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 생활 전반의 인프라로 자리잡으면서 ‘데이터’는 어느새 우리 생활의 중요한 중심이 되었다. 물건을 살 때도, SNS에서 친구와 연결이 필요할 때도, 온라인 미디어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고 싶을 때도 모든 것이 데이터를 기반한다. 이렇게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노력이 우리 생활 전반, 그리고 비즈니스 곳곳에 깊숙이 침투해 ‘데이터의 지배’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데이터의 활용과 그에 대한 효과적인 분석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인류 생활 전 영역에서 발생하고, 활용되는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그 동안 해왔던 폐쇄적인 데이터 관리, IT 또는 전문가 중심의 데이터 분석 방법에는 서서히 그 한계점이 도달하고 있다. 이제는 일반 사람들의 데이터 분석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데이터 분석의 주체가 점차 일반 사람들, 현업의 사람들로 이동되는, 새로운 분석 문화의 시대가 오고 있다.

얼마 전 시장분석 기관인 가트너의 ‘2016년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데이터 분석 플랫폼’ 분야의 매직 쿼드런트(Magic Quadrant) 발표는 데이터 분석 솔루션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제품 마케팅 담당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작은 사건이었다. 2015년 보고서에는 리더 그룹에 9개의 벤더들이 포진해 있었던 반면 2016년의 그것에는 오직 3개의 벤더만 남고 대부분의 업체들이 수직 하향으로 곤두박질 치고 만 것. 필자도 의아한 마음에 보고서를 읽어 나가니 비로서 그 이유가 충분히 설명될만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가트너에 의하면 최근 몇 년간 비즈니스 인텔리전스(이하 ‘BI’) 및 분석 플랫폼의 구매 결정에 대한 힘의 균형이 점차로 IT에서 비즈니스, 즉 현업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현업이 이끌어가는 데이터 분석의 변화가 이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 작은 변화들이 기간을 두고 쌓여, 이제 작은 변화 하나로도 균형을 깨고 한 순간에 전파되는 극적인 순간) 를 지나쳤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신시대’의 도래에 따라 각 업체들의 위치가 크게 조정된 것이다. 결국 시장의 변화가 가트너의 평가 기준의 재조정이 일어나 기존의 전통적인 BI/분석 플랫폼 업체들이 바닥으로 주저 앉고만 것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2015년에 비해 수직 하향했다 Source: Gartner (February 2016)
대부분의 업체들이 2015년에 비해 수직 하향했다 Source: Gartner (February 2016)

과거에서 지금까지 수많은 조직에서 데이터 분석이라는 업무의 기능 수행은 IT에서 이루어졌고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대규모의 BI 시스템을 도입, 운용하는 조직에서 볼 수 있는 BI팀, 또는 데이터를 주로 취급, 관리하는 데이터/DB 팀 등이 그것이다. 엄밀하게 말해 이들이 하는 일들은 데이터 분석이 아니다. 데이터 분석 리포트를 현업에게 제공한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요청자와 수행자 양쪽에서 문제점이 발생한다. 간단한 데이터 분석 정보를 얻기 위해 현업에서는 최소 1~2주, 그 이상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비즈니스 환경, 기가막힌 스마트, 스피드 시대에 이는 어불성설이다. 설사 결과를 얻는다고 해도 요청자의 요구사항과 맞지 않거나 그 결과에 대해 또 다른 의문이 생길 경우, 동일한 또 다른 프로세스를 반복한다.

결국 IT의 고급 인력들은 요청자의 분석 리포트를 만들어내는 ‘리포트 팩토리’로 전락한다. 물론 수많은 전문 기술들을 활용하여 리포트를 만들어 내는 ‘가치’를 창출하지만 보다 생산적인 일보다도, 그들의 본업을 다소 비껴간 업무에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필자는 최근에 신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몇몇 기업들과 이야기하면서 다음과 같은 IT의 볼멘 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별도의 분석팀이 없어 개발팀에서 데이터 분석 요청을 처리하고 있는데 불만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개발자이지 리포트 뽑아주는 사람이냐, 시간도 없어 죽겠는데.. 라는 소리들이 많은데 이제 무엇인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아요.. 현재 위험 수위입니다.”

지금은 일부 조직에서 분석 전문가들을 규합, (빅)데이터 분석팀, 데이터 사이언스 팀 등의 데이터 분석만을 전담하는 조직들을 신설하고 다양한 데이터 분석 기법 및 도구를 이용,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데이터 인사이트를 도출해낸다. 이 결과를 주요 경영진, 직원, 고객들에게 제공하지만 각 조직내 직원 개개인들, 혹은 조직 외 고객들의 세분화되고 특화된 데이터 분석의 욕구를 채워주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다.

현업의 경영 기획자, 요즘 각광받고 있는 디지털 마케터, 세일즈 관리자 등은 데이터 분석 및 인사이트 도출에 목말라 죽을 지경이며 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제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엑셀과의 씨름을 시작한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은 시간 엑셀을 화면에 띄워 놓고 허덕거린다. 분석 결과를 비즈니스에 창조적, 전략적으로 반영하여 성과를 내야하는 본연의 업무는 옆에 던져둔채.

위에서 제기한 IT 중심 데이터 분석의 한계점들을 인식하고, 데이터가 폭증하는 빅데이터 시대에 현업 각 개개인들의 끊임없는 데이터 분석에 대한 욕구를 이해한다면 가트너의 평가 기준 변경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제 새로운 데이터 분석 문화가 오고 있다. 이미 데이터 분석 및 그 결과를 전략적으로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해외의 수많은 조직이나 국내의 선진 기업들은 현업 중심, 셀프 서비스 BI로 대변되는 새로운 분석 문화를 도입하여 큰 성과를 내고 있다. 현업 담당자들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직접 데이터에 연결하여 데이터에서 그들이 보고 싶어하는 인사이트를 찾아 업무에 즉각 활용한다. 빠른 데이터 분석에 기반하여 재빠르게 비즈니스 전략을 수정하고 실수를 최소화하며 고객의 성향을 IT가 아닌 제품 담당자가 빠르게 파악하여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시킨다. IT는 이제 본연의 업무, 데이터 보안을 강화하고 구조를 최적화하여 현업에 제공하고 데이터 아키텍처, 거버넌스에 대해 고민한다.

이 모든 것들은 효과적인 데이터 분석을 위한 헤아릴수 없는 고민의 결과이며 수많은 데이터 분석 솔루션 업체들은 이에 발맞춰 IT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데이터 분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또 다른 IT가 다시 새로운 시대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 문화가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새로운 문화를 효과적으로 받아들이고 적용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앞으로 이 칼럼을 통해 분석 문화가 변화되는 원인들과 영향들에 대해 살펴보겠다.

김형탁 taky33@yahoo.com 20여년 동안 IT 여러 분야를 넘나들다 지금은 태블로 소프트웨어에서 사람들이 데이터를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업계 동향, 시장 흐름의 변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 싱가포르에 살고 있으며 유능한 IT인력들의 해외 진출에 대한 적극적인 옹호론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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