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핫트렌드 2016 시리즈의 소비자 전망 두 번째로 디지털 네이티브 소비자들을 다루려고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1980년대, 그리고 1990년대 중반까지 출생한 사람들을 말한다.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나 Y 세대라는 용어와 시기와 특징이 겹치기도 하는데, 이 세대의 특징(디지털 환경)을 생각해볼 때 밀레니엄(2000년)에 빗댄 밀레니얼이나 x세대에 이어 등장했다하여 y세대라고 이름짓는 것보다 훨씬 명징한 용어는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생각한다.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을 더 지속적으로 세대라는 이름으로 묶을 수 있는 역사적 공통 분모는 디지털 환경이기 때문이다.

메가트렌드 관점에서 보면 디지털화의 영향이 그들의 삶에 대한 적응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독일 철학자 딜타이(Wilhelm Dilthey, 1833-1911)는 ‘자아’에 중심을 두고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의 경험과 감성이 자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청소년기의 경험 환경과 그로 인한 자아와 감성은 이후 어른이 되어서도 생각하고 느끼고 생활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아날로그 세상에서 대부분의 청소년기를 보낸 윗 세대와 달리 1980년 이후 출생자들은 10대 때 디지털 세상에서 살고, 헤엄치며 자랐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세대 개념은 역사적 관점에 선 것으로 베이비붐 세대, 시니어 세대 등이 인구통계나 연령 기반으로 정량적인 특징으로 세대를 규정한 것과 달리 정성적인 속성에 기반하고 있고, 밀레니얼이나 Y세대처럼 비유적으로 세대의 속성을 표현한 것보다 훨씬 명쾌하고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문명의 핵심은 연결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도구, 도구와 도구들간의 연결의 확장이 문명을 바꾸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탄생시켰다 (출처shmector.com)
디지털 문명의 핵심은 연결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도구, 도구와 도구들간의 연결의 확장이 문명을 바꾸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탄생시켰다 (출처shmector.com)

이 세대를 묶는 공통 분모는 PC와 인터넷의 체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10대, 혹은 더 어린 연령에서부터 그들은 디지털 세상을 경험하며 자랐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뒤늦게 디지털 세상을 접한 윗세대와 달리 디지털 원주민(native)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2016년, 이들은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까지의 연령대로 사회적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세대 구분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그보다 더 어린 세대, 즉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들은 아직 10대들이며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이자 모바일 네이티브들로서 또 다른 특징들을 갖고 있다(모바일 네이티브 세대에 대해서는 [모모세대가 몰려온다](김경훈 저)라는 책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바 있다).

뛰어난 능력, 그러나 만만치 않은 현실

이 세대의 특징에 대해 돈 탭스콧은 [디지털 네이티브](비즈니스북스,이진원 옮김, 2009)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넷세대(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적극적인 창조자이자 협력자이자 조직자이자 독자이자 작가이자 입증자이자 심지어 전략가다’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면 ‘넷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서 더 똑똑하고, 더 빠르고, 더 많이 다양성을 포용한다. 그들은 정의와 그들의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고, 일반적으로 학교나 직장, 커뮤니티 안에서 어떤 식으로든 시민활동에 참여한다’고 한다. 한국 독자들은 그의 이런 찬사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내가 볼 때 앞 문장, 즉 그들이 더 똑똑하고 빠르고 다양성을 포용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돈 탭스콧의 견해가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갑자기 유전자를 달리 하고 태어나서 뛰어난 것이 아니라 디지털 도구를 다루며 얻게된 경험과 지식 덕분에 그렇다.

반면 뒷 문장, 즉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의 문화적 차이나 경제 성장 과정의 차이 등이 영향을 미쳐서 나라별로 특수성이 있어보인다. 예컨대 일본이나 한국은 디지털 네이티브이면서도 사회적 참여나 적극적인 대처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사토리 세대는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 초반에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일원이지만 사회에 관심이 없고 자신의 주어진 현실에 냉정하게 적응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이 세대 전체가 과연 그런 특징을 갖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한국의 삼포세대(2011년 경향신문에서 사용한 용어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2,30대 젊은이들)도 비슷하게 수동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 미, 일 젊은이들의 차이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 글로벌 동조화가 강해진 지구촌에서 디지털 환경을 공통분모로 하고 성장했기 때문에 글로벌 보편성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나라별 경제적 형편이나 사회문화적 환경의 차이가 지극히 현실 적응적 성향을 갖게 만드는 특수성도 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개인에 따라 어떤 성향이 더 주도적인가는 다를 수 있고 그에 따른 분류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 두가지 특성(디지털 소비자이자 현실적 소비자)은 소비에서도 나타난다.

이 책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 대한 가장 상세한 분석서이다
이 책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 대한 가장 상세한 분석서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소비자의 한국적 특징은 신실용주의

한국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소비성향, 태도, 가치를 분석해보면 이 두가지, 즉 윗세대의 아날로그적 특성과는 대조적인 디지털 환경에서 키워온 소비자적 특성과 과도한 경쟁, 저성장 시대로의 진입 등 한국 사회의 역사, 경제, 사회문화적 특징에서 발생한 한국적 특성이 결합되어 나타난다. 여기에 디지털화와는 또 다른 메가트렌드, 즉 개성화 메가트렌드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알다시피 개성화 메가트렌드는 1980년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확산, 성장하고 있는 흐름으로 개인이 자기만의 가치와 스타일을 중시하고 적극적인 사회적 활동이나 관계를 통해 자기 표현을 하려는 추세를 말한다. 개성화 메가트렌드 때문에 고령 세대조차 개인 지향적 소비로 변화하고 있는데 젊은 세대는 처음부터 개성화 속에서 자랐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곧 개성화 세대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화와 개성화, 그리고 한국적 상황이 빚어낸 현실적응적 태도가 결합하면서 한국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소비성향을 대표하는 경향은 ‘신실용주의’라고 할 수 있다. 신실용주의란 소비에 있어서 실용적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오로지 실용적인 기준만으로 구매를 결정하지 않는, 따라서 개성적인 자기 가치의 실현을 추구하는 다소 모순적인 실용주의를 말한다.

한국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소비자들을 관찰해보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까지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사회진입의 ‘고비용 구조’와 높아진 눈높이 사이에서 가치를 지향하지만 동시에 실용적인 소비 태도를 갖는 양면적인 성향을 보여주며 그 양면성을 충족시키는 소비적 해결책을 디지털 수단(스마트폰 앱, 커뮤니티, SNS 등)에서 찾는다. 2013년에 출시되어 5만명이나 다운받았다는 스마트폰용 ‘데이트 비용관리’라는 어플리케이션이나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커플이 공유하는 가계부 앱인 데이트리(DATREE)와 같은 사례는 이런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낭만적인 데이트와 고비용 데이트 사이를 헤집고 나가기 위해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트렌드연구소의 조사 결과(그림 )를 보면 2,30대는 돈이 부족해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소비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패션, 뷰티나 외모관리, 인간관계를 위한 모임 등이며 연령대에 따라 운동과 같은 체력관리, 영화, 전시회, 연등과 같은 문화 생활, 새로운 디지털 도구들이나 미래를 위한 투자로서의 공부 등에 대한 소비 등이 있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을 직시하지만 적극적인 가치 추구 역시 포기하지 않는 소비 태도를 이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돈이 부족해도 포기할 수 없는 소비. 포기할 수 없다면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출처 : 한국트렌드연구소, 2014년 10월 27일, 500명 조사)
돈이 부족해도 포기할 수 없는 소비. 포기할 수 없다면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출처 : 한국트렌드연구소, 2014년 10월 27일, 500명 조사)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하나의 소비 집단으로서 분석한 사례가 한국에선 아직 많지 않다. 이 젊은 한국의 소비자들이 소비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번역서 등을 통해 해외연구 결과들을 인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한국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글로벌 보편성을 공유하면서도 동시에 한국적 특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들에 대한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할텐데, 이 젊은 소비자들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키워드는 디지털과 신실용주의가 될 것이다.

김경훈

현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1994년 <한국인 트렌드>를 집필하면서 트렌드 분야 연구를 시작해 <핫트렌드> 시리즈를 비롯 20여권의 책을 냈다. 중장기적 글로벌 메가트렌드에 기반한 강연, 교육,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 트렌드 전문가 과정을 열어 졸업생들과 함께 트렌드 분석 분야의 집단지성을 실험하고 있으며 2016년 1월부터 시작하는 7기 교육생을 모집하고 있다. 또한 이버즈와 함께 하는 핫트렌드 2016 시리즈를 주도하고 있다.

<제공=한국트렌드연구소=http://www.whatsnewtre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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