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데일리 김문기 기자] “시장 경쟁 활성화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과 기초 체력을 키울 수 있다”

“독과점 체계가 유지됨으로써 가격 인상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를 마련했다.

충남대학교 염병배 교수가 토론 사회에 나섰다. 1부는 SK텔레콤의 시장 독점 가능성과 결합상품을 통한 시장지배력 전이 여부, 요금 인상 건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2부는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 방송시장과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이 이어졌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를 마련했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를 마련했다.

◇ 시장 지배력 전이 ‘된다 vs 안된다’

오전 토론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가져올 시장 활성화 또는 독과점 우려에 대한 활발한 논쟁이 이어졌다.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결합상품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까지 섭렵해 두 시장의 독점 지배 사업자로 부상하고, 이에 따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결합상품의 주체가 초고속인터넷임을 감안했을 때 독점적 지위를 획득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시장 경쟁을 통해 요금인하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특히 결합상품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건국대 권남훈 교수는 “초고속 인터넷 시장은 점유율 격차를 극복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8년치 시장점유율 분포를 보면 1위에서 3위 시장점유율의 변화가 거의 없다. 초고속 인터넷이 결합이 가장 많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초고속 인터넷 사업 1위인 KT가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국대 이경원 교수는 “많은 서비스들이 결합된 결합상품을 소비자들은 더 선호하고 있고, 결합상품의 중심은 초고속 인터넷이다”라며, “이용자 트렌드를 볼 때 이용자는 보다 많은 서비스가 결합된 서비스를 보다 싼 값에 제공하는 사업자를 선택한다. 이는 사업자간 경쟁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주대 김성환 교수는 초고속 인터넷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점유율을 고려했을 때도 합병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SK텔레콤의 현재 점유율은 44.5%로, 합병 이후에도 47.5%다”라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시 심사에는 업체 한 곳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 업체의 점유율이 70% 이상일 경우 경쟁제한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합병을 찬성하는 측은 인수합병이 이뤄지더라도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이 유료 방송 시장에 그대로 투영될 수 없으며, 오히려 정체돼 있는 시장 경쟁을 활성화시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인수 합병을 반대하는 측은 오히려 시장 지배력이 전이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대 김종민 교수는 “이번 인수는 방통시장 흐름에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유료방송뿐만 아니라 초고속 인터넷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인수합병은 이통시장 고착화, 폐해 시정 위해 통신정책을 무력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희대 강병민 교수는 “시장지배력은 전이될 수 있다. 이용자 측면에서보면 할인혜택이 중요한데, 이동전화 서비스 통해서 결합할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동전화가 핵심적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합상품의 중심이 초고속 인터넷이 아니라 이동통신이라는 주장이다.

한양대 이호영 교수는 “SK는 이통시장의 공고한 지배력, CJ헬로비전은 23개 권역 중 19개 권역을 독점 또는 준독점하고 있는 곳으로 소위 쌍방 독점 사업자 간 기업결합이 될 수 있다”며, “지배력 전이 등 아주 용이하게 이뤄질 수 있고, 이뤄졌을 시에는 폐해가 아주 심각하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합병에 정부가 갖은 노력을 했지만 이통시장 경쟁 활성화가 쉽지 않았다. 그 기업결합을 재현하지 않을까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결국,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인수합병된다면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을 유료방송 시장에 투영함으로써 독과점 체계가 구축되고, 경쟁제한이 일어나 가격 인상을 막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 방송 공공성 훼손 vs 방송 플랫폼 도약

2부에서는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 방송시장과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이 이어졌다.

합병을 찬성하는 측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등장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상황을 살폈을 때 통합방송법을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수합병 후 적합한 조건을 제시해 규제적인 측면에서도 시장 상황에 맞는 유연성을 겸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고려대 김성철 교수는 “방송 플랫폼의 범위 경쟁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품질도 높아진다. 해외 OTT에 대한 방어도 효과적이다. 플랫폼 사업 체급이 높아지면 제대로된 수익 창출 구조도 잡힌다”라며, “규제나 정책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통합방송법은 규제 완화가 철학이다.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다. 최소한의 규제만을 가지고 간다. 통신방송을 윱합시키면서 규제도 더 잘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남대 곽규태 교수는 “국내 모바일 동영상 시장은 유튜브가 80%나 잠식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7500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이런 사안에서 보듯 국내 유료 방송은 내수가 아니라 글로벌 경쟁 하에 놓여있다”며, “유료방송 시장은 포화돼 있어 치킨게임도 많고, 성장 없는 정체, 퇴보 상태에 있다. 혁신 서비스 개선 시점이 도래했다”고 지목했다.

동아방송대 이재호 교수는 공정경쟁뿐만 아니라 유효경쟁까지 살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미 모바일쪽으로 트렌드가 가고 있다. 케이블은 이미 취약 매체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로 어려움에 빠져 있다”며, “인수합병이 없더라도 합쳐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측은 플랫폼 산업으로 집중되면 PP의 협상력이 떨어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플랫폼 사업자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 우려했다.

성균관대 박민수 교수는 “프로그램 공급자들은 플랫폼 사업자와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데 사업 자체가 플랫폼에 집중되면 콘텐츠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외국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미국 케이블 실증 연구에서 합병의 주된 목적이 PP협상 증가라는 결과도 나온 바 있다”고 꼬집었다.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는 인수합병으로 SK텔레콤이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날 수 없을 것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최 교수는 “SK텔레콤은 앞으로도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며, “일단 허가해놓고 보자는 건 말도 안된다. 다시 뺐을 수 없다. 사회적 부작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케이블 사업자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케이블이 위기라 얘기하는데, 이유는 모바일 결합판매 때문이다. 결합판매를 금지시키면 된다”며, “케이블도 2017년가지 디지털로 전환한다고 한다. 만약 인수합병이 이뤄지면 케이블은 다 팔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문기 기자 (moon@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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