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우려와 인수 방식 논란에 노조와의 갈등 불가피

[넥스트데일리 안은혜 기자]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대우증권 인수를 앞둔 지금의 분위기는 마치 ‘폭풍전야’와 같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대우증권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으나 인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그의 고민이 깊어질 조짐이다.

최대 변수는 노조반발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입찰제안서에서 인위적인 인력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지만, 노조 측은 인력구조조정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반대 투쟁을 본격화할 태세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대우증권 인수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대우증권은 미래에셋그룹과 궁합이 가장 잘 맞는 회사라고 판단했다”며 “통합법인 점포는 250개 정도 돼야 한다. 때문에 구조조정은 없다. 오히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어 “향후 합병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각종 데이터를 통해 증명해 낼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직원들의 삶이 안정되도록 리더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대우증권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의 패키지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컨소시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했다. 이에 대우증권 노조는 매각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임금단일협상(임단협) 결렬에 대비해 총파업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개표는 오늘(7일) 진행된다.

대우증권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단순 인력 구조조정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자산으로 인수 대금을 마련하는 LBO(차입매수) 방식으로 매각될 경우 소액주주 및 채권단, 고객, 대우증권 직원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라고 반대했다. 노조 조합원 결의문에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대우증권 인수를 반대하고 고용안정 등의 조건으로 대금융의 인수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이 최종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노조와의 갈등으로 인해 통합에 진통을 겪었던 외환은행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 넘어 산’ 6일 대우증권 소액주주들이 대우증권 매각 절차를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2조 4000억~2조 6000억원대의 인수가가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 인수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거세질 전망이다.

미래에셋금융그룹 박현주 회장
미래에셋금융그룹 박현주 회장

한편,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병하게 되면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창업 19년 만에 7조 8000억원대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초대형 증권사로 거듭나게 된다. ‘증권맨의 신화’, ‘펀드 대통령’으로 불리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평범한 증권맨으로 출발해 자신의 이름을 딴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를 시장에 선보이며 국내 증시에 펀드 투자 붐을 조성했다.

1년 전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대우증권 인수를 결심했다는 박현주 회장의 ‘폭풍전야’ 속 고민거리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은혜 기자 (grac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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