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과 강봉균 사이에 놓인 ‘바보의 벽’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때마다 늘 그래왔듯이 공약(公約)은 보이지 않고 공약(空約)만 난무한다.

이번 총선은 여당과 제 1 야당이 70대의 노장을 선봉장으로 내세워 경제공약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게 특징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구원투수’ 김종인 대표는 경제민주화를, 새누리당이 대항마로 급조한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은 ‘한국판 양적완화’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종편 채널만 틀면 나오는 정치평론가들은 근거 없는(?) 판세 분석만 늘어놓고 있지 양당의 핵심 공약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경제에 대해 웬만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 두 사람의 공약이 어떤 것인지 알 수도 없다.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에 쏠린 부의 편중을 막기 위해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정책이다. 빈부격차와 양극화 해소를 대의로 내세운다. 중도좌파를 지지층으로 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맛에 어울리는 정책이다.

강봉균이 주장하는 ‘한국판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산업은행의 산업금융채권을 매입하여 돈을 풀어 기업과 가계의 구조조정용 자금으로 활용하자는 게 핵심이다. 양적완화는 금리가 낮아 더 이상 낮출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국채를 사서 돈을 푸는 것을 말한다. 일본, 미국 등이 양적완화를 단행하여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는 정책이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기업이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고, 이로 인한 실업과 과잉설비 처리에 나서야 하는 데 이때 필요한 긴급자금을 ‘한국판 양적완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것이다.

지난 2003년 ‘바보의 벽(バカの壁)’라는 베스트셀러를 냈던 요로 다케시(養老孟司) 도쿄대 명예교수는 “모든 사물에 대해 ‘이것이 맞다’ ‘당연하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사고가 정지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이나 사회,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의견만을 맹신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는 주장이다. 인간의 뇌는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받아들이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바보의 벽’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김종인과 강봉균의 정책은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가 아니다. 기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구조조정도 필요하지만 대기업에 쏠린 부의 편중을 막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경제민주화도 간과할 수 없다. 선거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요, 국민의 삶이다. 정치가들은 ‘바보의 벽’을 깨고 조화를 이룰 지혜를 찾아야 한다.

김국진 기자 (bitnara@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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