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데일리 안은혜 기자] 지난해 인수합병(M&A) 최대 규모인 7조 2000억원에 거래된 홈플러스가 김상현 전 P&G 아세안 총괄 사장을 신임 대표로 영입하고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업계는 홈플러스 분할매각 시기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가 올해 초부터 홈플러스는 분할매각 할 것이라고 예측해 왔다. 예상대로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30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홈플러스 신임 대표이사로 김상현 전 P&G 아세안 총괄 사장을 선임하고 사실상 홈플러스 경영권 장악에 나섰다.

김상현 홈플러스 신임 대표는 최근까지 P&G 미국 본사 부사장으로 신규시장 부문을 맡아왔으며, 지난 30년 간 뛰어난 성과를 낸 인물로 알려졌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던 P&G 아세안 사업을 맡은 후 소비자 인사이트(Consumer Insight)를 바탕으로 사업을 재정비해 4년 만에 매출을 2배로 성장시키고 7년 재임기간 동안 매년 최대 매출기록을 세운 바 있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는 P&G 역사상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미얀마,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와 같은 신규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3년 간 홈플러스의 수장이었던 도성환 사장은 경영에서 물러나 그동안 겸직해왔던 홈플러스 사회공헌재단인 ‘e파란재단’ 이사장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IB(투자은행)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장기적으로 홈플러스 분할 매각을 위해 도 사장을 경질하고 신임 사장을 앉힌 뒤 몸값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BK는 침체 된 국내 대형마트 시장에서 홈플러스가 제2의 전성기를 위해 새로운 경영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기업 P&G에서 경영성과를 내온 김상현 대표를 영입한 것은 MBK의 이런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MBK가 경영권 장악에 나선 까닭은 홈플러스를 직접 운영하는 것보다 매각을 통해 차익을 노리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며 “홈플러스 매각은 향후 유통업계에 커다란 판도 변화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김상현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고객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유통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현 홈플러스 신임 대표
김상현 홈플러스 신임 대표

한편, 지난해 9월 초 본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PEF) 3곳 가운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최종 인수하기로 영국 테스코와 계약했다. 인수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지분 100%를 5조 8000억원에 사고, 차입금 1조 4000억원을 떠안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는 지난해는 물론 국내 M&A 역사상 최대 규모이다.

1997년 삼성물산 대구 1호점으로 시작한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는 1999년 영국 테스코가 경영권을 가져간 지 16년 만에 국내 투자자 손에 들어갔다. 인수 당시 MBK파트너스가 차익을 얻기 위해 재매각 할 것이라는 이른바 ‘먹튀’ 논란에 휩싸이며 불매운동까지 벌어졌지만, 10월 22일 최종 인수를 완료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임직원의 고용안정과 1조원의 투자를 약속했지만 기존의 MBK파트너스의 ‘先’ 인수, ‘後’ 구조조정과 재매각 행보에 노동자들은 우려감을 감추지 못했다.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지난 2008년 국내 3위의 케이블TV 업체 C&M 인수 당시 직원 109명을 해고하고, 2013년 ING생명 인수 과정에서도 직원 150명을 내보냈다.

지난 2014년 매출 8조 5682억원, 영업이익 2409억원을 기록한 홈플러스는 전국에 대형마트 141개,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375개, 물류센터 8개 등을 갖고 있다. MBK 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자산을 매각할 경우 가장먼저 대상이 되는 매장은 본사 직영으로 운영되는 100여개 점포로 예상된다. 우선 매각 대상으로 분류되는 100여개 점포는 대형마트가 90여개(6조원), 익스프레스 7곳(300억원), 물류센터 2곳(1000억원) 등이다. 자산은 총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은혜 기자 (grac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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