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섬이 여러 개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사실이다. 인공적이건 자연적이건 섬으로 불려지는 것들에는 노들섬, 뚝섬, 밤섬, 서래섬, 선유도 그리고 난지도 등이다. 이 중 난지도는 난지 한강공원으로, 선유도와 여의도는 잘 개발된 인공 환경 속에 사람들이 찾고 있는 명소가 된지 오래이다. 또한 밤섬은 철새 도래지로서도 유명하다. 이 번 이야기에서는 노들섬에 눈을 돌려보자.

노들섬은 한강대교에 걸쳐 있는 것 같은 대표적인 큰 섬이다. 우선 주소지는 용산구 이촌동 302-6, 146일대 (노들섬)이며, 면적은 119,854.5㎡, 약36,200평(상단부 60,818.4㎡,약18,400평 하단부 59,036.1㎡ 약17,800평)이다.

노들꿈섬 공모에 대한 단상

오랜 역사를 가지고 서울시민의 놀이터였던 이 섬은 ‘한강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노들섬오페라하우스”를 만들려고 했지만 진행되지 못했다. 그 후 시민의 텃밭으로 운영되다가 최근 음악과 연관된 공연장 및 문화시설로 “노들꿈섬”이란 이름으로 시설물 국제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올 여름에 시설물에 대한 당선작이 결정이 나고 설계를 거쳐 2017~8년까지는 그 계획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공모전은 기획과 운영방식에 대한 공모가 선행되고 필요한 시설의 성격과 규모가 그 결과에 제시되고, 제안자에게 운영을 맡긴다는 점에서 일반 공모와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선정된 기획안이 구조물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건물 이 지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명시된 것이다. 그런데 공모 내용에 건축공사비 195억원 (건축 부대토목 및 부가세포함), 기반시설공사비241 억원(토목 /조경 /측량 등), 총 설계비는 19.69억원이라고 각각의 사업비도 구조물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건물을 짓지 않을 수도 있다지만, 사업비가 공고되었기에 건축가들은 구조물을 배제하고 공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모 이후의 결과가 우려되는 점이다. 콘크리트같은 구조물은 한번 만들어 지면 20~30년간은 특별한 이유 없이는 없앨 수 없다. 만약 구조물의 건축이 잘못 지어진다면 오히려 막대한 손실이 있을 것이다.

공모전에서 결정된 공공시설은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 기후 에 잘 맞는 전천후 공간이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야외활동이 가능한 날이 1년에 약 180일 이하이고 그 외는 겨울과 우천 등의 날씨로 인해 실내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이렇게 전천후 활용 공간을 만들려면 일반적인 야외 공원보다 예산이 훨씬 많이 필요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하려면 더 많은 비용이 지출 될 것이다. 공모된 사업비용이 약 450억원 정도의 규모인데 지속적으로 운영할 경우는 시설물과 사람들의 호응도에 따라 수백에서 수천 억원 들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서울의 가장 중심에서 매일같이 보여지는 상징적인 건축물(구조물)로 서울의 최고의 명소이자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차원에서 방법을 찾아 보았으면 좋겠다.

필자는 2005년,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국제공모전에 참여한 적이 있다. 런던의 템즈강변에는 많은 역사적인 건축물들과 명소들이 관광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런던 시청도 템즈강변에서 관광지로 큰 몫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서울시청은 행정의 중심지이지만 관광의 중심은 아니다. 행정과 관광의 명소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필자가 공모했을 때는 오페라하우스가 서울의 가장 중앙에 있고 누구에게나 잘 보이는 한강 중심에 있다면 충분히 명소가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2005년 필자가 공모했던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2005년 필자가 공모했던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그런데 귀국 후 몇 번 민간사업 때문에 또는 서울시 한강 개발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면서 오페라 하우스보다 의미 있고 활용성이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됐다. 노들섬을 문화섬으로 만들기에는 필요한 문화공간을 위한 공간으로는 이미 한강에 있는 많은 공원들이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문화의 축을 한강을 중심으로 동에서 서로 길게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새로운 문화 공간을 더 만드는 것보다는 이미 준비된 공간을 사람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경로와 장소가 마련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강 공원의 접근법도 개선되어야 한다. 지금의 일명 토끼굴이 아닌 시민들이 접근이 훨씬 수월하게 해야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홍수의 1차 방어막이 한강 강변도로 이므로 이 또한 염두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

노들섬이 서울 시청으로 최적지인 이유

이미 노들섬에 대한 음악 문화에 대한 국제공모전이 진행되고 있어 개인의 생각을 펼쳐 보기에 조금 엉뚱한 시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오래 전부터 만약 서울 시청을 서울의 중심, 노들섬으로 옮기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이제 서울은 양적, 질적으로 팽창됐고 강남권을 중심으로 주로 개발이 되고 있어 지리적으로도 4대문 안이 더 이상 서울의 중심은 아니다. 지금의 시청은 강북에 위치해있고 광장을 중심으로 많은 시민들의 집회들이 열리고 여러 문화행사로 인해 지속적인 교통난도 문제거리다. 그래서 그 서울시청을 민간에 팔고 새롭게 서울의 중심 위치에서 시작하면 어떨까?

노들섬을 지나는 한강대교는 최적의 접근로와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는 친환경 문화의 거리를 만들면 서울 시청은 시민에게 100%열린 행정의 공간이고 태양과 물과 함께하는 자연에 둘러싸여 있고 청정 에너지를 활용하는 세계적인 관공서의 표본이 될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쉽게 보여지기에 남산타워처럼 날씨에 따른 칼라코드를 부여할 수도 있다.

자, 그럼 노들섬에 위치한 시청을 어떻게 활용할지 상상해보자. 한강대교는 지붕으로 둘러싸인 실내공간과 실외공간이 복합적으로 개발되어 사람들의 보행로이며 그 안은 다양한 문화콘텐츠와 자연으로 가득한 문화의 거리가 약 2km 쭉 뻗어있다, 산책을 할 수고 있고 시청에 일이 있는 사람들은 무빙워크를 이용한다. 만약 자동차가 필요하면 자동차 도로는 우회하거나 하부로 부력을 이용한 한강 위에 떠있고 주변에는 수상택시와 작은 배들이 움직이고 있다. 보스톤이나 런던 그리고 뉴욕같이 수륙양용 관광버스도 한강을 떠다닌다. 무공해 에너지 태양광 전기를 이용한 신개념의 이동수단들(왕발통이라 불리는 세그웨이, 자체전력생산 전기자전거, 등)과 자율주행 버스들이 시청으로 운행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누구나 가고 싶은 관광지, 수상 문화의 중심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서울시가 공모한 신 노들섬 프로젝트에는 그 동안 많은 분들이 수고를 아끼지 않았고 지금도 좋은 성과를 내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필자는 절대로 그 분들의 노력을 폄하하거나 왜곡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건축가로서 서울의 지리적 위치를 고려하고 한강을 적극 이용할 수 있는 면에서 개인적인 생각을 펼쳐보았다.

윤창기 changkiyun@naver.com 필자는 영국 AA School에서 도시계획과 건축학부분 석사학위를 받고 베니스 비엔날레, 국토부 장관상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는 경암건축 대표이자 수석 건축가이다. 런던과 바르셀로나, 아부다비 등 해외 여러 곳에 플로팅 관련 작품이 있으며, 한강시민공원의 플로팅 스테이지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이 성남, 여수 등 전국 곳곳에 펼쳐있다.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문화 콘텐츠의 장으로서의 건축을 꿈꾸는 건축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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