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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여사의 여행일기 남인도편]Day-13

발행일시 : 2016-03-27 12:00

오늘 포스팅은 19금이니 미성년자는 읽지 마시오.

[허여사의 여행일기 남인도편]Day-13

기사가 끌고간 가게에서 산 와인을 마시는데 맛이 이상하다. 한잔을 마시는데도 전혀 취하지가 않는다. 내가 이렇게 술이 세졌나 신기하다. 공기좋은 산속이라 술이 안취하나 싶다가 라벨을 보고 깜딱 놀랬다. 무알콜 와인이다. 소위 포도탄산수이다. 그걸 한국돈 9천원이나 주고 사다니...나이들면서 눈이 나빠지니 매사 대충대충 보게되는데...적당히 속고 대충 넘기고 살라는 섭리인가 싶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장수하는 경우가 어렵다. 세계적인 장수마을을 다녀보면 고향을 떠나본적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고 대가족제도를 유지하고 한집안에 3세대 4세대까지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산업과 의술의 발달로 수명이 연장되었다지만 노후 삶의 질이 문제다. 돌아다니기를 좋아해서 세상을 유랑하는 사람중에 노쇠해서 정착하게되면 급격히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여행이란 것이 인생을 풍부하게 만들고 마음을 여유롭게 만드는듯 보여도 실상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여행으로 인해 계산적이고 인색해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특히 개발도상국이나 저예산으로 다니는 여행자의 경우 여행자와 현지인들이 밀고당기는 구도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기 일쑤다.

처음에 당할때는 화가 나서 싸우기도 하고 따져보기도 했지만 결국 나만 더 피곤해지고 감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득될것이 거의 없다. 생활을 위해 여행자를 속이는 정도는 눈감고 같이 즐기기로 했다. 내가 남을 속이는 입장이 아니라 속고 당하는 입장인것이 오히려 감사한 일이다. 속는것이 분하고 몇푼의 돈이 아까우면 여행다니면 안된다. 홧병나서 일찍 돌아가신다.

여행을 통해서 행복하려면 많은 부분은 양보하고 즐길줄 알아야 한다. 기사나 호텔매니저나 다들 생계를 위해서 나한테 좀 비싸게 받은것밖에 없다. 인도같은 나라에서 하룻밤에 2백불짜리 숙소에 자는 사람에게 7만원정도 바가지씌우는 것이 뭐 그리 큰 잘못이겠는가? 그정도 돈으로 몇명이 행운이라 생각한다면 그리 억울할 일은 아니다. 한국서 10만원 기부해봐야 생색도 안나지만 인도에서 7만원 바가지쓰면 호텔직원 투어에이전트 기사등등 여러명이 기분좋으니 나쁘지 않다.

어제 저녁부터 식사도 잘나오고 아침식사도 내가 원하는 것을 기억해서 서비스가 말도 못하게 좋다. 빵굽기정도서부터 짜이 커피 쥬스 과일등등 완벽하다. 눈감고 바가지써준 효과가 확실하다. 체크아웃하면서 잔돈은 직원들 팁으로 주라고 했다. 매니저왈 투어에이전시가 미안하다며 2천루피를 돌려줬다고 한다. 내주머니를 떠난 돈이고 남편이 직원들 팁으로 가지라고 약속했으니 그러라고 했다. 매니저는 절대 안된다고 돌려준다. 사실 2천루피 돌려받아도 1500루피는 수수료로 챙기는거다. 그래도 다 돌려받긴 민망해서 반은 직원들 나눠가지라고 했다.

페리야르국립공원 안에 있는 호텔에 묵으면 국립공원을 내집같이 즐길거라 생각했다.

호수가 산책도 하고 숲속을 걸으며 좋은 공기 마시고 야생동물도 만나리라 기대했다.

공원내 호텔손님들도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인도국민은 38루피인데 외국인은 10배도 넘는 450루피를 내야한다.

공원내 호텔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호텔이다. 공원입구를 통과하고도 4킬로정도를 더 들어가야 한다. 호텔에 묵는 손님이라니 안쪽 깊숙이까지 차가 들어갈수있게 게이트를 열어준다. 왠지 VIP된 기분이라 짜릿하다.

호텔체크인을 하는데 리셉션직원이 보트를 타고싶으면 신청하란다. 어제 신청하려하니 예약이 다 찼던데 했더니 호텔투숙객을 위한 배려차원으로 일반인들 2시30분 배가 마감된 다음에 타게 해주는 거란다. 당연히 타고말고다. 3시까지 로비로 오라한다.

점심식사는 12시30분부터라 해서 공원안 산책을 하려고 나갔다. 보트선착장에 가서 구경도 하고 길을 따라서 걸었다. 국립공원 내에서는 포장도로 이외에 걸으면 벌을 받는다고 경고판이 여기저기 도배를 해놓았다.

호숫가로 갈수도 없고 숲속길로는 들어갈수도 없다. 숲속정글로 들어가려면 사전에 등록된 투어신청자들만 들어갈 수 있다. 퍼밋 없이 들어가면 또 벌을 받는다고 써있다. 수마트라나 태국 미얀마 네팔등등에서 쉽게 접근하던 정글이 여기선 발자욱도 남겨선 안되는 곳이다.

원숭이는 여기저기서 수도 없이 튀어 나온다. 이동네 원숭이는 어린 것들이 얼굴에 주름살투성이다. 어른 원숭이들 얼굴이 오히려 팽팽하다. 점심먹고 알아보니 1시간 정글 자유산책코스가 있다.

푸그마르크트레일이라고 백루피내고 1시간 가이드 없이 걷게 해준다. 대신 공원입장료를 하루치 더 내고 표 구입하는데 기사요금까지 얹어줘야 한다. 공원숲길 걸으려고 천루피정도를 더 내야했다. 그래도 국립공원에 들어와서 그냥 가기는 억울하다. 내일아침 9시에 시작하는 코스를 예약했다.

점심먹고 방으로 가는길에 보니 수영장 옆에 원숭이들이 떼를 지어 놀고있다. 원숭이보려고 나갔다. 원숭이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사람이 가까이 가건말건 지들 집인양 자유롭다.

덩치큰 아빠원숭이가 엄마한테 다가가더니 끌어안으면 애정표현을 한다. 수줍은 엄마원숭이는 사람 보는데서 무슨 추태냐는 듯이 뿌리친다. 민망해진 아빠원숭이는 갈증나는 듯 수영장 물을 들이키더니 또가서 안아보려다 앙탈부리는 와이프한테 혼나고 머쓱해져서는 어슬렁거리며 담쪽으로 간다. 내가 보던지 말던지 투명인간취급이다.

방에서 쉬다가 보트를 타러갔다. 보트는 지정좌석이 있는데 보트가장자리는 텅 비었고 가운데 자리만 차있다. 출발시간이 임박해지자 갑자기 사람들이 뛰어온다. 보트표를 못사고 줄서있던 사람들이 빈자리를 채운다. 여행사들이나 개인들이 표를 사놓고 암표로 팔기도 한다더니 실상을 알수가 없다. 미리 예약해서 표를 산 사람들은 경치를 볼수도 없는 가운데자리를 주고 대기하던 사람들이 죄다 전망좋은 자리에 앉는다. 우리는 눈치봐서 일찌감치 젤 앞자리에 앉았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남인도편]Day-13
[허여사의 여행일기 남인도편]Day-13

페리야르호수는 영국식민지시절 수력발전소를 지으면서 생긴 댐때문에 만들어진 호수다. 원래 숲과 마을이던 곳이 수몰되면서 고사한 나무들이 수면위로 남은 모습들이 특징적인 경치가 되었다. 실제로 보면 그저 그런 경치가 사진은 그럴듯하다. 수면위로 남은 나무둥지에 새가 앉은 장면은 인상적이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남인도편]Day-13
[허여사의 여행일기 남인도편]Day-13
[허여사의 여행일기 남인도편]Day-13

보트는 1시간 30분을 타는데 지루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적당한 정도이다. 호숫가로 나온 사슴한마리를 발견하고 보트에 탄 사람들이 일어서서 사진찍느라 소동을 벌인다. 보트에는 배가 움직이는 동안에는 서있지도 말고 자리를 이동하지도 말라고 써있는데 다들 막무가내다. 인도사람들은 사슴도 처음보나 싶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남인도편]Day-13
[허여사의 여행일기 남인도편]Day-13

보트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케랄라지방이 아유르베다가 유명하다해서 할일도 없고해서 예약했다. 특히 이고장이 아유르베다 생산지이기도 하단다. 30분 목하고 어깨를 하는데 2만원 정도다. 국가에서 공인된곳이라고 자랑이 늘어진다.

아유르베다룸으로 들어갔다. 침대도 있는데 목하고 어깨라 그런지 옷을 벗고 앉으란다. 의자에 앉으니 정수리에 뭔가를 붓는다. 아유르베다 오일이라 한다. 냄새가 야리꾸리하다. 머리를 만져주는데 성에 안찬다. 넘 살살 만진다. 목하고 어깨 등짝도 거의 살살 쓰다듬는 수준이다.

우리동네 목욕탕 때밀어주시는 아줌마생각이 간절해진다. 내가 암 말도 안해도 여기가 뭉쳤구만 저기가 결렸구만...알아서 빡빡 문질러주시는 손길이 그립다. 이 국가공인전문가께서는 나보고 어디가 아픈데냐고 물어본다. 그걸 만져봐서 모르냐? 싶다.

우리나라 때밀이신공을 전세계에 수출해야한다. 난 아무래도 신토불이 우리나라 때밀면서 받는 맛사지가 최고로 좋다.

방에 오니 남편이 좋냐고 물어보는데 대답할 정신도 없이 목욕탕으로 들어가 샤워부터 했다. 아유르베다오일을 어찌나 들어부었는지 머리하고 상체가 끈적거리고 기분이 찝찝하다.

샤워하고 저녁먹으러 식당으로 가니 점심도 부페였는데 저녁도 부페식이다. 다행히 메뉴는 달라있다. 객실이 22개이상이라 그런지 호텔에서 맥주와 와인을 판다. 반가와서 맥주한병 시켰다.

국립공원내 호텔이지만 해가 진 저녁부터 해가 뜨기전까진 호텔을 벗어나면 안된단다. 포장도로조차도 위험할수 있단다. 경비아저씨 말에 따르면 곰을 만난 적도 있단다.

내일 아침에 해뜨면 나가서 산책하러 나가야겠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남인도편]Day-13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여행일기 남인도편은 2015년 12월말~2016년 1월초까지 다녀온 남인도여행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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