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데일리 안은혜기자] 국내 타이어 업계 순위에 작은 변동이 생기면서 각 회사별 주머니 사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타이어 업계 부동의 1위 한국타이어는 올해 역시 매출 1위를 지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뒤를 이어왔던 금호타이어가 넥센타이어에 2위 자리를 내주면서 순위에 변동이 생겼다.

한국타이어는 1941년 ‘조선다이야공업’이라는 대한민국 최초의 자동차 타이어 회사로 현재 국내 타이어 시장 점유율 1위다.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잠정실적 매출액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6조 6808억원, 영업이익 1조 316억원, 당기순이익 6992억원을 기록했다.

올 3분기(누계기준) 매출은 4조 8317억원, 영업이익 6459억원, 당기순이익 467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4.3% 줄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동기 대비 각각 18.0%, 14.2% 감소했다.

업계 2위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잠정실적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3조 4365억원, 영업이익 3585억원, 당기순이익 1316억원을 달성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7.1% 하락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6%, 30.4% 상승한 수치다.

그러나 올 한해 노사갈등으로 5년 6개월만에 적자로 돌아선 금호타이어는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 줄었고, 329억원의 적자를 냈다. 금호타이어의 적자는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인 2009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연내 타결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금호타이어 노조는 오늘(17일) 광주공장과 전남 곡성 · 경기 평택 공장에서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 8월 11일부터 39일 간 파업했고, 사측은 이에 맞서 16일 간 직장 폐쇄를 단행했다. 장기간의 파업으로 공장 가동률은 58%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회사가 입은 매출 손실액은 1500억원에 이른다.

업계 불황과 내홍 등으로 업계 1, 2위인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하락한 것과는 달리 넥센타이어는 영업이익 500억원 선을 지켰다. 공시에 따르면 넥센타이어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703억원, 영업이익 517억원, 영업이익률 11.0%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에는 영업이익 557억원을 기록하면서 금호타이어(553억원)를 앞지르기도 했다. 매출은 전 분기와 지난해 대비 각각 0.7%, 7.9% 늘었고,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7.1% 줄었으나 지난해 대비 4.4% 성장했다.

타이어 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 1~3위의 주머니 사정은 어떨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들 3개 회사의 올 3분기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2조 93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4% 가량 증가했다.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한국타이어였다. 한국타이어의 이익잉여금은 올 3분기 말 기준 1조 9500억원대로 전년 동기 대비 5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올해 매출 하락세를 이어가던 한국타이어의 주머니는 오히려 두둑해진 셈.

넥센타이어는 동기간 이익잉여금이 7763억원에서 8805억원으로 13.4% 늘었으며, 금호타이어의 경우는 1247억원에서 981억원으로 21.3% 줄었다.

이와 관련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사의 매출 규모는 6~7조원이다. 반면 금호는 올 3분기 적자를 냈지만 3조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하던 회사이고, 넥센은 1조원 가량의 매출 규모이다”라며 “매출 규모 자체가 금호, 넥센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익잉여금 규모 또한) 비교할 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익잉여금 확보 배경에 대한 질문에 동 관계자는 “매출액도 차이가 크고 영업이익 자체가 다르니까 영업이익으로 확보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대기업이 거둔 당기이익을 고용과 임금 및 투자 등에 쓰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로 올해 3월부터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기업소득환류세제(사내유보금 과세)는 기업의 현금 쌓아두기를 제한하면서 기업 소득이 가계와 사회로 환류되도록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역행하면서 실적과 무관하게 이익잉여금을 쌓고 있는 한국타이어의 행보에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안은혜 기자 (grac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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