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시행 예정된 전파법 개정안이 소비자 사이에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개정된 내용대로라면 중소 구매대행 업체의 위축이 우려돼 최근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해외직구’ 또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에 미래창조과학부는 전파법 재개정 의사를 내비쳐 관심이 쏠린다.

12월 4일부터 구매대행 업체는 국외서 스마트폰이나 TV를 들여올 때 정부로부터 전파 적합성 평가(전파인증)를 받아야 한다. 기존 공식 수입·제조·판매자들에게만 적용되던 전파인증이 모든 구매·수입대행 업체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구매대행 업체가 영향을 받는 규정은 정확하게 이번 개정안에서 새로 신설된 ‘제58조 2의 10항, 누구든 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은 방송통신기자재 판매를 중개하거나 구매 대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부분이다. 참고로 ‘전파인증’이란 수입한 기기가 다른 통신망이나 통신기기에 전파 혼선을 주는지, 또는 전자파 흡수율이 국내 규정에 맞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평가다.

미래부가 이러한 규정을 신설한 까닭은 무엇일까? 미래부는 “전파인증을 받지 않은 불법 방송통신기자재를 국내에 대량 유통하는 구매·수입대행을 제재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미인증 기기 불법유통에도 불구하고 처벌 대상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던 판매중개업자와 구매·수입대행업자를 처벌 대상에 포함, 모호했던 처벌 대상을 명확히 하는 조치”라는 것이 미래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2010년부터 해외에서 개인이 기기 1대를 직접 구매할 땐 전파인증 의무를 면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이를 악용한 사례, 즉 전파인증이 안 된 기기를 국내에 대량으로 반입하는 구매대행 업체가 늘고 규모가 커지자 위와 같이 개정하기로 했다. 물론 개인이 쓰고자 직접 국외 쇼핑몰 등에서 기기 1대를 구매하는 `해외 직구`는 여전히 가능하다.

법안의 취지만 놓고 보면 이번 개정안은 미래부의 말처럼 “개인적인 영리를 목적으로 미인증 기기를 유통하는 대행업자를 제재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확실히 미래부가 계속 강조하듯 일반 소비자의 해외직구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개정안이 규제하는 것은 인증받지 않은 제품의 우회적인 대규모 반입, 이를테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주최하는 미인증 기기 공동 구매 등을 떠올릴 수 있겠다.

문제는 개정안의 내용이 구매대행 업체의 전파인증을 유도하기보다는 위축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점이다. 10월 13일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전파인증 비용 자료에서 2가지 부분을 지적하고 나섰다. 첫째는 비용이다. 구매대행 업체는 외산 스마트폰을 국내에 들어올 경우 기종에 따라 전파인증 비용을 최대 3,300만 원까지 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국내와 해외에서 제품 가격 차이가 커 최근 해외직구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TV 역시 150만 원 이상의 시험비용이 든다. 스마트폰이든 TV든 별도의 수수료도 5~16만 원까지 붙는다. 중소 구매대행 업체로서는 부담될만한 금액이다.

▲ 출처 :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 출처 :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둘째로 다수의 기업이 같은 제품을 들여오더라도 업체마다 중복해서 전파인증을 통해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번 개정안으로 전파인증을 받는 합법적인 구매대행 업체가 늘어나기보다는 당장 구매대행 업체와 해외직구의 위축이 더 예상되는 내용이다.

이러한 예상은 결론적으로 현 개정안이 소비자 견해에서 이득이 될 수 있느냐는 의문점이 생긴다. 구매대행 업체의 위축은 최근 유행하는 소비자의 해외직구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터니 말이다. 또 구매대행 업체가 인증을 받고자 정부에 내는 수천만 원의 비용은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을 일이다. 최근 수입신고 간소화 방안을 내놓는 등 해외직구를 장려하고 나선 정부의 방침과도 상반되는 모습이다.

장병완 의원은 “구매대행에 대한 전파인증 확대에 따라 결과적으로 현재 국내의 해외 수입업체와 제조사들만 이롭게 됐다”며 “결과적으로 해외구매를 통해 합리적으로 소비하려는 국내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개인 해외직구와 구매대행 구분하기 쉽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또한 국정감사에서 장병완 의원의 주장에 관해 동의한다는 의견을 내비쳐 전파법 개정안에 대한 추가적인 개정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최양희 장관은 "이번 전파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매대행 업체를 전파인증 면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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