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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합의금 장사, “올바른 권리 행사 아니야”

발행일시 : 14-08-13 17:41

최근 A씨는 토렌트에서 받아본 한 무협소설의 저작권자로부터 5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했다. 지난해 해당 무협소설의 저작권법 침해로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뒤 약 1년이 지난 시점이다. 기소를 막고자 기소유예를 수용한 것이 민사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의 증거가 됐다.

저작권자는 현재 5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으나 합의하면 소를 취하하겠다며 소장을 통해 법무법인 전화번호까지 알려준 상태다. 합의금은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약 250만 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사단법인 오픈넷은 해당 사건을 ‘합의금 장사’의 일종으로 분류, 소송을 당한 사람에게 법률지원을 하기로 했다.

오픈넷은 8월 13일 저작권 침해 여부나 피해의 발생이 불분명한데도 합의금 장사가 가능한 까닭인 ‘저작권법상 형사처벌규정에 의한 기소유예 처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저작권자는 이용자의 궁박을 이용한 고액 합의금 장사를 즉각 그만두고 국회는 하루빨리 저작권 위반 형사처벌 범위를 ‘영리 목적’과 ’6개월 동안 100만 원 이상’으로 제한하는 개정안을 통과하라는 촉구다.

오픈넷은 “미국의 경우 중범죄는 침해금액이 180일 이내 2,500달러, 경범죄는 1,000달러 이상인 경우에만 형사처벌할 수 있다”며 “저작권 침해 여부나 피해의 발생이 불분명한데도 대규모 고액 합의금 장사가 가능해진 것은 국내 저작권법상 형사처벌규정에 의한 기소유예 처분 때문”이라고 견해를 드러냈다.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해당 기사와 큰 연관은 없습니다)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해당 기사와 큰 연관은 없습니다)>

다른 부분을 보지 않고 딱 여기까지만 읽어보면 궁금증이 들 수 있는 내용이다. 저작권자의 견해로 생각하면 “불법으로 내 영화나 책, 음원 등을 유통한 작자를 고소한 것이 뭐가 문제인데?”고 역정을 낼 수도 있겠다. 온갖 게시물이 서로 퍼지는 인터넷 커뮤니티끼리도 서로의 저작물에 확실한 ‘출처 표기’를 기본으로 아는 시대인데 말이다.

이 내용은 문제점이 무엇인지 확실히 초점을 맞춰볼 필요가 있다. 오픈넷의 자료를 보면 처음 소개한 사례의 핵심은 불법 다운로드나 유통을 옹호하는 것이 아닌, 저작권법 형사 절차의 맹점에서 말미암은 합의금 장사 문제가 핵심이다. 저작권 침해의 정도를 따지지 않고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되는 현행 저작권 침해죄 형사처벌 조항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자. 위 사건에서 토렌트 이용자 A씨는 무협소설 저작권자의 복제권과 전송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500만 원의 배상을 요구받았다. 저작권법 제30조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를 면책’에 따르면 개인적인 다운로드는 배상책임이 없지만, 파일을 받자마자 다른 토렌트 이용자가 해당 파일의 일부(시드)를 다시 다운로드할 수 있는 토렌트의 통신방식이 복제권과 통신권 침해를 낳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픈넷은 이를 고의적인 복제권‧통신권 침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시드가 퍼지는 토렌트의 통신방식상 복제권이 침해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때문에 주관적 목적이 ‘사적 향유’라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견해다. 통신권 또한 토렌트의 통신방식 때문에 침해된 것이지 A씨에게 전송권 침해의 고의나 과실이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또 오픈넷은 “파일을 내려받는 짧은 시간 동안 실제로 제3자가 해당 파일 전체를 내려받지 않았다면, 전송권 침해에 인한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손해배상 책임도 묻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더 큰 문제점은 이 소송으로 내건 합의금의 액수다. 해당 저작권자는 같은 소송에서 A씨 외에도 총 112명을 상대로 각 500만 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침해 주장액만 총 5억 6,000만 원인 셈이다. 해당 소설이 6권 1세트가 시중 소매가로 3만 8,400원임을 생각하면 약 1만 4,500세트 팔려야 나오는 금액이다. 과연 이것이 과도한 합의금이 아닐지 생각해볼 일이다.

 

◆ 저작권자의 고소 남발, 법 개정 필요해

사실 이러한 저작금 합의 논란은 예전부터 나왔다. 오픈넷이 내놓은 대검찰청의 2005~2013년도 저작권법 위반 사범 처리 현황 자료를 보면 접수되는 사건만 매년 3만 건 이상이다. 특히 지난 2008년 저작권법 위반 고소는 9만 건이나 된다. 이러한 저작권자의 형사 고소 남발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괴이한 현상”이라는 것이 오픈넷의 표현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고소된 사건 중 정식재판으로 넘어간 건이 매우 적다는 점이다. 2008년의 9만 건은 단 8건만 재판으로 부쳐졌다. 왜일까? 바로 사건 대부분이 당사가 간 합의로 종결됐기 때문이다. 오픈넷이 “저작권자 단체가 그동안 저작권 제도를 악용하며 공권력을 합의금 장사의 수단으로 삼았다”고 지적하는 증거기도 하다.

▲ 자료 출처: 대검찰청 <▲ 자료 출처: 대검찰청>

악의적인 저작권 침해로부터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고자 있는 저작권법이, 공권력을 등에 업고 사적 이익을 채우는 과도한 권리 남발이 된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이유다.

오픈넷이 촉구하는 개선 방향은 저작권법 개정이다. 저작권 침해가 영리 목적이 아니고 재산적 피해가 100만 원이 넘지 않는 경우 형사처벌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재 국회가 준비하는 개정안의 골자다. “현행 저작권 침해죄 형사처벌 조항은 침해가 가벼운 사안도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되어 국민이 두려워하는 수사기관을 통해 쉽게 유죄 증거(기소유예)를 가공해낼 수 있어 문제"라는 것이 오픈넷이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하는 취지다.

오픈넷은 “저작권 침해죄 고소 남발은 표현에 대한 보호와 공유의 균형을 크게 해치고 있다”며 “저작권자는 이용자의 궁박을 이용한 고액 합의금 장사를 당장 그만두고, 국회는 조속히 개정안을 통과시켜 과도한 권리주장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이용자가 더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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