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수가 급증하면서 식음료·유통업계가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에 주목하고 있다. 가정간편식은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대체식품으로 일종의 인스턴트식품(즉석식품)을 말한다. 조리가 된 상태에서 가공·포장되기 때문에 데우거나 끓이는 등의 단순한 조리 과정만 거치면 음식이 완성된다.

지난 2000년 기준 226만 가구(전체가구 대비 15.6%)였던 1인가구는 지난해 506만 가구(26.5%)로 급증했고, 오는 2035년에는 763만 가구(34.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식음료·유통업계는 ‘싱글족’을 타깃으로 한 PB상품(자체 브랜드), 가정간편식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 2014년 기준 약 1조 3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 7000억원을 돌파, 올해는 2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정간편식 시장은 지난 5년 간 14%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올해가 ‘가정간편식이 본격화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지난 2013년 1월 자체 개발한 가정간편식 브랜드 ‘피코크(PEACOCK)’를 론칭, 당시 280개였던 제품 수가 지난해 800여개로 늘었으며, 오는 2019년까지 10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신년 계획으로 ‘이마트를 더욱 이마트답게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피코크’ 제품은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인 신세계푸드가 30% 가량 생산을 맡고 있으며, 품질이 검증된 중소업체 OEM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마트의 가정간편식 매출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다. 이마트에서 ‘피코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근접한다.

이마트 ‘피코크’ 제품을 OEM 생산하면서 식품제조 노하우를 쌓은 신세계푸드는 지난 1월 22일에는 외식사업부분의 한식 브랜드 ‘올반’을 가정간편식 브랜드로 영역을 확장하기도 했다. ‘올반’은 한식을 콘셉트로 신세계푸드가 지난 2014년 10월 론칭한 외식 브랜드다.

대형마트 3사 가운데 가정간편식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해 온 신세계 이마트에 이어 홈플러스는 지난해 초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브랜드 ‘싱글즈 프라이드’를 론칭했다. 홈플러스는 한우사골곰탕, 육개장 등 기존 46종의 제품에서 지난해 100여종으로 제품 수를 늘렸다. 바비큐폭립, 라자니아 등 조리법이 까다로워 가정에서 즐기기 어려웠던 메뉴들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홈플러스 냉동 간편식류 매출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집계한 결과 24.4% 증가했으며, 특히 1인가구를 겨냥한 소용량 컵밥, 만두, 간식류 매출은 161.2% 급증했다. 이는 동종업계 시중 상품 대비 평균 30~40% 저렴한 가격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홈플러스 측은 “냉동 간편식은 1인가구뿐만 아니라 맞벌이 부부, 직장인,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며 “점차 커지는 간편식 시장을 겨냥해 다양한 상품을 확대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 대형 유통업체 중 하나인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30일 식생활 해결책을 제안하는 밀 솔루션(Meal Solution) 브랜드 ‘요리하다’를 선보였다. 채소를 다듬거나 볶는 등 간단하지만 별도의 요리과정이 필요한 반조리 상품인 RTC(Ready To Cook)의 비중을 늘렸다.

롯데마트 측은 “반조리 상품을 전체 20% 정도로 구성했으며, 앞으로 메뉴와 어울리는 그릇과 수저 등의 상품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식 소고기덮답과 왕만두 등 21종의 제품으로 시작하는 롯데마트의 ‘요리하다’는 올해 200개, 오는 2017년까지 500개로 제품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요리하다’의 올해 매출을 약 2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2017년까지 15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밖에도 CJ제일제당은 ‘햇반’으로 즉석밥 시장을 개척, 국밥과 덮밥, 비빔밥 등 다양한 형태의 ‘햇반 컵반’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간편식 요리양념 브랜드 ‘백설 다담’을 출시해 올해 매출 4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레토르트 식품(가공식품)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오뚜기 역시 ‘3분 카레’로 대표되는 가정간편식 제품군을 늘려 최근 덮밥류 제품수를 확대하고 있다.

풀무원과 대상 청정원, 아워홈, 동원 등도 가정간편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풀무원은 가정간편식 브랜드 ‘생가득’을 통해 냉동볶음밥, 샐러드바, 또띠야 등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동원그룹 계열사인 식자재유통업체 동원홈푸드는 지난해 2월 강남세브란스병원과 환자식 가정간편식 메뉴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매출 30억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대상은 지난 2013년 초 국내 최초로 컵라면처럼 뜨거운 물만 부으면 완성되는 상온 보관 컵국밥 출시를 시작으로 냉동볶음밥, 나물밥, 컵덮밥 등 다양한 가정간편식을 선보였다. 지난해 12월에는 요리의 완성을 소리로 알려주는 신개념 가정간편식 브랜드 ‘휘슬링 쿡’을 론칭했다. 대상은 ‘소리로 요리하는 세계가정식’을 콘셉트로 한국은 물론 벨기에, 영국,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양한 나라의 가정식을 그대로 재현했다.

대상 관계자는 “휘슬링 쿡은 대상의 60년 원조 조미기술과 23년의 간편식 제조운영 노하우, 그리고 소스시장 1위의 제품력 등이 더해 탄생한 창립 60주년 요리과학의 결정체”라고 말했다.

아워홈은 1인가구가 쉽게 해먹을 수 없는 국·탕·찌개 메뉴에 집중해 삼계탕, 육개장, 사골곰탕, 감자탕, 김치찌개 등 최대 70여가지의 가정간편식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아워홈은 급식·외식 분야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원재료 구매에서부터 제조, 배송까지 직접 진행하고 있다.

1인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계속해서 늘어가는 사회 구조적 변화와 더불어 가정간편식에 대한 수요가 늘고, 매출이 증대되면서 대형 식음료 유통업체들의 가정간편식 시장 진출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갈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트렌드에 맞는 레시피를 반영한 상품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은혜 기자 (grac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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