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승까지 D-14`

`경마대통령` 박태종 기수가 `한국경마 최초 2000승`이라는 대업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 그를 위해 경마팬과 경마관계자들이 이색적인 응원전을 펼친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29일 렛츠런파크 서울 관람대 2층 외벽과 중문사이에 `살아있는 전설. 박태종 2000승`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설치했다.

박태종 기수 포스트잇 응원에 동참하고 있는 방문객들.
박태종 기수 포스트잇 응원에 동참하고 있는 방문객들.

이 정도는 평범하지만, 마사회는 여기에다 노란 포스트잇을 활용한 기발한 응원을 추가했다. 현수막 아래에 `응원 메시지 게시판`이라는 응원공간을 마련해 경마팬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도록 한 것.

시작한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팬임을 자처하는 많은 경마팬들이 `노란 응원`에 동참했다. 노란 포스트잇에 응원의 목소리를 담아 빈 공간을 채워나가면서, 새하얗던 벽이 노란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이중에는 정성들여 박태종 기수의 얼굴을 그릴 정도로 열성적인 팬도 있었다.

렛츠런파크 서울이 과거 뚝섬에 위치했을 때부터 박태종 기수를 응원해왔다는 한 열성팬은 `박태종 기수의 모든 모습을 지켜봐온 산증인으로서 느낌이 남다르다`며, `2000승을 달성하는 순간까지 응원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태종 기수 1700승 달성 당시 모습
박태종 기수 1700승 달성 당시 모습

한국마사회 역시 경마팬들과 응원을 함께한다. 박태종 기수가 2000승을 달성하기 전까지 `응원 메시지 게시판`과 `대형 현수막`을 내리지 않기로 한 것. 특히 박태종 기수가 1승을 추가할 때마다 현수막 중간에 위치한 `D-??`의 숫자를 바꾸기 위해 높은 사다리를 매번 올라야 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사회 관계자는 `지난 30일, 박태종 기수가 1승을 보탰을 때도 제일 먼저 한 일이 사다리를 찾는 것이었다`며, `그렇지만 박태종 기수를 응원하는 마음은 다른 경마팬들과 다를 바 없다. 숫자를 고치고 내려오며 나 역시 응원의 메시지를 함께 남겼다`고 웃으며 말했다.

1987년 4월 데뷔해 올해 기수경력만 30년차에 접어든 박태종 기수는 `코리안더비(GⅠ)`와 `그랑프리(GⅠ)` 등 대상경주 우승만 39회에 달한다. 연도 최우수 기수로 5회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올해의 공정대상`에 수상되기도 했다.

박 기수는 평소 술이나 담배는 일절 손대지 않으며 엄격한 체력관리로 50이 넘은 나이에도 꾸준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어 후배기수들 사이에선 `경마계의 큰 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나성률 기자 (nasy23@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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