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혁신의 키워드는 확장`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지난달 25일 폐막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글레스(MWC) 2016에서 제시된 대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화웨이, 샤오미 등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이끄는 공룡들이 잡은 올 한해 전략은 ‘확장성’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귀결된다.

‘확장성’은 스마트폰의 진화발전에 대한 당위성을 제공함과 동시에 단말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안이다. 관련 산업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 강화가 가능하다. 스마트폰은 하나의 제품에서 벗어나 모두를 연결할 수 있는 ‘허브’로서의 역할에 보다 충실하게 구현된다.

각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폰의 확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LG전자)
각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폰의 확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LG전자)

◇ 스마트폰 최고 시절은 ‘아직’

스마트폰 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혁신과의 거리도 점차 멀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프리미엄 모델보다는 보급형 모델의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사용자경험(UX)에 열광했던 사용자는 좀 더 접근이 용이한 가격을 기준으로 삼게 됐다. 새로움이 곧 익숙함을 의미하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옴에 따라 더 이상의 차별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14억3000만 대로 전년대비 9.8% 증가했다. 단순히 증가했다는 사실은 큰 의미가 없다. 스마트폰 도입 후 출하량 증가율이 10% 아래로 내려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 전망 또한 하향 조정될 것이 분명하다.

시장조사업체 IDC 코차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기본 기능의 일반 스마트폰으로 전화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중국을 포함한 몇몇 신흥 시장에서 사용자들이 고급형 스마트폰으로 바꾸지 않고 일반 스마트폰 범주 내에서 디바이스를 교체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G5와 함께 프렌즈 기기들을 선보였다 (사진=LG전자)
LG전자는 G5와 함께 프렌즈 기기들을 선보였다 (사진=LG전자)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 사장은 지난 2월 21일 ‘LG G5 데이’에 등장해 “이제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온다고 해도 사람들이 더 이상 흥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또 다른 방향성은 제시했다. 조 사장은 “오늘날 사람들은 액션카메라, 드론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스마트폰의 시대가 끝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우리는 스마트폰 최고 시절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지목했다.

스마트폰 혁신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단순한 스마트폰 자체 내 변화 발전뿐만 아니라 모바일 생태계에서의 구심점 역할로 거듭나는 모양새다. 스마트폰의 향상된 성능을 기반으로 기능 확장성에 눈을 돌렸다. 스마트폰 자체를 일종의 IT허브로 쓰겠다는 전략이다. 손안의 PC라도 PC는 PC다. 할 수 있는 것들은 아직까지 무궁무진하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고동진 사장은 “모바일 업계에 중요한 변곡점인 지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싼 다양한 제품과 컨텐츠, 서비스를 통해 종합적인 경험과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영역에 도전해 모바일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첫 VR 제품을 공개했다. (사진=LG전자)
LG전자는 첫 VR 제품을 공개했다. (사진=LG전자)

◇ 모듈형 스마트폰 ‘탄생’

스마트폰 내부적인 확장성에 주목한 곳은 LG전자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 ‘G 시리즈’ 5번째 모델인 ‘G5’를 일명 ‘모듈폰’으로 제작했다. 기존 일체형 유니바디 디자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조립형으로 제작, 다양한 주변기기를 연결해 스마트폰의 기능을 보다 확장시킬 수 있다.

‘LG G5’는 공개 직후 많은 찬사를 받으며 스마트폰의 다음 대안으로 호평받았다. 미국IT전문매체 폰아레나가 온라인 투표를 통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G5’는 가장 구매하고 싶은 스마트폰으로 1위를 차지했다. 참가자 중 절반 이상이 ‘G5’를 선택했다. IT전문매체 안드로이드어소리티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스마트폰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 외에 안드로이드폴리스, 나인투파이브구글, 모바일시럽 등에서도 절반 이상의 참여자가 G5를 선호 제품으로 택했다.

‘G5’의 인기는 ‘모듈형’이라는 확장성에 기반한다. ‘포브스(Forbes)’는 “‘모듈 방식’은 소비자가 원하는 착탈식 배터리뿐만 아니라 향후 스마트폰 확장성의 강점까지 제공하는 영리한 아이디어”라고 분석했다.

사실 오래 전부터 맞춤형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바람이 있어왔다. 글로벌 공룡인 구글부터 소규모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모듈형 스마트폰에 대한 연구가 지속돼왔다.

대표적으로 구글이 지난 2013년 발표한 ‘프로젝트 아라’를 꼽을 수 있다. 디스플레이, 프로세서, 스토리지, 카메라 등의 모듈을 직접 선택해 소비자가 원하는대로 조립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에는 자체 낙하 테스트에서 제품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조각나 출시가 지연된다는 소식도 불거졌다. 구글이 직접 낙하실험에 대해 부인하고 나섰지만 당초 예정됐던 출시일은 올해로 미뤄졌다.

실제 제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벤처기업은 조립식 스마트폰인 ‘페어폰2’를 지난해 12월 유럽을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프로세서, 배터리 등을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페어폰2는 세간의 관심을 받기 충분했다. 다만, 소규모 신생 기업의 맹점인 사후 수리 및 접근성에 있어서는 취약하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모듈식 스마트폰 LG G5 (사진=LG전자)
모듈식 스마트폰 LG G5 (사진=LG전자)

‘G5’는 완전한 분리형으로 제작되지는 않았으나 현실적인 모듈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스마트폰이라는 기본 본체에 여러 모듈을 장착해 타 스마트 디바이스로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G5’의 ‘모듈 방식’은 매직슬롯 디자인으로 사용자가 스마트폰 하단부에 위치한 ‘기본 모듈’을 서랍처럼 당겨서 분리, 교체할 수 있다. ‘기본 모듈’ 대신 ‘LG 캠 플러스’ 또는 ‘LG 하이파이 플러스’ 같은 ‘확장 모듈’을 물리적으로 결합해 사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오는 17일 개발자대회를 통해 모듈 생태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LG G5에 ‘LG 캠 플러스’를 연결하면 DSLR 카메라와 같은 조작감을 경험할 수 있다. 손이 닿는 부분에 가죽느낌의 패턴과 소프트 필 코팅을 적용했다. 카메라 작동과 셔터, 녹화, 줌인앤아웃 등 별도 물리버튼을 탑재해, 마치 일반 카메라를 손에 쥐고 찍는 듯한 아날로그식 손 맛을 느낄 수 있다. 1200mAh 배터리를 추가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LG 하이파이 플러스’는 오디오 기업 ‘뱅앤올룹슨의 ’B&O 플레이‘ 부문과 협업에 만든 32비트 ’포터블 하이파이 DAC’ 모듈이다. 일반 음원도 원음에 가까운 풍부한 음질로 높여주는 ‘업비트&업샘플링’ 기능을 지원한다. 32비트, 384kHz의 고해상도 음원까지 재생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기어VR을 통해 관람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기어VR을 통해 관람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보고, 듣고, 즐기는 놀이터

스마트폰의 외부적인 확장성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바로 가상현실(VR)이다. MWC 2016에서도 VR은 글로벌 업체들이 자신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7’ 발표 현장에는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LG전자 ‘G5’ 발표 현장에는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CEO, 찰스 암스트롱 구글 총괄 매니저가 각각 등장했다. VR 생태계 확장을 위함이다. 주커버그 CEO는 VR에 대한 삼성전자의 역량을 높게 샀으며, 몰렌코프 CEO는 스냅드래곤820 등을 통해 최적의 성능을 보이는 LG전자 VR기기에 힘을 보탰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올해 VR시장 규모를 22억5600만 달러로 전망했다. 오는 2020년에는 100억8000만 달러 규모로 올라선다. 중국의 경우 올해 약 5배 수준으로 급성장하는 분야가 VR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중국 가상현실 디바이스 시장이 디푼과 ANTVR, 3글래시스 등 중국 VR업체의 성장에 힘입어 관련 디바이스 출하량이 전년대비 476% 증가한 48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IDC 차이나 네오 쩡 연구원은 “중국 VR 시장은 로컬 및 해외 벤더들이 풍부한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고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올해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상현실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크게 디바이스, 소프트웨어, 콘텐츠 역량이 필수다. VR기기도 중요하겠지만 모체가 되는 메인 기기의 성능이 검증돼야 한다. 모바일 분야에서는 단연 스마트폰이 관심거리다. 눈과 밀착한 채 화면이 보여지기에 조금의 지연도 허락지 않는다. 그만큼 높은 성능의 스마트폰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7’과 함께 180도 범위를 광각 촬영할 수 있는 두 개의 195도 어안렌즈를 탑재한 ‘기어 360’을 공개했다. 두 렌즈가 찍은 영상을 하나로 합쳐 수평과 수직 방향 어디든 360도로 감상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양쪽 렌즈를 모두 사용하는 듀얼 모드로 360도 3840x1920 해상도 동영상과 3,000만 화소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고, 렌즈 한쪽만 사용하는 싱글 모드를 선택할 경우 180도의 동영상과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기어 360’은 F2.0 렌즈를 적용해 저조도에서도 밝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360도 촬영을 지원하는 삼성 ‘기어 360’로 촬영한 영상을 ‘기어 VR’을 통해 가상현실로 감상 할 수 있다. 사용자 스스로 가상현실을 생산하고 감상하게 되는 셈이다.

‘기어 360’은 갤럭시S7과 엣지뿐만 아니라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 시리즈와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전용 앱을 통해 콘텐츠를 촬영하면서 프리뷰하고 소셜 채널과 구글 스트리트뷰에 공유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편집을 위한 PC 소프트웨어도 제공한다.

삼성전자 갤럭시S7을 체험하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S7을 체험하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삼성전자)

LG전자는 첫 VR기기를 선보였다. LG G5와 유선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LG 360 VR’이다. 스마트폰 자체를 결합하는 방식이 아니기에 더 가볍다. 118g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

960x720 해상도 1.88인치 IPS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인치당픽셀수(ppi)는 639로 5인치 QHD 디스플레이보다 높은 편이다. 2미터 거리에서 1130인치 크기의 스크린을 보는 것과 동일한 몰입감을 준다.

가상현실 콘텐츠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LG 360 캠’도 소개됐다. 주변 360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다. 누구나 손쉽게 가상현실용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고 구글 스트리트뷰와 유튜브 360에 공유할 수 있다. 립스틱보다 조금 큰 크기의 스틱형 디자인으로 마감됐다. 앞뒤로 각각 1300만 화소, 화각 200도 카메라를 장착했다. 3개의 마이크를 내장해 5.1채널 서라운드 사운드 녹음이 가능하다. 1200mAh 배터리 사용량을 갖춰 70분 이상 영상 촬영할 수 있다.

LG G5는 이밖에도 다양한 기기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홈모니터링 카메라인 ‘LG 롤링봇’을 통해 보안 및 방범, 반려동물을 살필 수 있다. 직외선 리모컨 센서를 탑재해 사용자가 외부에서 집안의 TV나 에어컨을 제어할 수도 있다. 별도의 세팅 없이도 ‘프렌즈’를 통합해 관리할 수 어플리케이션 ‘LG 프렌즈 매니저’가 G5에 기본 적용됐다.

김문기 기자 (moon@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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