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데일리 안은혜기자]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2015년 연말은 몸도 마음도 아프다. 아버지인 이맹희 명예회장이 지병으로 별세한 뒤 어머니인 손복남 CJ 고문의 건강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이다. 횡령 혐의로 재판 중인 이 회장은 최근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아 재상고를 했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CJ그룹은 말 그대로 비상사태다.

지난 15일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이원형)는 1600억원대 횡령 및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지난 2013년 7월 기소된 이재현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서 징역 4년, 2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재벌 총수라도 법 질서를 경시하고 개인 이익을 위해 조세포탈을 하거나 재산 범죄를 저지르면 엄히 처벌받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게 민주적인 경제발전에 이르는 길”이라며 선고 배경을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회장의 배임죄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보다 형량이 가벼운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 2심에서 선고한 징역 3년보다 형량을 낮췄다. 대법원은 앞서 지난 9월 “배임에 따른 이득액을 산정할 수 없어 특경법을 적용할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법으로 보낸 바 있다.

만성신부전증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이 회장은 내년 3월 21일까지 구속집행정지 상태다. 그러나 당초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집행유예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실형이 선고되자 CJ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회장에게 2015년은 잔인한 해다.

지난 8월 중국 땅에서 외롭게 별세한 아버지 이맹희 명예회장의 빈소를 이 회장은 지키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이 회장의 어머니 손복남 고문은 석 달 전 척추염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뒤 수술을 받았고, 퇴원을 앞두고 있다가 이 회장의 실형 선고 이후 뇌경색으로 쓰러진 것.

CJ그룹에 따르면 손 고문은 현재 의식이 돌아온 상태지만 뇌 손상으로 언어구사나 인지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이다. 연이은 비보로 이 회장 역시 건강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8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후 면역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이며, 근육이 서서히 위축되는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를 앓고 있어 건강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장은 실형 선고 후 손 고문이 쓰러져 자책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전략인 14만9667주(지분율 11.35%, 약 300억원 규모)를 아들과 딸, 조카들에게 모두 증여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주식 증여로 아들 이선호씨와 CJ오쇼핑 과장으로 근무 중인 딸 이경후씨가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은 5만9867주(4.54%)씩 증가했다.

CJ제일제당 대리로 근무 중인 이선호씨는 앞서 지난해 이 회장으로부터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1.3%를 증여받아 총 15.84%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CJ올리브네트웍스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최대 주주는 CJ주식회사 법인(76.07%)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14년 12월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 공급 계열사 CJ시스템즈가 화장품 · 미용용품 유통 계열사 CJ올리브영을 합병해 출범한 회사로 올해 약 8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또 동생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의 자녀인 이소혜양과 이호준군에게 지분 1.14%씩 증여했다. 이 회장의 주식 증여에 대해 업계는 “건강 상태 악화와 실형 선고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사실상 경영복귀가 불가능해지면서 CJ그룹에 적신호가 켜졌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오너의 부재로 인해 대규모 투자 결정이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CJ그룹은 최근 예년보다 대폭 축소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그룹의 경영차질이 장기화 되면 그룹의 위기 상황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경련 회원사업실장 이상윤 상무는 “이재현 회장의 실형 선고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우리경제가 직면한 상황이 매우 엄중함을 감안할 때, 이번 판결로 자칫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기업인들의 사기가 저해될까봐 우려스럽다”며 “우리 기업인들이 이번 판결에 위축되지 않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갔으면 한다”고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CJ 측 역시 이 회장의 재판 결과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고 “수형생활이 불가능한 건강상태임에도 실형이 선고돼 막막하고 참담하다”며 “그룹도 경영차질 장기화에 따른 위기상황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안은혜 기자 (grac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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