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데일리 안은혜 기자]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지난해 말 집행유예로 기사회생한 뒤 ‘투명 경영’을 다짐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한 살 밖에 안 된 손자의 상장사 주식 매입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막 첫 돌이 지난 윤 회장의 손자 윤시훈 군은 윤 회장의 차남인 윤새봄 웅진홀딩스 그룹기획조정실장과 배우 유설아 씨가 지난 2014년 8월 결혼한 지 5개월 만에 낳은 아들이다.

웅진씽크빅에 따르면 윤시훈 군이 지난 18일 장내에서 회사 주식 1795주(0.01%)를 취득, 웅진씽크빅 주주명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투자한 돈은 주당 평균 1만1100원인 1990만원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조기 증여의 잘못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배임·횡령 혐의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어린 손자가 주주 명단에 오르는 것은 과한 처사라는 것.

윤석금 회장은 지난 2012년 1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뒤 2014년 8월 2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배임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김종호 부장판사)는 “기업의 회장으로 인사권 등을 가진 지위를 이용해 우량 계열사들을 통해 부실 계열사인 극동건설과 사실상 개인회사인 웅진캐피탈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며 “이 같은 범행의 법정형을 고려하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윤 회장의 사기성 CP를 발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으나 계열사 부당 지원과 관련해 공소가 제기된 범행액수 1560억원 중 1520억원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다. 아울러 윤 회장과 함께 기소된 웅진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3~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라고 지적하면서도 “웅진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웅진코웨이의 매각 작업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며 “변제 의사가 존재했다고 인정되고 실제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부채 상당 부분이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용등급 하락이 예상됐다는 것만으로는 사기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제기했지만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 윤 회장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판결을 두고 경제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판결에 수긍할 수 없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 지난 2012년 웅진그룹의 해체 위기를 불러온 주력 계열사 극동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서 웅진그룹 내 상장사들의 주식까지 하락세를 보이자, 윤 회장의 부인인 김향숙 씨는 보유하고 있던 웅진그룹 계열사 주식을 대량 매각하면서 도덕적 자질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주가 하락 직전에 매각한 덕분에 김 씨가 5000만원 가량의 손실을 피할 수 있었던 것.

당시 웅진그룹 측은 이에 대해 “(김 씨가) 보유한 지분이 워낙 적고 경영권과 관련 없었기 때문에 진작부터 정리하려던 것”이라고 해명을 했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그런데다 윤 회장의 재판 결과를 받아들자마자 어린 손자를 주주 명단에 올려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한편, 윤석금 회장의 두 아들 또한 웅진씽크빅 주식을 취득했다. 윤형덕 웅진씽크빅 상무보(신사업추진실장)와 윤새봄 상무보가 지난 13~18일에 걸쳐 35만9530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투자 자금은 주당 평균 1만1100원꼴인 40억원 가량이다. 형제가 웅진씽크빅 주식을 사들인 것은 지난 2014년 3월 말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지난해 3월 40억원을 들여 41만8000주를 취득한 이후 10개월만이다.

이번에 매입한 주식은 웅진씽크빅 발행주식의 1.0%다. 이를 통해 소유지분은 5.7%(197만주)로 확대했으며, 형제별로는 2.8%(98만2000주)씩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경영권 안정’을 찾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최대주주 웅진홀딩스(24.3%)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이제 30.6%(1060만주)로 후계 승계를 위한 기반 조성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안은혜 기자 (grac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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