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관계를 맺고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 바야흐로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갈 차례다. 이 단계에 들어갈 때는 명확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난 미팅에서 합의했던 동의점을 확인하고, 이번 미팅에서 결론을 내야 할 항목들을 미리 정해놓고 협상에 임하면 협상이 지루해지지 않고 군더더기가 없어진다.
이 단계에서는 절충, 대화, 흥정, 궤도수정, 양보, 타협 등 구체적인 실무테크닉이 필요하다. 이 중에서 ‘흥정’이란, 효과적으로 상대를 설득하여 자신의 양보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상대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기술을 말한다. 흔히 ‘협상술’이라고 하면 이 부분을 의미한다.

예컨대 내가 갖고 있는 토지를 2억 원에 팔려고 할 때, 처음에는 “2억5,000만 원이면 어떻겠습니까?” 하는 식으로 말을 꺼낸다. 이렇게 처음에는 다소 비싸게 가격을 부른 후에 협상을 거치며 목표가인 2억 원에 근접해간다. 이것이 흥정의 한 방식이다.
다음은 Agreement의 5단계다.

▪1단계: 상대에게 협상목적과 협상목표를 이야기한다.
여기서 준비해두어야 할 것은,
①이 협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②협상항목은 무엇인가?
③협상이 끝난 시점에서 어떠한 결과를 바라고 있는가? 즉,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고, 상대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④이 협상이 필요로 하는 시간적, 경제적 제약은 무엇인가? 등이다.

이 4가지 포인트는 반드시 종이에 적어둘 필요가 있다. 또 가능하다면 상대측이 생각하고 있을 이 4가지 사항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한다. 이러한 정보를 얻으려면 처음부터 상대에게 질문을 하는 게 좋다. 물론 질문에 대해 모든 답을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로의 협상목적과 최종목적에 대해 쌍방이 납득하지 않으면 결국 대화가 엇갈리고 만다. 그래서 처음 인사를 끝내고 우선 세상사나 공감존 설정 등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후에 서로 협의할 목적과 각각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는 게 좋다.

▪2단계: 협상항목을 분명히 한다.
실전에서는 많은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한 가지 문제가 겨우 해결되었다 싶으면 이내 다른 문제점이 튀어나오는 곳이 바로 협상테이블이다.
예를 들어, “이 기계의 장점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가격도 좋습니다. 하지만 3년간 보증수리를 해주지 않으면 살 수 없습니다.”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포인트가 바로 협상항목이다.
이때 큰 문제점부터 이야기하는 방법과 작은 사항부터 하나씩 처리해가는 방법은 둘 다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도 무엇을 어떤 순서로 협상할 것인가를 미리 종이에 써둘 필요가 있다. 만약 어느 정도 진행되어온 협상이라면 오늘의 미팅에서 조정해야 할 이슈를 상대방과 확인한다.

▪3단계: 동의점과 대립점을 명확히한다
일단 서로의 조건과 생각을 말한 후에는 동의할 수 있는 것과 동의할 수 없는 것이 대강 구분된다. 양자가 모든 사항에 동의한다면 애초부터 협상할 필요가 없으므로 대립점은 나올 수밖에 없다.
능숙한 협상가라면 상대와의 대립을 오히려 반긴다. 반론이 나옴으로써 앞으로 서로가 주고받을(give and take) 가능성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일치하지 않는 점, 대립점, 쟁점들이 명확해지면 이제 적극적인 대화로 하나하나 풀어나가면서 한 방향으로 나아가 결론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바람(hope)’와 ‘니즈(needs)’는 다르다. 그런데 협상자는 자신의 ‘바람’을 ‘요구’로써 얘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능숙한 협상가라면 상대방의 진의를 살펴 어디까지가 ‘바람’이고 어디까지나 ‘타협점’인지를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토대로, 선뜻 양보를 하면서 상대에게 더 큰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4단계: 궤도를 수정하여 타협점을 확인한다.
협상이 어느 정도 진행됨에 따라 동의점과 대립점이 명확해지면, 이제는 서로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여 목표의 수정도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어떤 협상에서도 서로가 원하는 바를 100% 달성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각을 바꿔 궤도를 수정하거나 양보할 필요도 생기게 된다.
양보나 궤도 수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가정형 질문’이 필요해진다.
“운송비를 포함시켜 드린다면 가격을 좀 더 싸게 해주시겠습니까?”
이러한 가정형 질문은 유효한 타협점을 알기 위한 방법이다.
“예를 들면” “만약에”가 포함된 질문을 많이 할수록 상대의 진의를 더 많이 알게 된다. 반대로 상대가 가정형 질문을 할 경우라면 신중하게 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심코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 나의 본심을 술술 털어놓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상대가 능숙한 협상가 스타일로 가정형 질문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해보자.
“정가에서 5%를 빼드린다면 기본 물량을 상향해주실 수 있을까요?”
“음……. 정가에서 5%를 할인해주시겠다는 말씀이지요…….”
‘가정’, 즉 상대에게 유리한 부분을 떼고 내게 유리한 부분만 반복하는 것이다. 이 ‘복창 테크닉’을 통해 우리는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① 내가 상대의 제안에 아직 만족스러워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② 가정형 질문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말한 조건(5% 할인)을 기정사실로 해버릴 수 있다. 즉 ‘5% 할인’을 기정사실로 하고, 거기서 한걸음 더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다.
③ 상대가 말한 것을 복창함으로써 시간을 끌 수 있다. 상대의 제안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고, 그 사이에 회답을 생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5단계: 협의사항을 확인한다.
대화의 결과 기본적인 사안에 대해 합의가 도출되었다면, 다시 한 번 서로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 또 합의사항과 관련하여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해둘 필요가 있다. 이때 합의사항은 반드시 문서로 남겨야 한다. 문서로 정리함으로써 합의사항을 잊는다거나 오해가 생길 소지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서는 함께 앉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나하나 검토하면서 정리하다보면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여지를 미리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김국진 기자 (bitnara@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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