만 그만큼 그 속은 매우 복잡하다. 실제로 작업에 들어가면 지연시간이 생기기도 하고 CPU를 골치 아프게 하기도 한다.

불칸은 오픈GL 단점을 GPU와의 직접 소통으로 해결했다. 여러 공문을 준비할 필요도, CPU 승인 없이도, 해당부서인 GPU에 직접 찾아가 따져 묻고 작업에 반영한다. 군더더기 없이 정확하게 맡은 일을 처리하기에 높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전력효율에도 도움이 된다.

`JIT(Just In Time) 컴파일러` 도입도 눈길을 끈다. 차지하는 저장공간을 줄임으로써 속도를 개선하고 용량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일종의 ART 런타임 일종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롤리팝과 마시멜로에서 달빅이 아닌 ART로 교체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생산성 측면에서는 멀티태스킹 기능이 강화됐다. 우선 두 개의 앱을 하나의 화면에 나눠 표시할 수 있는 다중창 모드가 정식 지원된다. 화면을 두 개의 앱으로 채운 뒤 앱을 나란히 또는 상하로 표시할 수 있다. 크기 조정도 가능하다. 데이터도 서로 공유된다. 많은 제조업체가 자체 UX로 구현했던 기능이다. 안드로이드N에서 다중창 모드가 정식 합류하게 됐다. 예를 들면 인터넷과 메신저 창을 동시에 띄웠다면 인터넷 웹주소를 끌어 메신저로 이동할 수 있다.

직접 회신 기능은 알림센터에서 바로 응답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알림센터에 문자 메시지가 떴다면 문자 앱에 진입할 필요 없이 즉각 답문을 전송할 수 있다. 알림센터는 수신된 각종 알림을 계층화해서 표시해준다. 지메일은 지메일대로 따로 묶어 보여준다.

안드로이드N 개발자 버전은 배포가 시작됐다. 넥서스6, 넥서스9, 넥서스5X, 넥서스6P와 넥서스 플레이어, 픽셀C에서 베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이 밖에 안드로이드 인스턴트 앱도 소개했다. 사용자가 웹서핑이나 앱을 이용하다 링크를 발견하면 번거롭게 앱을 설치하지 않고 네이티브 안드로이드 앱으로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과 흡사한 원리다. 기존에는 웹서핑 중 특정 URL을 터치하면 관련 앱으로 진입하거나 앱이 설치되지 않았다면 설치 여부를 묻기도 했다.

안드로이드 인스턴트 앱은 안드로이드4.1 젤리빈 이후 제품군에서 사용할 수 있다. 새로운 별도 앱이 아닌 기존 안드로이드 앱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구글의 가상현실 플랫폼 `데이드림`을 지원하게될 제조업체.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관련 디바이스를 내놓는다.
올 하반기 구글의 가상현실 플랫폼 `데이드림`을 지원하게될 제조업체.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관련 디바이스를 내놓는다.

◇안드로이드 확장 `가상현실·웨어러블`

구글 안드로이드는 더 이상 스마트폰의 전유물이 아니다. 구글은 웨어러블을 겨냥한 안드로이드 웨어에 이어 가상현실(VR)에 집중할 수 있는 `데이드림(Daydream) 플랫폼`을 공개했다. 저가형 VR기기인 `카드보드`로 다양한 콘텐츠 실험을 했던 구글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기지개를 켰다고 볼 수 있다.

구글은 데이드림이 지원하는 VR기기 스펙 기준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생태계 조성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당초 예상했던 대로 직접 기기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그간 안드로이드로 보여준 구글다운 행보다. 안드로이드N부터 불칸을 지원, 그래픽 성능을 높인 것 또한 이러한 맥락과 연결된다.

데이드림을 지원하는 기기는 안드로이드와 마찬가지로 파트너사에 의해 올해 하반기부터 출시될 예정이다. 구글은 발표 당시 삼성전자, LG전자, 샤오미, 알카텔, ZTE, 화웨이 등을 언급한 바 있다. 모바일 기반 VR기기와 함께 전용 컨트롤러도 동반 출시된다.

웨어러블을 겨냥한 안드로이드 웨어는 2.0으로 버전업됐다. 특장점은 세 가지다. 다양한 시계 화면 지원, 메시징 능력 강화, 피트니스 지원 내용이 보다 다채로워졌다.

웨어러블 기기가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신경썼다. 자립형 앱을 이용해 블루투스, 와이파이, 무선 셀룰러로 클라우드와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모체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이 꺼져 있어도 기능 대부분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이 밖에 개발자를 위한 `안드로이드 스튜디오 2.2`도 공개됐다. 새로운 레이아웃이 도입됐다. 내장된 스마트 롤링 기능으로 더 빠른 코딩을 돕는다. 개발자가 원하는 레이아웃을 찾으면 자동으로 제약 사항을 계산해 반영한다. 사이즈를 알아서 조절해 준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기반으로 한 가정용 IoT 디바이스 `구글홈`은 사람의 음성을 인식, 결과를 반영해준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기반으로 한 가정용 IoT 디바이스 `구글홈`은 사람의 음성을 인식, 결과를 반영해준다.

◇구글의 언어학, 음성·문자로 `AI 대화` 시도

아기가 태어났다. 대화가 어렵다. 울고 웃는 게 전부다. 그래도 부모는 알아듣는다. 배가 고픈지 실례를 했는지 분간해낸다. 아이는 계속해서 부모의 말을 듣는다. 귀가 트이고 입이 열린다. 한 단어 한 단어를 내뱉는다. 소통이 가능하면 문자를 읽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나 둘씩 배워 나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나가고 글자를 또박또박 쓴다.

구글은 아기를 키웠다. 생명체는 아니지만 인공지능(AI)이라는 생각하는 기계를 구축하는 데 열을 올렸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을 짜고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했다. 자체 서비스로 하나씩 범위를 넓혀 나갔다.

지난 20일 구글은 중요한 서비스 플랫폼을 세상에 공개했다. 그간 쌓인 빅데이터와 자연어 인식 기능으로 보다 똑똑해진 `구글 어시스턴트`를 선보였다. 연신 `오케이 구글`을 외치던 구글 음성인식 서비스는 사용자와 원활한 대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옹알이가 끝난 셈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도구가 필요했다. 구글은 최근 화두로 제시된 사물인터넷(IoT) 범주에 속하는 홈 디바이스로 `구글홈`을 앞세웠다. 구글홈은 여러 목소리를 인식할 수 있는 필드 음성처리 능력을 특징으로 한다. 신기한 점은 구글홈은 작동 버튼을 완전히 제거했다는 데 있다. 오직 음성으로만 명령을 내린다. 피드백 또한 스피커로 들을 수 있다.

구글의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메신저 `알로`는 사용자와 교감해 결과를 나타내준다.
구글의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메신저 `알로`는 사용자와 교감해 결과를 나타내준다.

구글 `알로`는 행아웃이나 애플 아이메시지, 카카오 카카오톡, 네이버 라인 등과 비슷한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구글 인공지능 솔루션이 도입됐다. 그와 반대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문자에 기반을 둔 메신저를 내놓았다고 말이다.

알로를 이용해 사용자는 타인과 `문자 기반` 실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진을 공유하거나 메모를 함께 할 수 있다. 가까운 레스토랑을 찾을 수도 있고, 자신의 사진첩 또는 구글 이미지를 불러올 수도 있다.

기계가 직접 답을 내놓기도 한다. 어떠한 질문에 아는 대로 서술해준다. 그 중 하나를 고르거나 관련 내용을 검색해 표시한 것을 살펴볼 수도 있다. 물론 대화도 가능하다.

이 밖에 구글은 애플 페이스타임, 마이크로소프트 스카이프와 겨룰 영상통화 서비스 `듀오`도 공개했다. 기존과 다른 점은 수신자가 통화를 승인하기 전, 즉 벨이 울리는 그 순간부터 발신자의 라이브 비디오 스트림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발신자가 영상으로 수신을 종용할 수도 있다. 듀오는 안드로이드뿐만 아니라 iOS도 지원할 예정이다. 올 여름 출시된다.

김문기 기자 (moon@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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